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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상 시급…‘독립 규제기구’로 정치 입김 차단”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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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3회 작성일 25-06-16 10:34

“전기요금 인상 시급…‘독립 규제기구’로 정치 입김 차단” 한목소리

작성일 25-06-16 조회수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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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중순 대선 기간 중 전북 군산 유세에서 “지금도 전기요금이 비싸다고 느끼겠지만, 앞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지금은 국내 경제상황이 너무 나쁘고 민생이 어려워서 당장 손대기는 어렵다”고 한발 물러섰다. 전기요금 인상은 유권자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일종의 ‘금기어’이다. 대선후보가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 대통령이 사실상 처음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기간에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계획에 대해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오히려 비난했다. 2021년 이후 국제 연료가격 급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을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서 한전 부채가 눈덩이처럼 급증하던 시절이었다. 결국 정부는 2022년 이후 3년간 7차례에 걸쳐 산업용 요금은 65%, 주택용 요금은 34% 올렸다. 그런데도 한전 부채는 205조원에 달하고, 하루 이자만 130억원에 이른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원장 류이근)과 에너지전환포럼(공동대표 윤순진)의 공동주관으로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에서 열린 ‘전기요금 체계 개선을 위한 새 정부 정책 과제’ 토론회에서 학계·전문가·소비자·경제계·한국전력 등 참석자들은 모두 “현행 전기요금 체계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전기요금 정상화(인상)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요금 정상화가 어렵다면 로드맵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요금 결정에 정치적 요인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독립적 전문규제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전력수급과 연계한 혁신형 요금제와 지역별 요금 차등제 도입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기간에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지역별 요금 차등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 한전이 독점하는 전력 소매시장의 경쟁체제 전환(개방)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전도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 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수용 뜻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중장기적으로 한전에서 송전망을 분리해 망 중립성을 확보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논란과, 한전 대신 전력 도매시장에서 전기를 직접 구매하는 기업들의 ‘탈한전’ 움직임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가격신호 기능을 못 하는 전기요금 체계의 개선 필요성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전기요금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요금체계 정상화에 뜻을 같이하고, 새 정부에 정책 개선을 요구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토론회는 한겨레가 주최하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정의포럼’의 일곱 번째 행사로 열렸다. 발제는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이 맡았다. 토론은 전영환 홍익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 이수진 소비자기후행동 대표,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고윤주 엘지화학 전무, 천현민 한전 요금제도실장, 엄재영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과장이 함께했다. 또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최우성 한겨레 사장과 윤순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서울대 교수)가 환영사를 했다.

■ 전기요금체계 개선…가격신호 작동해야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요금 왜곡과 전력시장 영향’ 발제에서 “기존 전력시장 제도와 운영시스템은 전력산업 환경변화 대응에 한계를 보여 미래 지향적인 전력시장 개편이 시급하다”며 “전력 생산과 소비의 적정성을 유도하도록 전기요금의 가격신호 역할을 강화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 달성, 친환경 에너지 전환 촉진, 신규 사업모델 유인 확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괄원가 보상이라는 요금 산정 원칙이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며 “한전의 총괄원가와 판매수입 차이로 요금조정 요인이 발생해도 정책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일부만 반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행 전기위원회 대신 독립적 규제기관에 요금 결정과 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총괄원가 보상주의에 따라 매출원가와 판매비 등을 포함한 적정원가에 적정 투자보수를 합해 산정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요금산정 원칙 적용을 유보할 수 있는 명시적 기준 마련, 3개월마다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는 연료비조정요금의 상하한 변동폭(±5원/kWh) 확대, 원가 연동제 미적용에 따른 손실보상 명시도 제안했다. 그는 “산업용·일반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은 상대적으로 높고, 주택용·교육용·농사용 전기는 낮아 교차보조 문제가 발생한다”며 “사용용도별 원가회수율 100%를 달성하도록 단계적으로 요금을 현실화하고, 용도별 요금체계를 해외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공급원가를 반영할 수 있는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는 기본적으로 주택·산업 등 7개 용도에 따라 나누고, 부가적으로 저압·고압 등 공급전압으로 구분해 부과한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우리와 정반대로 기본적으로 공급전압, 부가적으로 용도에 따라 부과하는 방식이다.

정연제 교수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정치적, 사회적 요인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현재 경기가 안 좋으니까 미루자는 식으로 원칙과 다른 요금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요금 결정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사업자들이 전력산업에 투자할 때 신뢰성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립적 규제기관을 통한 정치권 개입의 차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준 원장은 “한전 적자를 메우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많이 올리면서, 주택용 요금보다 더 비싸졌다”며 “제조업 10곳 중 4곳은 전력 도매시장에서 직접구매, 자가발전 같은 새로운 전력조달 방식을 고려하고 있고, 최근 들어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매하는) 직접 PPA 계약도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고윤주 전무는 “글로벌 경영 환경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석유화학·철강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전기요금 비중이 7.5%에서 10.7%로 높아졌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요금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달라는 것”이라며 “요금 변경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먼저 수립하면 기업이 투자계획을 세우고 결정을 내리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금 인상 때 이해관계자에게 의견을 듣는 프로세스를 마련해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구매에 대한 법인세 공제, 보조금 지급, 전기요금 할인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도 요청했다. 한편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2023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평균과 비교할 때 주택용은 63%, 산업용은 76%로, 여전히 낮은 편이다.

