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경영 잘하는 게 최상의 경영권 보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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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경영 잘하는 게 최상의 경영권 보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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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의무 소각을 뼈대로 한 제3차 상법개정과 관련해 재계 등이 요구하는 경영권 방어 장치가 도입되면, 코스피 5000 포인트 돌파의 힘이 된 지배구조 개선이 물거품이 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기업의 지배주주가 이런 방어장치를 무기로 이사회를 사유화해, 일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일이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회장 이남우)은 9일 오전 콘래드호텔에서 ‘경영권 안전장치 어불성설인 이유?’ 라는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지배구조 전문 법조인과 자산 운용사 대표가 함께한 이번 좌담의 요지는 “법으로 경영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은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이사회와 일반주주의 감독과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로, “경영진이 주주총회에서 선출되고 경영평가를 토대로 신임을 받는 주식회사 제도와 모순되는 요구”라는 점이다.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김규식 변호사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은 현재 논의되는 경영권 방어는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와 이해충돌을 정당화하려는 ‘배임적 시도’라며 “지금 시점에서 이런 논의가 나오는 것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도입한 개정 상법을 회피하려는 ‘트로이 목마’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좌담회는 법무부가 최근 국회 법사위에 ‘자사주 소각으로 빚어질 경영권 방어 공백에 대처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의견은 재계의 주장과 유사한데,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최근 자사주를 소각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부터 회사의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포이즌 필’(신주인수 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의무공개매수’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에게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미리 부여하는 것이며, 차등 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에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김규식 변호사는 “경영권이란 용어 자체가 국적 불명의 왜곡된 용어”라며 “지배주주의 전횡과 착취를 정당하기 위한 세뇌”라고 말했다. 실재 우리나라를 빼고 어느 나라도 경영권을 권리처럼 주장하며 방어논리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이사는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이사의 충실의무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유럽은 주주 평등의 원칙에 따라 경영권 방어 수단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미국도 경영권을 사유재산처럼 방어해 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에 포이즌 필 같은 방어 수단이 존재하지만 외부의 강압적 인수로부터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도입 취지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포이즌 필도 자동으로 부여되는 권리가 아니라 이사회의 독립성, 소수 주주만의 동의 등 선결 요건을 충족했는지와 이해충돌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예외 조항이라는 것이다.
천준범 변호사(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도 한국 상장사의 93%가 실질 지배주주가 있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41.8%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적대적 인수합병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는” 것인데, 이를 핑계로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하게 해달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는 것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창업자의 3세까지 세습되는 기업들을 겨냥해 “경영실패로 주가가 크게 하락해도 혈연으로 경영권을 계속 세습하는 것이 옳은지, 가장 뛰어난 사람이 해야 하는지를 질문할 때”라고 말했다. 경영 실적이 아무리 좋지 않고 주가가 하락해도 경영권을 박탈당할 위험이 없다면 과연 그 경영진이 열심히 경영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남우 회장은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하는 것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가 백지화되는 걸 의미”한다며, “그간 엄청나게 노력해 5000 까지 올라온 코스피가 다시 지난해 4월 수준인 2500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 이머징마켓 전 대표도 이남우 교수를 통해 제시한 의견에서, 재계가 주장하는 경영권이란 용어는 “지배주주가 지분율과 관계없이 상장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지배권’을 의미한다”며 “지배주주 경영진이 이사회와 일반 주주위에 군림하고 성과와 상관없이 이사회의 해임, 감독,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그런 자본시장을 말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영권 방어장치가 도입된 자본시장의 적절한 밸류에이션은 주가순자산비율 (PBR) 0.3 (현재 코스피는 1.6 정도)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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