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뒤 첫 주총…달라진 기업, 버티는 기업 [아침햇발] > 지배구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람과디지털연구소 바로가기

지배구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균형 발전과 지방자치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연구와 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 탄소중립 기반 도시 시스템 구축 등 지역 회복력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 뒤 첫 주총…달라진 기업, 버티는 기업 [아침햇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6-03-09 09:19

상법 개정 뒤 첫 주총…달라진 기업, 버티는 기업 [아침햇발]

작성일 26-03-09 조회수 157

본문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트위터로  공유

이봉현 |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열렸다. 3월 하순에 집중된 올해 주총은 3차에 걸친 상법 개정이 기업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늠할 시험대이다. 개정의 핵심은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거수기’에서 벗어나 모든 주주를 위한 독립이고 책임 있는 기구로 바뀌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7월부터 시행되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 9월부터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2인 분리선출은 소수 주주가 선호하는 인사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진입할 통로를 넓히는 장치다.

상법 개정과 코스피 6000 시대가 맞물리며, 기업들도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와의 접점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이 자본시장 선진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경제활동인구 절반을 넘는 주식 투자자들이 기업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도 부담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업의 자세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며 “소통하는 회사의 60% 정도는 주주제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표 대결까지 가지 않고 수용한다”고 전한다.

실제로 엘지화학은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의 주주제안을 전부 의안에 올리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 한국알콜산업 같은 중견기업도 배당성향 기준을 이익을 많이 내는 자회사를 포함하는 연결 기준으로 바꾸며, 자산운용사와의 지속적 소통을 바탕으로 주주 친화적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방어적으로 움직이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들이 동원하는 ‘방어막 3종 세트’는 이사 임기 연장, 이사 수 축소, 감사위원 증원이다. 한화그룹 상장 계열사들은 이사 임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을 내놨고, 일부 계열사는 이사 정원도 대폭 줄였다. 효성 계열사들은 이사 수를 16명 이내에서 7~9명으로 줄여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에코프로·크래프톤·카카오페이 등은 이사 수 상한을 새로 7명으로 설정했고, 삼성물산과 삼성이엔에이는 사외이사 수를 줄이기로 했다. 이사 임기를 늘리거나 시차임기제를 도입하면 특정 주총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를 줄여 소수 주주가 활용할 집중투표제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이사 정원을 줄이면 회사 추천 후보 외 인사가 진입할 ‘좌석’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감사위원 수를 관행적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등장했다. 분리선출되는 감사위원이 2명이 되면 감사위원회에서 과반이 될 수 있어, 전체 숫자를 늘려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다. 이런 장치들은 이사회 다양성과 소수 주주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려는 상법 개정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할 우려가 크다.

기업들은 이런 변경이 개정된 상법과 무관하다고 해명한다. 이사 임기 연장도 “2년 임기로는 의사결정이 단기화하고 연속성이 떨어져 늘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조처가 기업 전문 변호사들이 진작에 내놓은 대응전략과 판박이여서, 이들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내 7~8위권 로펌이 지난달 소식지에서 제시한 ‘집중투표제·자사주 의무소각 시행 전 선제적 대응전략’은 그 전형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경영권 안정을 명분으로 △이사 총수를 제한해 동시 선임 인원을 최소화하고 △이사 임기를 각기 달리 두는 시차임기제를 도입해 집중투표제 효과를 억제하며 △감사위원 수를 증원해 분리선출 감사위원 2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라고 조언한다. 어렵게 통과한 개정 상법을 우회하는 매뉴얼이 대형 로펌 이름으로 버젓이 배포되는 것은 기묘한 풍경이다. 실제 이번 주총을 앞두고 이런 ‘컨설팅’을 받으려는 기업들이 로펌 앞에 줄을 섰다고 한다.

집중투표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도 한국 기업들은 정관으로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단서에 주목해 대부분 이를 피했다. “피할 수 있으면 안 한다”는 관성이 다시 반복된다면, 개정 상법도 현장에서는 구멍 난 채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그러면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디스카운트 해소와 증시 밸류업은 또 한번 물 건너간다.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는 주총 특별 결의가 필요한 이런 식의 정관 개정에 단호히 반대표를 던져 지배주주의 ‘편법’을 차단해야 한다.

법으로 모든 것을 규율하기 어려운 만큼 총수와 지배주주의 인식 변화가 핵심이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원하는 답을 찾는 직업이고, 전문경영인 역시 법이 막지 못한 ‘탈출구’를 모른 척 지나치기 어렵다. 결국 “법의 가장 좁은 구멍만 찾아다니는 기업으로 남을 것인지”를 스스로 묻고 답할 사람은 총수다.

bhlee@hani.co.kr

목록으로 이동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6 한겨레신문사 3층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