■ AI·IT 활용 혁신형 요금제…지역별 차등 요금·전력망 분리 제안

석광훈 전문위원은 ‘국내 전력산업의 대내외적 위기와 기회’ 발제에서 선진국의 경우 시간과 지역에 따른 요금 차등화 등 혁신형 요금제 시행으로 지역·시간대별 전력수급 균형, 지역별 전력 불균형 완화, 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한 전력시스템 불안정 최소화, 소비자의 합리적 전력소비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웨덴은 2011년부터 전국의 도매전력 입찰시장을 4개로 분리했다”며 “도매 전기요금 차등화는 150여개 소매 전기사업자를 통해 다양한 지역·시간별 소매요금 차등화로 이어졌고, 남부 소비자들의 경우 변동형 전기요금제 선택 비율이 66.6%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기가 부족한 SE4 지역(남부 수도권)의 소매요금은 전기가 남아도는 SE1 지역(북부)에 비해 28%(고정요금 기준) 비싸다. 남부 소비자들은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는 전기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증가해 요금이 낮아지는 시간대에 전기사용을 늘렸다. 석 박사는 “전기요금이 싼 북부지역은 전기화 설비 투자가 늘어나고, 반대로 요금이 비싼 남부지역은 수요 억제와 생산설비의 북부 분산이 발생했다”며 “2030년대 초에는 남북 간 전력균형 달성 전망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석 전문위원은 영국의 혁신용 전기요금제 사례로 재생에너지 판매회사인 옥토퍼스에너지를 소개했다. 2015년 설립한 옥토퍼스는 2023년말 기준 고객이 680만호로 영국 전력시장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옥토퍼스의 성공 비결에는 AI에 기반한 정보통신기술(크라켄)을 활용해 고객여건과 시간에 따른 72개의 다양한 변동형 요금제 도입이 있다”며 “크라켄이 재생에너지의 정교한 수급 예측, 전력망 최적화를 통한 망건설 비용과 시간 절약, 최저 소매요금 달성을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석 전문위원은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시간·지역에 따라 정교하고 투명하게 변동하는 혁신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전이 독점하는 전력 소매시장의 개방 없이는 옥토퍼스 같은 혁신적인 전기사업자의 출현이 불가능하다”며 “한전 독점은 전력시장의 신규진입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의 전력 부족과 전압 불안정 문제도 지역별 요금 차등제를 통한 수도권 전력수요의 지방 분산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변동성이 큰 태양광과 경직성 전원인 원전의 충돌문제 역시 공급 쪽은 양수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수요쪽은 IT와 AI를 활용한 혁신 요금제 도입 같은 양방향 유연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력시장과 관련해 전문 규제기관 설립, 전력망-판매 사업 분리, 판매경쟁 및 요금 자율화는 OECD 회원국들의 공통적인 표준인데, 한국과 멕시코만 예외”라고 지적했다.

정연제 교수도 “최근 재생에너지가 많이 증가하며 낮 시간대 계통 변동성이 커지면서, 우리도 시간대별 요금제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준 원장은 “앞으로 다양한 전기 요금제나 도매전력 구매절차 간소화 등 기업의 전력구매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집약적인 사업장 및 설비의 지방이전이 가능하도록 합리적인 요금 차등화, 세액 공제나 세제 혜택, 규제 개선과 같은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 한전, 전력 소매시장 개방에 찬성

천현민 한전 실장은 “전기요금 정상화는 비단 한전의 적자 개선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만연해 있는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구조 개선, 국가 전력망 확충을 통한 핵심 산업 기반 조성, 에너지 신기술 투자를 통한 미래 성장산업 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요금 체계 개선을 위해 연료비조정 주기 단축, 상하한 변동폭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출력제한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할 수 있도록 계절·시간대별 차등요금제 개선, 한전 예산으로 시행하는 특례 할인제도 최소화, 용도별 요금체계의 전압별 체계로 전환도 과제로 제시했다. 천 실장은 전력 소매시장의 경쟁체제 전환에 대해 “판매 경쟁이 국가 전체적으로 편익이 크고, 그 편익을 전 국민이 누릴 수 있다면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건전한 경쟁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엄재영 산업부 과장은 “전기요금 체계가 전반적으로 후진적이고 낙후됐다는 지적을 잘 새겨서 업무개선을 할 때 반영하겠다”며 “다만 총괄원가보상 원칙을 너무 경직적으로 적용하면 국민의 요금 부담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또 “전력 도매시장 직접구매 제도의 목적은 무조건 사업자의 요금 부담을 낮추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시장참여자는 전력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의 변동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별 요금 차등제와 관련해 모든 수요자가 공정하게 비용을 지불하도록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전의 판매독점과 관련 “전반적인 전력산업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먼저 성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진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를 직접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만 매우 제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리서치와 기후솔루션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재생에너지 전기를 위해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며 “정부가 전력구조 개편을 할 때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김효진 보조연구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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