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란 말은, 마치 누구나 땅에 발 딛고 살지만 정작 지구란 말을 들었을 때 잘 와 닿지 않는 것처럼 너무 거창하게, 때론 멀게 들립니다. 이 글을 읽는 스피커스 구독자 모두 지구촌 80억명 가운데 한 명, 대한민국 5천만명 가운데 하나이지만 집합적인 인구는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느 지역에 어떤 형편으로 살든지 인구는 나의 삶에 소리 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비유하면 풍선의 바람 빠지는 소리입니다. 지금 우리 시대, 인구는 감소라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입니다. 늘거나 줄거나 하지 않고 줄기만 하죠. 풍선이 수축하듯 우린 ‘축소되는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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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말라흐 미국 커뮤니티 프로그레스 센터 수석연구원이 지난 10월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저출생 축소사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대담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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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앨런 말라흐의 책이 번역 소개되기 전, 그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통상 어디 소속돼 있는지가 어떤 사람의 능력과 권위를 뒷받침할 때가 많은데, 그가 수석연구원으로 있는 미국 커뮤니티 프로그레스 센터(CCP) 또한 낯설긴 마찬가지입니다. 이 단체는 ‘도시 재생’을 돕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쉽게 말해 도시에 버려지거나 노후한 땅과 집, 건축물에 생기를 불어넣어 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드는 일을 합니다. 공간이 잉태하는 계층적, 인종적 불평등을 축소하는 것도 이 단체의 목표랍니다.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도시계획 전문가 말라흐의 경력이 인구 문제와 다소 동떨어져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사람은 어딘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공간은 늘 그곳에 사는 사람의 문제와 맞닿아 있죠! ‘축소되는 세계’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사람이 없다면 도시가 무엇이겠습니까?” “맞습니다. 사람이 바로 도시입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코리올라누스’에 나오는 호민관 시키니우스와 시민들 간 대화입니다. 말라흐는 고대 로마에서 21세기 대한민국까지, 전 세계 인구 변천사로 책의 첫 장을 시작합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우리가 사는 ‘공간’이 인구가 감소한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지속할 수 있으면서도 살기 좋은 곳이 될지 고민을 풀어놓습니다. 경제학자들이 경제란 틀로, 여성학자들이 젠더란 프리즘으로 인구 문제를 보듯 말라흐는 도시를 통해 인구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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