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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적연금, 기관투자자 코드 이행 견인으로 ‘개혁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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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9회 작성일 26-07-30 13:39

일본 공적연금, 기관투자자 코드 이행 견인으로 ‘개혁 리더십’

작성일 26-07-30 조회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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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라 스튜어드십

재계 1위 도요타의 변화

“대기업들의 변화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있었는데, 결국 도요타도 피해갈 수 없구나!”

기업 이사회 평가 전문회사인 비에이제이(BAJ)의 토모히로 노구치 파트너는 지난 7월초 일본 도쿄에서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도요타그룹의 모태 기업인 도요타자동직기(이하 자동직기)는 지난 6월1일부로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단행했다. 도요타자동차와의 중복상장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자동직기 지분 23.5%를 갖고 있다. 계열사끼리 주식을 교차 보유하는 정책보유주식(이하 상호주식)도 정리하기로 했다. 주식공개매수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요구를 받아들여 주식가격을 26% 올리기도 했다. 공개매수액 5조9천억엔(약 54조원)은 인수합병 규모에서 역대 1위이다.

모·자회사 중복상장과 기업간 상호주식 보유는 일본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다. 중복상장은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지만, 일반주주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이해상충 문제가 심각하다. 상호주식 역시 자본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와 소수주주 보호에 역행한다. 일본 금융청(FSA)과 일본거래소그룹(JPX·이하 거래소)은 중복상장과 상호주식의 감축·해소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일본 재계 1위 도요타의 변화는 2013년부터 10년 이상 지속 추진해온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밸류업(기업·주주가치 제고) 개혁의 성과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꼽힌다.

개혁 13년의 성과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3년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의 극복을 위한 국가부흥전략의 일환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밸류업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은 이후 개혁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일본 핵심기업의 주가를 반영한 니케이225는 2012년 12월 9600선에서 올해 6월 7만2831로 수직상승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개혁의 효과로만 설명하는 것은 과할 수 있지만, 1등 공신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아시아·태평양지역 12개 국가 대상으로 발표하는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일본의 순위는 2012년 공동 4위에서 2023년 역대 최고인 2위까지 상승했다. 한국은 하위권인 8위에 머물러 있다.

거래소의 ‘2025 주식소유 실태조사’를 보면, 상호주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업협력에 의한 주식소유’ 비중은 17.7%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중복상장도 대기업 중심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배구조 개선의 가이드라인인 기업지배구조코드는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1부리그 성격) 상장기업에 대해 이사회 내 사외이사를 3분의 1 이상 확보할 것을 요구하는데, 상위 100대 기업 경우 절반 이상이 이미 50%를 넘었다. 거래소의 와타나베 고지 상장부장은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장부가 대비 주가 비율)이 1배 미만인 프라임 상장기업의 비중이 2022년 7월 50%에서 올해 3월 27%로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상당수 일본 기업들은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지급되는 비율) 30% 달성을 목표로 하는데, 기업들의 순이익이 증가함에 따라 배당금도 함께 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2023년 9조엔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2024년에는 규모가 두배로 급증했다.

아직 미흡한 부분도 있다. 수익성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자기자본 대비 당기순이익 비율)이 8%에 못 미치는 프라임 상장기업이 올해 3월 기준 43%에 달한다. 2022년 7월의 47%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더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토픽스지수(전체 프라임 상장기업 포함) 기준 ROE는 2026년 1월 현재 9.9%로, 미국(21.7%)의 절반에 못 미친다. 기업 내 현금·예금 보유비중도 여전히 높다.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견제 기능 강화도 과제로 꼽힌다.

개혁의 레밸업

일본의 개혁은 계속 진화 중이다. 금융청과 거래소는 개혁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와 기업지배구조 코드의 3차 개정작업을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1·2차 개정이 독립적인 사외이사 확대, 공시 강화 등 형식적 체제 정비에 중점을 두었다면, 3차는 기업이 코드의 ‘형식적 준수’를 넘어 개혁의 ‘실질적 이행’과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투자에 나설 것을 강조한다. 코드 설계를 주도하는 금융청명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단순히 경영 자원 배분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했다며 넘어가는 것은 ‘형식적 준수’이다. 반면 ‘실질적 이행’은 이사회가 기업의 성장을 위해 현금과 실물 자산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자본비용 대비 효과적인지 치열하게 검토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하도록 설명하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3차 개정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의 ‘협력적 관여활동’이 한층 더 강조됐다. 이는 복수의 기관투자자가 연대·협력해서 투자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자본 효율성 향상 등을 목표로 대화와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것이다.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이사회가 단순한 주주환원 확대를 넘어 설비·인적자본·연구개발 등 미래 성장투자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내에 쌓아둔 현금·예금의 보유 합리성을 점검해 자본 효율성을 높이도록 촉구했다. 기업들의 주주환원이 늘어났지만,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히타치제작소, 레조낙 같은 모범사례도 늘고 있다. 이들은 모-자회사 중복상장 해소 등 지배구조 개혁과 함께 비핵심·저수익 사업 정리, 미래 성장사업 집중으로 사업구조조정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제 부흥으로 이어져 선순환하는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 달성까지는 아직 미흡하다는 시각이다.

