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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도덕 아니라 경제 문제”…‘아문디’가 기업을 바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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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6회 작성일 26-08-20 10:02

“ESG는 도덕 아니라 경제 문제”…‘아문디’가 기업을 바꾸는 법

작성일 26-08-20 조회수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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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문디 자산운용의 캐롤린 르 모 그룹 이에스지(ESG) 연구·의결권 총괄(화면속 인물)과 엘로디 로젤 책임투자 총괄이 지난달 25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를 찾아가다
캐롤린 르 모 ESG 연구·의결권 총괄
엘로디 로젤 책임투자 총괄 공동인터뷰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 10년 만에 지난 7월 말 처음 개정됐다. 기관투자자가 ‘남의 돈을 맡은 집사(스튜어드)’로서 투자 기업을 살피고 대화하겠다는 약속이 코드에 담겼지만, 그간 국내에서는 형식적 의결권 행사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운용자산 2조유로(약 3200조원)가 넘는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는 이 ‘집사 노릇’을 가장 체계적으로 하는 곳으로 꼽힌다. 지난 6월25일 프랑스 파리 아문디 본사에서 캐롤린 르 모 그룹 이에스지(ESG) 연구·의결권 총괄과 엘로디 로젤 책임투자 총괄을 만났다. 인터뷰에서 확인한 아문디의 방식은 한국의 개정 논의에 세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주주 관여는 ‘윤리’가 아니라 ‘경제’라는 원칙이다. 아문디는 기업에 무언가를 요구할 때 그 사안이 기업 가치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지, 즉 ‘경제적 중요성’(머티리얼리티)을 가장 먼저 따진다. 도덕적 잣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수익의 관점에서 접근하기에, 미국발 이에스지 백래시(반발) 속에서도 정책을 한 글자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가 ‘연금 사회주의’니 ‘경영 간섭’이니 하는 정치적 논쟁에 갇히곤 하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둘째, 사전에 공개된 정교한 규칙이다. 아문디는 주주총회 안건을 미리 정해둔 ‘의사결정 트리’로 분석하고, 대화→반대표→ESG 등급 하향→투자 배제로 이어지는 단계적 상향(에스컬레이션) 절차를 그대로 적용한다. 언제 반대표를 던지는지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으니, 개별 기업을 겨냥한 자의적 개입이라는 시비가 끼어들 틈이 없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매번 ‘거수기’ 아니면 ‘관치’ 논란에 휘말리는 한국 시장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셋째, 예외 없는 100% 의결권 행사다. 아문디는 액티브·패시브 펀드를 가리지 않고 모든 보유 주식에 의결권을 행사한다. 지난해 한국 포트폴리오 168개 종목에도 100% 표를 던졌다. 팔고 떠날 수 없는 패시브 펀드일수록 의결권이 유일한 지렛대라는 논리다.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한국·일본식 기업도 관여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지배주주 기업에는 이사회 독립성 요구 수준을 달리 적용하는 식으로, 현실을 반영한 기준을 만들어 대화를 이어간다.

다음은 일문일답.

파리 아문디 자산운용 본사 빌딩
파리 아문디 자산운용 본사 빌딩

―미국 등에서 ESG에 대한 반발 기류(백래시)가 거세다. 아문디의 정책에 변화가 있었나?

(캐롤린 르 모)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아문디의 입장은 명확하다. 주주 관여를 진행할 때 해당 주제가 ‘경제적 중요성’(materiality)을 지니는지를 가장 먼저 따진다. 우리의 요구는 도덕적 가치 판단이 아니라 오직 경제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나온다. 경험상 미국 기업들의 실질적 반발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말하는 방식은 확실히 조심스러워졌다. 미국 시장 노출이 큰 유럽 기업들도 발언에 신중해졌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언어와 달리 기업들은 해야 할 일을 계속 실행하고 있다. 과거가 ‘발표’ 위주의 사이클이었다면 지금은 ‘이행’ 위주의 사이클이다. 미국의 정치적 현상보다 이 실질적 실행 단계로의 진입이 더 중요한 변화다.”

― 창업주 일가가 지배주주로 기업을 장악한 한국·일본 기업과 관여할 때는 소유가 분산된 유럽 기업과 다른 접근을 하나?

(캐롤린 르 모) “우리는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대화 방식이 달라진다. 오너 일가 지배구조는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이슈인데, 의결권 정책이 이미 그 특수성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주주가 기업을 통제하는 경우와 지분이 시장에 완전히 분산된 경우, 이사회 독립성 비율 같은 요구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고 우리는 이를 차별화해 적용한다.

지난해 한국 포트폴리오 종목의 100%, 168개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한국 기업과의 관여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다소 까다로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새 제도를 받아들이는 나라들이 공통으로 겪는 ‘학습 곡선’의 문제다. 처음엔 기업들이 방어적이지만, 이 대화와 변화가 결국 기업 스스로의 가치를 높인다는 걸 깨달으면 소통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 경영진에 반대표를 던지는 내부 기준과 절차는 무엇인가?

(캐롤린 르 모) “아문디는 매우 정밀한 규칙을 가진 자체 의결권 행사 정책을 갖고 있다. 기업이 여러 안건을 들고 나오면 사전에 정해둔 정교한 ‘의사결정 트리’를 기준으로 분석한다. 이 틀 안에서 기업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응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에스컬레이션’ 방식을 취하며, 의결권을 적극 활용한다. 환경(E)·사회(S)·지배구조(G) 관점의 우리 비전을 반대표로 표현하는 것이다.

