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기업지배구조 코드 목표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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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기업지배구조 코드 목표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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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원칙)와 기업지배구조 코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이다.”
미즈노 히로 전 일본 공적연금(GPIF)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2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2026 한겨레 기업지배구조 국제포럼’에서 “한국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성공하려면, 기업들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의 기관투자가가 고객(국민)의 자산을 집사처럼 성실하게 관리하기 위해 따라야 할 행동지침으로, 투자 기업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포럼에서 ‘일본 지배구조 개선과 밸류업에서 공적 연기금의 역할’을 주제로 김우진 서울대 교수와 대담을 가졌다. 일본은 아베 총리 시절인 2012년부터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밸류업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며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은 기업지배구조와 자본시장에서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다. 미즈노 히로가 5년여간 GPIF 최고투자책임자로서 겪은 생생한 경험은 한국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반면 한국은 재벌의 존재 등 일본과의 차이도 분명 존재한다. 일본의 경로를 맹목적으로 따라 가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겨레는 포럼 직후 두차례에 걸쳐 미즈노 히로의 발언을 요약 보도했다. 하지만 보다 자세한 내용에 대한 요청이 많아, 대담 전문을 소개하기로 했다.
미즈노 히로는 아베 총리 시절인 2015~2020년 GPIF의 최고투자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이에스지(ESG) 투자 확대, 기관투자가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활성화에 힘쓰며 GPIF가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식시장 밸류업에 기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GPIF를 떠난 뒤에도 기후변화·생물 다양성·금융혁신과 관련된 국제적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하고, 자본시장과 산업 전반에 걸쳐 책임 있는 금융 관행과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힘쓰고 있다.
―2020년 GPIF를 떠난 뒤 어떻게 지냈나?
“기업지배구조와 지속가능성을 평생의 일로 생각하고,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이행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또 어떤 기업지배구조가 가장 좋은지 찾기 위해 노력했다. 여러 기관투자가에게 스튜어드십 활동과 주주관여 활동에 대해 자문했다. 프랑스 기업인 다논의 미션위원회 위원, 미국 기업인 테슬라의 이사회에 참가해서 직접 거버넌스를 실행해 보기도 했다. ”
―지난 10여년 동안 GPIF가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식시장 가치 제고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나?
“기업지배구조는 돌에 새겨진 것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하는 개념이다. 20년간 해외에서 일하다가 2015년 GPIF에 합류했을 때 일본은 이미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도입한 상태였다. 한국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가 많이 언급되듯이, 당시 일본 증시도 성과가 썩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일본 금융청(FSA)과 도쿄증권거래소는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ROE를 개선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영국에서 처음 채택한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도입했다. 두 코드의 목표는 일본 기업들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하는 데 있다. 나의 미션은 100년 이상 GPIF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하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일본 증시의 ‘유니버설 오너’로서 행동해야 하고, 스튜어드십 활동과 기업지배구조 관여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유니버설 오너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달라.
“GPIF나 한국의 국민연금(NPS)은 사실상 자본시장 전체를 소유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자기 포트폴리오의 이익만이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만약 내가 일본 기업지배구조에 기여한 게 있다면, 자본시장에서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장기주의를 촉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기업지배구조와 ESG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장기적인 유니버설 오너십 전략과 기업지배구조 옹호 활동이 정렬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강한 법규가 아니라 부드러운 연성규범이다. 일본은 판례와 관습법이 중심인 영미 모델이 아니라 성문법 중심의 대륙 모델에 가까운 나라이다. 일본의 법·문화적 배경에서 연성규범을 통한 규제 방식이 효과적이었나?
“일본 기업문화나 사고방식에 연성규범이 아주 잘 맞기 때문에, 기업의 99%는 따를 것이라고 확신했는데, 내 예상이 맞았다. 정부가 강성규범을 만들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기준을 높게 설정하기 힘들다. 만약 FSA가 처음부터 새로운 기업지배구조를 강한 법규로 밀어붙였더라면, 그 기준은 매우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거나, 사회적 합의를 거치느라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연성규범은 ‘지키거나, 아니면 설명하는’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키지 않을 경우 일일이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따르는 것이 더 쉽다. 연성규범은 모든 이해당사자를 100% 설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도 도입이 훨씬 수월하다. 기업지배구조 코드가 도입될 때, 기업 경영진은 ‘사외이사 2명이나 여성이사 확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막상 시행되자 거의 모두가 준수했다. 어떤 경우는 연성규범이 오히려 더 잘 작동한다.”
―다른 기관투자가들은 연성규범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나?
