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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사전투표 결과 유출 관행, 집중투표제 9월 시행에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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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회 작성일 26-08-19 15:48

주총 사전투표 결과 유출 관행, 집중투표제 9월 시행에 ‘암초’

작성일 26-08-19 조회수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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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2026년도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기관투자자 대부분 미리 서면·전자투표
지배주주 미리 빼내…의결권 배분 활용
집중투표제 의무화 유명무실화 우려

민주당 K-자본시장 특위 대책 검토
자본시장법 개정·스튜어드십 평가 반영

지난 3월24일 열린 고려아연의 정기주총. 경영권을 쥔 최윤범 회장 쪽과 최대주주인 영풍·엠비케이(MBK)파트너스 쪽이 이사 5명의 선임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고려아연 쪽의 월터 필드 맥라렌·최윤범·황덕남 후보와 영풍·MBK 쪽의 박병욱·최연석·최병일·이선숙 후보 등 7명이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지난해 자율적으로 도입한 집중투표제가 적용됐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에게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약 9299만3444개의 의결권이 행사됐는데, 고려아연 쪽 3명과 영풍·MBK 쪽 2명이 선임됐다. 그런데 최윤범 회장(1560만8378표)과 황덕남 이사(1560만8288표)의 표차가 단 90표로, 전체 의결권 대비 0.0001%에 불과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19일 “최윤범 회장 쪽이 국내외 기관투자자의 사전투표(서면·전자투표) 결과를 미리 알고, 후보별로 의결권을 맞춤형으로 배분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전혀 사실무근으로, 최 회장 쪽이 후보별 의결권 배분을 전략적으로 잘한 결과”라고 부인했다. 최윤범 회장 쪽과 영풍·MBK파트너스 쪽은 오는 9월9일 임시주총에서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과 독립이사 4명의 선임을 놓고 다시 한번 표대결을 벌인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오는 9월10일 이후 이사 선임 안건부터 집중투표제가 의무화한다. 소수주주도 특정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방법으로, 지배주주의 이사회 독식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취지이다. 하지만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주총 전에 미리 제출한 서면·전자투표 결과를 지배주주가 미리 빼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의결권을 배분하는 행위를 막지 못하면 집중투표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국내외 기관투자자의 평균 지분은 50~60%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서면·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서면투표는 주총 3일 전까지 우편으로 회사에 제출하고, 전자투표는 온라인을 이용해서 주총 하루 전 오후 5시까지 실시한다. 서면·전자투표 관련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사이에는 심각한 ‘정보비대칭’이 존재한다. 지배주주는 주총 전에 투표 결과를 미리 파악해 대응할 수 있는 반면 나머지 주주는 ‘깜깜이’ 상태로 표를 행사하는 불평등한 구조이다. 집중투표제 도입 이후에는 이사 선임 결과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여러명이 시험을 치르는데 한 사람만 미리 답안지를 본다면 공정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주총 개최 기업이 사전투표에서 회사 안건에 반대한 기관투자자를 미리 파악해 찬성으로 바꾸도록 회유·압박하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주총 회사가 서면·전자투표 결과를 본 뒤 반대표를 던진 기관투자자에게 찬성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오래된 관행”이라며 “아예 회사를 대신해 찬성 위임장을 받아주는 대행사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가 주총 회사의 요청·압박으로 투표 내용을 바꿨다가, 다른 주주들이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반발하자, 다시 원안대로 재변경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회장 이남우)은 더불어민주당 케이(K)-자본시장 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제안에서, 발행인(주총 개최 기업)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할 경우 다른 권유자가 발행인에게 사전투표 결과의 제공(열람·등사)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대만은 주총 개최 하루 전에 사전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정부가 상법 개정의 후속 조처로 추진 중인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이행 내실화와 연계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주인의 부탁을 받아 집을 관리하는 ‘집사'처럼, 투자 대상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고객의 자산을 충실히 관리하고 투자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켜야 할 자율 지침이다. 정부가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을 위해 기관투자자에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요구하면서 사전투표 유출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오기형 K-자본시장 특별위원장은 “하반기 자본시장법 개정안 논의 때 사전투표 결과를 아예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유하도록 하는 두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하겠다”며 “기관투자자들이 주총 개최 기업의 요청으로 사전투표 결과를 사후적으로 변경할 경우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점검·평가에 반영해서 국민연금이 자산배분을 할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에스지(ESG)기준원 산하 스튜어드십코드 발전위원회는 지난 7월말 1차 코드 개정안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기관투자자의 코드 이행을 점검·평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도 코드 이행 평가 결과를 위탁운용사의 자산배분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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