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저평가 탈피?…3월 주총 변화가 ‘시금석’ >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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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저평가 탈피?…3월 주총 변화가 ‘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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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0회 작성일 26-02-11 11:26

한국 기업 저평가 탈피?…3월 주총 변화가 ‘시금석’

작성일 26-02-11 조회수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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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성큼성큼 올라 5천 포인트 돌파한 데는 인공지능(AI) 투자에 따른 반도체 호황 외에도 상법 개정으로 한국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가 개선될 거란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법조문 한 두 줄 바뀐다고 기업의 ‘지배구조 생태계’가 바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른 데서 잘 작동하던 사외이사 제도가 한국에 들어와 우습게 됐듯, 개혁의 취지가 왜곡되고 변질할 가능성도 있다.

3월 하순의 주총 시즌을 앞두고 한겨레가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를 주제로 국제포럼을 개최한 이유이다. 4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럼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원장 류이근)과 코스피 5천 위원회에서 이름을 바꾼 더불어민주당 케이(K)-자본시장 특별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실이 공동 주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1, 2차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재계에 변화의 바람이 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이날 모인 전문가의 진단은 신랄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경영학 교수)은 총수와 경영자를 주주가 사전에 견제하는 권한, 사후에 책임을 묻는 권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토록 하는 수단이 여전히 취약하다며 “경영자·재벌 총수의 사적 이익에 충성하는 지배구조를 주주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기형 위원장은 “상법 개정의 가장 큰 문제의식은 ‘거수기’를 벗어나 책임지는 이사회로 가자는 것이었다”며 “3월 주총을 앞두고 경영진과 주주가 소통하며 이런 취지를 반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상법 개정 뒤에도 이어지는 △자회사 중복 상장 △자사주 ‘꼼수’ 맞교환 △주주에게 불리한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결정하면서 이사들이 주주의 권익 침해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냐는 질문이다.

이날 포럼의 발제를 한 김우찬 교수, 장신티 이사장, 미즈노 히로미 전 최고투자 책임자
이날 포럼의 발제를 한 김우찬 교수, 장신티 이사장, 미즈노 히로미 전 최고투자 책임자

소수 주주가 침해당한 권익을 회복하기 어렵게 하는 법과 제도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김광중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는 “개정 상법이 효과 있게 작동하려면 잘못한 기업에 주주가 소송을 내고, 그 결과가 판례로 쌓여야 한다”며 “하지만 막대한 소송비용, 수년씩 끄는 소송 기간, 소 제기의 최소 지분 요건” 등이 태산처럼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가 허위공시나 분식회계, 주가조작 같은 전문적인 자본시장 범죄의 증거를 직접 수집하고 인과관계를 증명하라는 건 “소송을 하지 말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3, 4차로 이어질 상법 개정 및 연성 규범(가이드라인과 모범 기준 등) 강화를 통해 무얼 달성코자 하는지 분명히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지배구조의 논의가 ‘누가 주인이냐’를 따지는 이념 논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어떤 지배구조 아래 기업이 더 멀리 내다보고 과감히 투자해 미래 경쟁력을 설계하느냐”가 본질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사회인 김우진 교수, 토론자인 오기형 의원, 김광중 변호사, 이성원 대표, 원종현 위원장, 류영재 대표.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사회인 김우진 교수, 토론자인 오기형 의원, 김광중 변호사, 이성원 대표, 원종현 위원장, 류영재 대표.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이에스지(ESG)운용부문 대표는 기업이 불요불급한 부동산을 잔뜩 껴안고 있는 등 “비효율적 자본운용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이것의 해소를 지배구조 개혁의 핵심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단순한 시장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비용’이란 개념이 없는 지배구조가 빚은 할인으로 규정했다. 실재 지난해와 올해 기록적인 주가 상승에도 코스피 상장사 중 주가순자산배율(PBR)이 0.6배에 못 미치는 기업이 무려 47%나 돼 일본의 6%, 대만의 4%와 비교된다. 일본이 지난 2010년대 이룬 ‘밸류 업’의 성과는 저PBR 기업의 지배구조 혁신에 따른 재평가였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의 ‘큰 손’으로 지배구조 혁신에 무슨 역할을 할 지도 깊이 있게 논의됐다. 미즈노 히로미치 전 일본 정부 공적연금(GPIF) 최고투자 책임자는 “GPIF는 장기 투자자로서 일본 기업의 가치와 주주 가치를 개선하는데 함께 가려 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며 “한국 국민연금도 전체 시가총액의 10% 정도를 가진 ‘유니버설 오너’(연금이 사실상 전체 주식시장의 주주이기 때문에 자본시장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철학)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지나치게 공격적이기보다는 담백하고 절제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신뢰를 지키며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현재의 접근법이 외부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비치는” 한계는 인정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연구를 해 보면 연금이 기업에 하는 관여 활동은 대부분 비공식적, 사적 접촉에서 성과가 나오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미즈노가 부드럽게 압박하는 연성 규범을 강조했다면 공공이 나서서 소수 주주를 적극 보호하는 대만 증권투자자·선물거래자 보호센터(SFIPC)의 예는 결이 다른 접근이었다. 김광중 변호사는 ‘골목길 눈 치우기’ 처럼 개인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직접 하기 보다, ‘무임승차’ 전략이 합리적인일 때 세금으로 구청이 눈을 치우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일부 주주가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묻고 승소하면 모두가 배상받는 ‘공공재’를 SFIPC가 제공하는 것인데, 사후 구제 소송이 굉장히 어려운 우리 상황에서 눈여겨 볼 만 하다고 여러 참석자가 입을 모았다.

장신티 SFIPC 이사장은 △정부가 실효성 있게 법을 만들고 집행력을 갖추며 △검찰·법원 등 유관 기관과 공조해 기업과 소수 주주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며 △소송 비용을 확 깎아 사법 문턱을 낮추며 △집단소송 등을 담당할 법률·금융 전문인력을 확보할 것 등을 한국에 조언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곽정수 선임기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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