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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스피커스 #58 당신의 골목은 무슨 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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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회 작성일 26-03-11 09:26

스피커스 #58 당신의 골목은 무슨 색인가요?

작성일 26-03-11 조회수 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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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바라보는 방법을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누군가는 주소와 지번으로 바라보고, 누군가는 개발 계획이나 통계표로 살핍니다. 사람마다 동네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 같은 공간이라도 해석은 달라집니다.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꽃동네’의 청년들은 조금 다른 데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골목에 놓인 노란 고추장 통, 덧칠이 벗겨진 벽면, 오래 햇볕을 받아 빛이 바랜 외벽, 폐업한 지 한참인데도 자리를 지키는 낡은 간판 같은 것들이었죠. 대부분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풍경입니다. 하지만 청년들은 이를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찍고 위치를 기록했습니다. 색을 수치로 옮기고 저마다 이름도 붙였어요. 그러자 평범한 골목 풍경은 막연한 인상을 넘어, 함께 모으고 나눌 수 있는 마을의 자료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스피커스는 꽃동네 청년들이 색과 간판, 골목에 쌓인 흔적을 어떻게 기록으로 바꾸었는지 소개하려 합니다. 시간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마을 풍경이 어떻게 데이터가 되고, 동네를 읽는 새로운 방법이 되는지 함께 따라가 보시죠.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꽃동네’ 일대 모습. 2024년 9월 ‘프로젝트 산장’ 등 의정부 청년들이 진행한 ‘빛바랜 꽃동네 연구소’에서 마을의 ‘색’을 기록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들. 프로젝트 산장 제공.


의정부시 금오동 하금로와 거북로 일대. ‘꽃동네’라 불리는 이곳은 오랜 시간을 지나온 자연부락입니다. 한때는 이웃끼리 서로의 살림살이를 훤히 알 만큼 촘촘한 공동체였고, 마을 축제도 열리던 곳이라고 하죠. 그런데 2011년 미군 기지가 철수한 뒤부터 동네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뉴타운 지정과 해제, 재개발 추진과 표류가 반복됐고 그 사이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마을에 상처를 남긴 건 변화 그 자체라기보다, 그 변화가 오랫동안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미뤄졌다는 점이었을 겁니다.


동네가 곧 바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집수리나 간판 정비 같은 작은 손질부터 뒤로 밀리게 되죠. 어차피 머지않아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지금 손보는 일부터 망설여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는 사이 건물 외벽의 칠은 벗겨지고, 문을 닫은 가게의 간판은 그대로 습니다. 재개발을 둘러싼 찬반과 피로가 길게 이어지면서, 한때 단단했던 공동체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 됐습니다. 꽃동네의 골목에는 그렇게 ‘고쳐지지 못한 시간’이 남아 갔습니다.


보통 이런 풍경은 행정의 언어로 먼저 읽힙니다. 노후도, 정비 필요성, 사업성 같은 기준이 앞에 서죠. 하지만 의정부 청년 기획자 연합 ‘프로젝트 산장’을 비롯해 ‘스무살이 협동조합’, ‘아트볼 프로젝트’, ‘로컬피스’ 등 지역 청년들은 이 풍경을 다르게 읽었습니다. 행정이 매긴 수치만으로는 이 동네를 다 설명할 수 없다고 본 겁니다. 대신 청년들은 빛바랜 외벽의 색, 손때가 밴 골목의 표면, 폐업 뒤에도 남아 있는 간판 같은 것들에 눈을 돌렸습니다.


청년들에게 꽃동네는 그저 낡은 동네가 아니었습니다. 관심이 끊긴 장소는 조용히 지워지기 쉽다는 걸 알기에, 지금 남아 있는 흔적을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고 본 거죠. 꽃동네를 다시 읽는 작업은 그렇게 시됐습니다. 청년들이 들여다본 건 단순한 낡음이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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