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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밸류업 목표는 주가상승?…“기업지배구조 혁신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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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26-02-10 16:53

일본, 밸류업 목표는 주가상승?…“기업지배구조 혁신이 핵심”

작성일 26-02-10 조회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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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대만은 2013~14년 이후 밸류업(기업·주주가치 제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개혁을 본격 추진했다. 일본은 이를 통해 주가 상승은 물론 기업의 자본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대만도 경제 규모에 견줘 증시가 고평가되는 ‘주가 프리미엄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사외이사 도입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었으나 재벌 체제라는 벽에 부딪혀 사실상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장기화, 기업의 수익성 저하와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는 한국이 10년 이상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문 결과이다.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정부와 여당이 ‘코스피 5000 시대’ 달성과 주주권익 보호,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내걸고 1·2차 상법 개정을 포함한 개혁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와 보수야당의 강한 반발로, 전망은 불투명하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일본·대만 사례가 주는 시사점과 우리의 개혁 과제를 살펴본다.

금융청·거래소·국민연금 긴밀 공조

“일본의 개혁 핵심은 기업지배구조 혁신이다. 주가 상승은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이 2013년 이후 10년 이상 지속해서 추진해온 밸류업(기업·주주가치 제고) 개혁의 성과로 주가 상승을 꼽는다. 도요타·소니 등 간판 기업들이 속한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의 대표지수인 닛케이225는 지난 8월19일 4만3876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7월 4만2천 선을 돌파하며, 거품경제 붕괴 이전 최고치를 34년 만에 다시 뛰어넘었다.

하지만 지난달 25~28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금융당국·금융계·법조계·학계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개혁의 핵심으로 기업지배구조 혁신을 꼽는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와타나베 고지 상장부장은 “일본 경제를 오랜 불황에서 회복시키려면 기업지배구조부터 혁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컸다”고 강조했다.

일본 금융업을 대표하는 노무라는 지배구조 개혁의 성과로 폐쇄적인 이사회의 변화를 강조했다. 프라임시장의 경우 독립적 사외이사가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상장사 비중이 개혁 이전인 2007년 8월 9.9%에서 올해 7월 기준 98.8%로 높아졌다. 일반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계열사·거래은행 같은 우호주주 지분 감소, 주가 상승을 제약하는 포이즌필(독소조항) 등 경영권 방어장치 감소, 주가 상승과 배당을 합친 총주주수익률 개선, 모회사 소수주주의 피해를 낳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감소도 모두 개혁의 성과들이다.

일본의 지배구조 개혁은 이사회의 변화와 주주중시 경영을 통해 경영혁신으로 이어졌다.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의 니시야마 겐고 선임연구원은 개혁의 성공 비결에 대해 “지배구조 개혁을 통한 경영혁신을 국가성장 전략으로 삼고, 10년 이상 지속 추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의 불황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지렛대 삼아 경영 혁신에서 성과를 보이고 주가도 올라가면서, 일본 경제가 오랜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많다.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의 니시야마 겐고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5일 일본 도쿄에서 한겨레와 만나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일본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경제 회복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 혁신이 성과를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독립적 사외이사 확대를 통한 이사회 변화는 주주 요구를 경청하고 외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자본 효율성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전환함으로써, 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을 함께 이루는 선순환 전략이 주효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중 하나인 히타치제작소는 2008년 파산 위기에 몰린 뒤 정부의 개혁과 궤를 같이해 이사회 혁신 등 지배구조 개혁, 비핵심·적자 사업 정리, 미래 성장 사업으로 선택과 집중 등을 통해 회생에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사회는 지난 16년 동안 최고경영자가 네번 바뀌는 속에서도 개혁의 강력한 지지자이자 경영 감시자 역할을 했다. 이사 12명 중 9명이 사외이사(4명은 외국인)이다. 일본 최대 로펌인 니시무라아사히의 오타 요 변호사는 “사외이사가 늘면서 이사회가 외부 환경 변화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고,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을 하게 됐다”며 “사모펀드가 기업 구조조정 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금융청(FSA)과 일본거래소그룹이 2014~2015년 제정한 기업지배구조 코드와 스튜어드십 코드는 개혁을 끌어주는 쌍두마차 구실을 했다.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이사회의 책임경영,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 이익창출 능력과 자본 효율 개선을 명시했다. 주주 권리 보장과 적극적인 대화도 요구했다. 수탁자 책임을 명시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하도록 했다. 한국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합친 기능을 하는 금융청 관계자는 “두 코드를 통해,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기업과 투자자 간 건설적인 대화가 필요하고 지속적인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데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자율개혁 바탕 속 압박 병행

도쿄증권거래소가 2023년 상장사에 ‘자본비용과 주가 의식 경영’을 요청한 것은 자본 효율성 중시 경영에 기폭제 구실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거래소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개선 계획을 공시하도록 밀어붙였다. 거래소의 와타나베 고지 상장부장은 “당시 (일본 경제의)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는 말이 회자됐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일본국민연금도 개혁의 조력자 노릇을 했다. 자산운용사에 의결권 행사 등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압박했다. 자산운용사를 선정할 때 이행 실적을 반영했다. 일본 개혁의 성공 비결로 정부가 10년 이상 지속해서 정책을 추진한 것과 함께 금융청·증권거래소·국민연금 같은 공적 기관들의 긴밀한 공조가 꼽히는 이유다.

일본의 개혁은 자율이 원칙이다. 개혁의 가이드라인 구실을 한 기업지배구조·스튜어드십 코드는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연성 규범이다. 이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법 개정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과 대비된다. 과거 일본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에 관한 입법화 논의가 있었지만, 기업의 반대로 포기했다. 대신 기업지배구조 코드에 관련 내용을 명시했다.

일본도 개혁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율과 압박을 병행하는 조짐이 나타난다. 일본 전체 상장사의 자기자본이익률은 개혁 이전인 2008년 3월 8.5%에서 2025년 3월 8.9%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 기업의 20%대 초반과 격차가 크다. 또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현금+예치금)이 전 산업 기준으로 2007년 6월 145조2천억엔에서 2025년 3월 268조7천억엔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배당 등 주주환원을 확대했는데도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것은 연구개발·설비 투자가 미진했다는 얘기다. 도쿄증권거래소가 2022~2023년 발표한 시장 개편과 상장 및 유지 조건, 자본비용과 주가 의식 경영 요구는 자율에 압박을 가미하는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순자산비율이 1 미만인 기업은 개선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니시야마 겐고 선임연구원은 “개혁을 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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