“결과적으로 GPIF가 롤모델이 되었다. 일본의 다른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들은 GPIF가 저렇게 하니 우리도 뭔가 해야겠다는 압박 또는 동기 부여를 받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민간 자산운용사들이나 연기금이 충분히 적극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GPIF의 영향과 압력 때문에 예전보다는 훨씬 더 활동적이 됐다. GPIF나 NPS 같은 공적 연기금은 원래 아주 강하게 ‘액티비스트’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는 않다. 내 경우는 일본 주식시장의 성과를 위해서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
―일본은 (연성규범의 일환으로) ‘주주가치와 자본비용을 중시하는 경영’ 같은 개혁 플랜을 추진했다. 한국에서도 2024년 정부가 비슷한 정책을 시행했다. 당시 한국 언론은 ‘일본은 강제인데 한국은 자발적이라서 밸류업이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기업지배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는 언론은 그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일본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연성규범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다만 내용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 또 일부는 경성규범, 즉 의무 규제로 전환한 것도 있다. 어떤 개혁 의제를 밀어붙이려면, 우선 자발적으로 움직일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연성규범 체계는 이런 ‘선도그룹’을 형성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GPIF가 실제로 증시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하는지 궁금하다. 대만의 연기금 시스템을 보면, 아주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소송도 제기한다. GPIF도 그 정도까지 가는지, 이사 후보 추천까지 하는지, 아니면 훨씬 더 부드러운 방식의 관여에 그치는지?
“GPIF가 2016년 도시바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도시바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GPIF가 큰 손해를 보았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GPIF가 언제든 소송을 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도시바는 거의 범죄 수준의 행위로 우리 포트폴리오의 가치에 큰 손해를 끼쳤다. 기본적으로 소송이 투자자가 취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수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테슬라 이사회에 있을 때도 많은 주주로부터 소송을 당했는데, 그중 상당수는 기업가치를 개선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모든 주주가 항상 똑똑하다고 가정할 수도 없다. 일부는 엉뚱한 주장도 한다. 소송은 정말 마지막 수단이라고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공적 연기금은 기업들에 ‘우리는 당신들과 같은 배를 탔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사회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이 아니라, 이사회와 함께 더 나은 여정을 가고자 하는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개정이 진행됐다. 이런 변화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한국 상황을 아주 면밀하게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섣불리 한국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다만 분명한 점은 어떤 제도 개편이든 아주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은 새로운 규제나 시장 규칙의 함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만 보고 개혁의 성공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지금 한국에서 기업지배구조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시장 참여자 전체의 이해관계와 잘 정렬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관계의 정렬’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한국의 상장회사 상당수가 재벌(가족 지배주주)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 한국의 높은 상속세율이 겹치면서, 사주 일가가 회사의 주가가 오르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하기가 일본보다 훨씬 어렵다. 조언을 한다면?
“활력 있는 자본시장, 투자자를 계속 끌어들일 수 있는 주식시장을 원한다면, 소수주주를 보호하는 것은 절대적인 전제이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은 소수주주의 이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어느 정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가족지배 기업이나 오너기업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큰 지분을 가진 ‘핵심주주’가 갖는 장기적인 관점의 장점도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소속 상장사 주주들의 평균 주식보유 기간이 2개월이 채 안 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 환경에서는 기업과 주주가 장기적인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다만 오너들이 소수주주를 무시하거나, 그들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시장의 매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게 된다. 오너로서 기여를 하되, 소수주주의 권익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의 규제당국이 소수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오너도 회사와 시장 전체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NPS가 기업지배구조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NPS도 유니버설 오너십 개념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NPS는 사실상 한국 주식시장의 주인이다. 한국증시 시가총액의 10% 정도를 가지고 있다. GPIF도 내가 재직 당시 일본 증시의 8~10%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으니 비슷한 수준이다. 내가 일본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GPIF는 여러분의 앵커 투자자(핵심 투자자)로서 시장 전체를 장기적으로 들고 간다’고 시장에 선언한 것이다. 또 GPIF의 장기적인 이해관계는 도쿄증권거래소와 정렬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 회사의 비즈니스 성과와 주가를 개선하는 데 함께 노력하자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준 것은?
“기업 경영진들은 ‘미즈노의 말을 안 들으면 GPIF가 주식을 팔아버릴 것’이라고 두려워했지만, 단기적인 트레이딩 활동은 모두 포기했다. 또 GPIF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내부 규정을 뒀다. 기업 경영을 맡은 사람들의 전문성과 책임을 존중해야 한다. 실제 의결권 행사는 외부 자산운용사에 위임했다. 한편으로는 기업지배구조와 ESG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대화를 촉진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신이 싫어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NPS가 만약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면서, 트레이딩까지 병행하는 모습을 보이면, 기업들은 ‘국민연금이 의결권과 매매를 무기로 우리를 압박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면 방어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연기금이 행동주의 펀드처럼 활동하는 게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현실적인 역량 면에서도 그렇고, 시장 참여자들과 공통의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한국도 국민연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한국 자본시장의 책임 있는 오너로서 가장 바람직한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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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관련 기사 링크주소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2444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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