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를 좋아하시는 분은 적지 않겠지만 이론이나 추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스피커스를 쓰는 저도 그렇습니다. 바로 오늘 모실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저출생하면 바로 떠오르는 단어나 정책은 뭐가 있을까요? 경력 단절, 결혼 기피, 고된 육아, 높은 집값, 교육비, 불안정한 일자리, 불공평한 가사 분담…이렇게 열거된 것 중 중요하지 않은 건 하나도 없을 겁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더 큰 구조에서 저출생 현상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는 저출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던 걸까요? 국가 차원에서 출생률이 낮다고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호들갑을 떠는 나라에 살지만 정작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나라가 별 보탬을 주는 것 같지도 않는 현실, 이런 간극은 왜 존재하는 걸까요?
이번 스피커스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추상’, ‘이론’하면 어렵다거나 따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편지는 쓰기 전부터 재미를 포기했습니다.???? 그렇다고 ‘유익함’마저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재미 없는 이론과 사상, 관념이 막상 현실을 바꿔온 역사는 숱합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한 말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어떤 지적 영향력으로부터도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실무가들조차도 대개는 죽은 경제학자들의 노예에 불과하다.” 노예란 말이 좀 불편하게 들리긴 하지만, 우린 앞선 어느 사상가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인구 문제에 맞서 숱한 아이디어를 내고 처방전을 쓰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도 의식하지 못한 채 오늘 소개할 낸시 폴브레와 같은 경제 사상가의 영향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 받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