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경쟁사 대비 뒤처져 있거나 큰 논란이 있는 경우. 둘째, 우리의 관여 활동이 부정적 결과로 끝난 경우다. 다만 부정적 결과라고 전부 단계를 올리진 않는다. 매우 중대하거나 충분히 무르익은 사안일 때만 그렇다. 새로 시작한 주제라면 단계를 올리기 전에 좀 더 기다리기도 한다.”

― 관여가 실패하면 투자 배제(exclusion)로 이어지는 경우는 얼마나 되나?

(캐롤린 르 모) “정확한 비율로 말하긴 어렵다. 단계 상향에는 두 경로가 있다. 하나는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 또 하나는 발행사 ESG 등급을 낮추는 것이다. 등급이 낮아지면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일종의 ‘감점’으로 작용해 펀드매니저가 그 기업에 투자하기 어려워진다.”

(엘로디 로젤) “최종적인 투자 배제는 당연히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최후의 보루다. 우리의 진짜 의도는 배제에 이르기 전에 여러 지렛대를 활용해 기업과의 대화가 작동하게 만들고, 기업을 한 단계 앞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 팔고 나갈 수 없는 패시브 인덱스 펀드에 담긴 기업과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나?

(캐롤린 르 모) “아문디는 중앙집중식 의결권·관여 정책을 시행한다. 펀드 유형(액티브·패시브)이나 상품 유형(주식·채권)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는 ‘발행 기업’과 대화하는 것이지 투자 수단과 대화하는 게 아니다. 패시브 펀드 편입 기업에도 동일하게 관여한다. 매도는 할 수 없어도 의결권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액티브 운용에서는 배제됐던 일본의 한 전력회사에 패시브 보유 지분으로 주주제안을 냈고, 이 회사는 2024년 석탄 발전 설비 5기 폐쇄를 발표하면서 이를 주주 관여의 결과로 설명했다. 아문디는 모든 전략, 모든 상품에 걸쳐 100% 의결권 행사를 원칙으로 정했다.”

― 의결권이 없는 채권 투자에서는 발행 기업에 어떻게 관여하나?

(캐롤린 르 모) “두 가지다. 첫째, 발행 기업 자체와 직접 대화한다. 둘째, 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성채권 등을 발행할 때 자금의 질과 지속가능성 전략을 면밀히 따지며 대화한다. 국채의 경우에도 해당 국가의 전략과 상품의 지속가능성을 두고 소통한다.”

(엘로디 로젤)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은 대개 주식시장에도 상장돼 있다. 그리고 채권을 원활히 발행하려면 사줄 큰손 투자자가 필요하다. 채권에 의결권이 없어도 기업들이 아문디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와 지속가능성 대화에 응할 수밖에 없는 유인이 여기 있다.”

― 아문디는 자사 임원 보수를 이에스지 목표와 연계하고 있다. 투자 기업들에도 같은 것을 요구하나?

“최고경영자 보수, 특히 성과 연동 보수에 이에스지 요소가 포함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며, 투자 기업 전반에 이를 요구한다. 유럽 밖 기업들에는 아직 요구 수준이 낮을 수 있지만 중요성은 같다. 한국은 보수 관련 주총 안건 자체가 많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를 요구하며, 경영진 보수 공시가 너무 불투명하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

― 주주 관여가 실질적 변화 없이 생색만 낸다는 ‘인게이지먼트 워싱’ 비판이 있다. 활동의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입증하나?

(캐롤린 르 모) “먼저 분명히 할 것은, 아문디는 자산운용사이지 자산소유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굴리는 돈은 철저히 제3자인 고객의 돈이고, 첫째 책무는 고객이 위탁하며 요청한 바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우리의 의결권 정책에는 어떤 경우 반대표를 던질지 투명하고 명확한 기준이 서 있다. 예컨대 기후 전략의 경우 기업 안건이 파리기후협정의 ‘2도 미만, 1.5도 지향’ 기준에 미달하는 순간 예외 없이 반대표를 던진다. 이 기준을 흔들림 없이 적용하고, 모든 과정을 고객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 고객의 돈이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기업의 긍정적 변화가 오롯이 아문디 덕분’이라고 단정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 기업의 변화는 수많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고, 우리는 그 변화를 이끄는 생태계의 일원으로 참여할 뿐이다. 매년 방대한 주주 관여 보고서를 내는 이유도 기업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그 모멘텀과 실제 사례를 시장에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개선 성과를 우리의 공치사로 가로채려는 게 아니다. 시스템 전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핵심이다.”

(엘로디 로젤) “기후변화라는 단일 주제만으로 아문디가 수년째 관여해온 기업이 1700곳에 달한다. 현장에서 분명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기업들이 석탄화력 설비를 줄이거나 멈추고, 구체적인 탄소중립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모습을 확인한다. 핵심은 명확한 목표를 세워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실적이면서도 야심 찬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비판이 무섭다고 기업과의 대화를 끊어버리면, 문제 해결의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고 방치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 아문디가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을 투자 철학의 중심에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엘로디 로젤) “아문디에게 이에스지는 일시적 유행을 좇는 논리가 결코 아니다. 회사의 정체성과 매우 체계적으로 결부돼 있다. 창립 초기부터 전담팀을 뒀고, 이후 세 차례의 ‘야심계획’(Plans d'ambition)을 세워 전환 목표를 설정했다. 핵심은 이에스지를 실제 투자에 통합하는 동시에, 주주로서의 역할(주주 관여와 의결권 행사)에도 똑같이 통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직원과 매니저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부여하고 내부 교육으로 정렬해 왔다. 그 결과 아문디가 종결한 전체 주주 관여 활동의 약 절반이 긍정적 성과로 마무리된다. 인내심을 갖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지속하고, 다른 곳에서 이미 성공한 모범 사례를 토대로 기업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파리/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ESG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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