금융청-거래소-공적연금 트로이카

일본의 개혁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코드라는 연성규범이 핵심 역할을 한다. 법을 앞세우는 한국과 다른 점이다. 연성규범에 기반한 개혁이 성과를 거두는 비결로는 ‘동료 압박’이라는 일본 사회의 특성이 꼽힌다. 다른 기업이 모두 코드를 준수하며 개혁에 동참하는데 혼자서 거부하거나 뒤처질 경우 불량기업으로 낙인찍혀 사회적 평판이 악화하는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연성규범이 작동하는 배경에는 금융청-거래소-공적연금(GPIF) 등 세 공적기관의 긴밀한 3각 공조체제가 있다. 금융청은 두 코드의 제정·개정 등 제도 설계와 정책 방향을 주도한다. 거래소는 금융청과 손발을 맞춰 기업이 실질적 개선에 나서도록 유인한다. 거래소는 2023년 4월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요청하며, PBR 1배 미만 기업에 개선 계획을 공시하도록 했다. 와타나베 상장부장은 “거래소의 요청은 단순한 PBR 개선뿐만 아니라 기업이 투자자와 건설적 대화를 나누고, 궁극적으로 성장을 이루도록 장려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공적분야에서 금융청과 거래소가 개혁을 견인한다면, 민간시장에서는 공적연금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 2700조원에 달하는 연금자산을 지렛대로 삼아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독려함으로써 시장규율이 작동하도록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자산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평가를 연계하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쓴다. 이를 통해 자산운용사들이 투자 기업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관여활동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 효율성을 요구하도록 견인한다.

기관투자자의 협력적 관여활동이 활성화하는 것도 공적연금이 코드 이행의 기반을 구축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도 2024년 법개정을 통해 기관투자자들이 경영의 중대한 변경에 관해 의결권 공동행사를 합의하지 않는 한 ‘공동보유자’ 지위가 성립하지 않도록 명시했다. 협력적 관여활동을 막아온 법적 장애물을 제거한 것이다. 기관투자자협동관여포럼(IICEF) 은 협력적 관여활동의 지원을 위해 2017년에 설립된 기관투자자들의 모임이다. 포럼의 유키 키무라 회장은 “지난 9년간 지배구조, 이에스지(ESG), 자본 효율성 등을 의제로 2600여개 기업에 서한 발송, 130여개 기업과 대화, 금융청 등과 90여차례 모임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한·일은 개혁 동반자

한국 정부는 상법 개정의 후속 개혁과제로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내실화를 추진한다. 국민연금도 국내주식 위탁운용사의 수탁자 책임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 체계를 준비 중이다. 일본의 공적연금이 중요한 참고모델이다. 한국은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만, 지난 10년간 사실상 낮잠만 자고 있었다. 한국은 시장환경과 기업지배구조에서 일본과 차이가 있지만, 일본의 경험을 적절히 참고하면, 개혁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의 경험을 보면 개혁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런 만큼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아베 이후 총리가 4번이나 바뀌었지만 14년째 개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개혁 기조를 충실히 이어간다. 올해만 해도 기업지배구조 코드 3차 개정안(금융청)과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요청’ 개선안(거래소)에 이어 주주환원과 미래 성장투자 간 조화를 강조한 ‘성장투자 가이드라인’(경제산업성) 발표가 이어졌다.

도쿄에서 만난 금융청·거래소·공적연금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개혁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공적연금의 히로카와 히토시 이에스지·수탁자책임부 총괄이사는 “지배구조 개혁은 ‘목표’(GOAL)가 없다”고 말한다. 목표를 달성했다고 만족하는 게 아니라,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한국이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한-일간 개혁 추진방식의 차이도 관심거리다. 법규제 중심인 한국은 연성규범 중심의 일본에 비해 추진 강도나 속도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법의 빈틈을 찾아 방어적 전략을 취한다면 한계도 분명하다. 기업이 시장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경우 투자자에게 외면받고, 시장에서 생존하기 힘든 자율적 규율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의 니시야마 겐고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상법에 넣었고, 일본은 코드에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며 “연성규범 중심의 일본 방식과 법 중심의 한국 방식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개혁에 효과적일지 일본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상장부장은 “일본·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전체가 (낙후된 기업지배구조로 인해) 디스카운트 상태인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일본에서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징후가 보이고 투자자로부터 긍정적 의견도 듣고 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고, 양국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공유하며 협력관계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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