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을 누가 막고 있나? [HERI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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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회생을 누가 막고 있나? [HERI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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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4일 사모펀드 엠비케이(MBK)의 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법원은 전자단기사채 등의 사기발행 혐의에 대해 “검찰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구속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사유를 밝혔다. 법원 판단에 대한 반응은 이해관계자별로 엇갈린다. 하지만 2025년 3월 기업회생절차 돌입 이후 1년째를 맞는 홈플러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측면이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면 홈플러스 회생의 한축을 맡아야 할 경영 주체가 무너지면서, 바로 파산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새주인 찾기는 2025년 말 실패로 끝났다. 이대로 좌초하지 않으려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새 인수자를 물색하는 길뿐이다. 홈플러스는 2025년 말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엠비케이·최대 채권자 메리츠·산업은행이 각기 1천억원씩 긴급운영자금 3천억원 지원, 슈퍼마켓 사업부 매각을 통한 3천억원 확보, 만성적자 요인인 부실점포 41곳을 향후 6년간 정리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통해 3년 내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는 목표다. 인력문제는 해고 등 강제수단보다 자연감소와 재배치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이 구조혁신안에 동의하면 법원인가를 거쳐 바로 시행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영장 기각 이후 한달이 다 되도록 진전이 없다. 왜 그럴까? 가장 시급한 직원 월급 지급 등을 위한 긴급운영자금 조달부터 막혔다. MBK는 1천억원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메리츠와 산업은행의 대출 지원은 풀리지 않고 있다.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다. 메리츠가 보유한 1조1천억원의 채권은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구조혁신안이 불발로 끝나 회사가 청산돼도, 채권 회수 가능성이 크다. 굳이 1천억원을 추가로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산업은행을 움직여야 할 정부로서도 경영실패로 위기에 빠진 민간기업에 회생 가능성이 확실치 않은데도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게 되면 사후책임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홈플러스가 회생에 성공하면 사회 전체의 이익은 적지 않다. 홈플러스는 국내 3대 대형마트 중 하나로, 전국에 100개 이상의 점포가 있다. 이대로 문을 닫을 경우 노동자, 소상공인,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임직원만 1만7천명에 이르고, 납품업체와 입점업체 종사자와 가족까지 합치면 10만명에 이른다. 메리츠가 자기 이익에만 매달리다가 홈플러스 파산을 초래하면,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로서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만나게 된다.
홈플러스 경영실패의 1차 책임은 인수자인 MBK에 있다. 과도한 ‘차입인수’ 관련 논란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실패 책임도 절대 작지 않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대형마트에 대한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쿠팡사태가 직접적 계기가 됐지만, 이전 정부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유통시장 주도권이 온라인 플랫폼업체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다. 이미 2023년부터 쿠팡 한곳의 매출액이 대형마트 3사를 합친 것을 넘어섰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은 365일, 24시간 아무런 제한없이 영업할 수 있게 하고, 대형마트는 계속 족쇄를 채운 결과다. 규제의 형평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치명적인 오류다. 무능한 정부와 국회가 시대변화에 눈을 감운 채 안이한 대응을 한 것이다. 골목상권과 새벽배송 노동자의 보호 문제는 별도 대책을 세울 일이다.
홈플러스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도전을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좌초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결단을 위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이미 지난달부터 직원들의 월급 지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납품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도 정상일 리 없다. 매장 진열대는 점점 비어간다. 벌써 17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손님이 줄면서 매출이 40% 급감했다. 입점업체도 하루하루 피를 말린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새 도전에 나설 수 있는 ‘골든타임’은 2월말까지라는 게 중론이다. 안수용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지난 3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정상화 노력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홈플러스 구조혁신의 대전제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고통분담에 합의하는 것이다. 누구 하나라도 “나는 예외”라는 기회주의적 생각을 갖는 순간 불가능한 일이다. 이해관계자들이 각자 자기 이익에 충실한 합리적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나쁜 결과로 돌아오는 ‘죄수의 딜레마’를 피해야 한다. 그 열쇠는 노사협력에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년간 제대로 된 노사협력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노사협력의 기반은 상호신뢰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MBK가 긴급운영자금 1천억원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메리츠가 먼저 2천억원을 지원하면, 그중에서 1천억원을 지급보증하겠다고 ‘꼼수’를 부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MBK는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뛴다. 생존조차 불투명한 긴박한 상황에서, 상호 불신의 골이 깊어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서로 말이 다르다. 최근에는 노-노 갈등 양상마저 보인다. 전체 직원 중 다수노조를 포함한 87%는 구조혁신안에 찬성하는데, 소수노조를 포함한 13%는 반대한다. 노사가 100% 힘을 모아도 회생을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에 회사는 둘, 셋으로 쪼개진 상황이다.
MBK는 2025년 홈플러스 관련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사회적 책임위원회도 신설했다. MBK는 그동안 김병주 회장의 사채출연을 포함해 5천억원을 지원(지원약속 포함)하고, 새주인을 찾으면 보통주 2조5천억원 어치도 소각하기로 했다. 노사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자구노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홈플러스가 메리츠와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려면 노사협력을 통해 강력한 회생 의지를 보여주는 게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발길도 홈플러스 매장으로 되돌릴 수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나.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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