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부담 아닌 장기적 투자로 인식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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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부담 아닌 장기적 투자로 인식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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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주와 경영자가 지배구조를 부담이 아니라 장기적 투자로 인식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대만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감독관리위원회(FSC)의 천샹인 부국장은 8월 2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 부국장은 “기업이 ‘수동적 준수ʼ 에서 ‘능동적 참여ʼ 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책임 경영은 단순히 규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천 부국장은 대만의 상속세 인하와 배당소득세 개편이 자본시장의 긍정적 발전에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 2013년 기업지배구조 개선 5개년 계획을 세운 동기는 무엇이고, 2차∼4차 계획까지 이어지면서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나?
“5개년 계획을 마련해 집중적으로 추진한 계기는 먼저 국제적인 흐름이다. 2001년 미국 엔론 사건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회사지배구조 기준을 강화하며 투명성과 주주 권익 보호를 강조했다. 자본시장의 필요도 있었다. 대만의 회사지배구조의 향후 방향성을 명확히 하여 외국인 및 기관투자가의 투자 의욕을 높여야 했다. 아울러 상장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여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 했다.
이를 위한 정책적 접근으로는 우선 ‘지배구조 문화’가 형성되도록 했다. 회사 및 이해관계자가 지배구조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가 회사 주총에서 목소리를 내는 주주 행동주의를 촉진하는 것도 필요했다. 주주가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감독하는 것을 쉽게 하고, 기업이 모든 주주를 공정하게 대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사회 기능 강화이다. 이사회에 적합한 인사가 참여해 전략 마련이나 경영진 감독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기업정보를 되도록 많이 공개하도록 했다. 신속·완전·정확하게 기업의 재무, 비재무적 정보를 공개토록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법제의 울타리를 튼튼히 했다. 지배구조와 관련된 법규·규정을 정비하고 회사의 준수를 독려했다.

— 법률과 규범만으로는 기업문화를 바꾸기가 어렵다. 대만에서는 어떻게 기업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천하도록 유도했는가?
“대만의 접근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평가하고 경쟁하게 해 문화의 전환을 유도했다. 2014년부터 매년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왔다. 평가결과는 투자회사와 언론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기업에 “해야 하고 더 잘해야 한다.”라는 압박을 느끼도록 했다. 둘째, 정보의 투명성으로 이를 통해 시장의 감시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사회 운영, 보수 정책 , 리스크 관리 ,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여 투자자와 이해 관계자가 감독할 수 있게 했다. 셋째, 보상과 명예를 부여해 노력한 기업을 인정했다. 금융감독관리위원회, 증권거래소 등이 정기적으로 기업지배구조,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상을 수여했다. 우수 기업이 외부의 인정을 받아 더 많은 투자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 소통과 교육을 통해 지배구조 규범의 내재화를 촉진하고자 했다. 이사, 독립이사, 고위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기업주와 경영자가 지배구조를 부담이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장기적 투자로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 그런 노력이 어떤 성과로 이어졌나? 한국 기업에는 어떤 시사점을 주나?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 10년 동안 점점 더 많은 상장기업이 아직 의무화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지속가능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다수의 기업이 자율적으로 감사위원회, 보수위원회, 임원 후보추천위원회 지속가능위원회 등 전문 위원회를 설치했다. 투자자들은 대만 기업이 정보 투명성과 주주권 보호 측면에서 크게 향상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만의 경험은 법률이 기초를 다지지만, 기업문화 형성은 공개평가, 투명공시, 시장압력에 의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이 ‘수동적 준수’에서 ‘능동적 참여’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는 한국에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즉, 책임 경영은 단순히 규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라는 점이다.”
—소액주주의 권익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외국자본이 경영권을 탈취한다.”라거나 “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침해된다.”라는 우려나 반발은 없었나?
“금융감독위원회는 외국인 투자자가 대만 증권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합리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을 환영한다. 또한 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를 장려하며 주주 행동주의를 실천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 다만, 외국인 투자에 따른 경영권 침해 우려는 제도적 관리장치를 통해 조정되고 있다. 일정 지분 이상 (10% 초과 ) 보유 시 경제부 사전 승인 의무, 이사·감사로 참여할 때 ‘직접투자ʼ 범주로 분류해 추가 규제, 공공성 높은 특정 산업에 한해 법률적 투자 제한 등이 존재한다. 따라서 금융감독위원회는 외국자본의 참여를 투자 활성화와 대만 제도의 강화를 위한 긍정적인 동력으로 활용하되 법규를 통해 경영 자율성 침해와 소액주주 권익침해 가능성은 차단하고 있다.
—대만이 상속세를 두 차례에 걸쳐 50% 이상에서 10∼20%로 인하한 정책이 가족기업의 사업 승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이는 기업의 가치 제고 노력에 기여했나?
“이 사안은 조세정책에 대한 것이어서 주무 부처인 재정부의 소관 사항이다. 다만 , 자본시장을 관찰한 바에 기반을 두고 말한다면, 상속세 부담이 완화된 이후 가족기업들이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개시장 참여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를 중시하게 되었고, 이는 외부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데 기여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가족기업의 원활한 승계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이 배당하지 않고 남긴 순이익에 대해 1998년부터 10%( 2018년 5%로 인하)의 유보 소득세를 메겼다. 최근 배당소득세도 인하했는데 이런 정책이 대만기업의 배당 확대에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나?
“이 문제 역시 조세정책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주무 부처인 재정부가 답하는 게 옳다. 다만 관찰되는 현상을 말하자면, 관련 세제 유인으로 인해 기업들이 주주 환원 정책을 더욱 중시하게 되었으며, 현금배당 성향이 매년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투자자 신뢰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만은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기업 지배구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 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정치적 장치를 마련했는가?
“우선 장기 청사진 (로드맵) 제도화이다. 2013년부터 금융감독위원회는 3년~5년 단위로 기업지배구조 청사진을 발표해 명확한 목표와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이 청사진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추진되는 장기 정책 도구이므로,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됐다. 또 범정부·민관 협력 플랫폼 구축한 것도 주효했다. 증권거래소 안에 ‘기업지배구조센터’를 설치해 정부 부처, 증권거래소, 장외시장, 중앙예탁결제원, 투자보호센터, 그리고 민간단체(기업지배구조협회, 이사회 협회, 기업 지속 가능한 발전협회 등)를 아우르는 협의·협력 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중복 추진이나 부처 간 갈등을 방지하고, 정책 실행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현장의 의견을 제도 개선에 반영했다. 지배구조 평가나 공시제도 같은 제도들이 이미 자본시장 운영의 일부분이 되었기에, 역행하거나 폐지되기 어려운 구조를 형성했다. 또 국제 기준과 평가압력 역시 중요했다. 오이시디 등 국제기관의 평가와 글로벌 이에스지(ESG) 투자 추세가 대만이 개혁 속도를 유지하도록 압박했다. 마지막으로 초당적인 정책 합의이다. 여야 정권을 불문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대만 경제 발전의 핵심 과제로 인식했다. 따라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정책 방향은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었다.
타이베이/ 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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