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지역에서 회복한 영국 ‘프레스턴 모델’의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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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지역에서 회복한 영국 ‘프레스턴 모델’의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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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경제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전해져야 한다. 지역의 리더들이 오랫동안 해야 하는 설득 작업은 지역 개발을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다.”
매슈 브라운 영국 프레스턴 시의회 의장은 23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의 오후 분과 세션에서 지역 회복을 위한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무엇보다 설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슈 브라운 의장은 ‘지역의 미래 : 회복력 강화를 위한 정책 실험과 성과’ 세션의 기조발제를 영상으로 진행했다.
영국 북서부 지역의 소도시 프레스턴은 과거 산업혁명 이후 발달했지만, 1970년대부터 제조업 쇠퇴,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중앙 정부가 긴축 재정에 나서면서 지역이 쇠락하는 위기를 겪었다. 일자리 감소로 실업률과 빈곤율, 자살률 등이 치솟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투자를 유치해 대규모 도심 개발 프로젝트 ‘타이드반’을 추진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투자자들이 철수했다.
2010년대 들어 프레스턴 시의회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새로운 지역 발전 전략을 추진한다. 먼저 시의회 직원 등을 대상으로 공공부문에서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이를 지역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또한 시 정부의 공공구매와 도시재생 과정에서 투입된 예산이 최대한 지역기업으로 향하도록 했다. 이렇듯 지역순환형·민주적 경제시스템의 구축은 빈곤율·실업률 감소 등으로 이어져 도시 회복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동체 자산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프레스턴 모델’은 이렇게 등장했다.
매슈 브라운 의장은 “민주적 경제시스템을 만든다는 게 반드시 모든 일을 공공이 다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지역의 회복력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노력해 지역 주민과 기업들이 경제활동에서 혜택을 보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레스턴의 사례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지역 소멸 등 절박한 위기에 처한 한국의 지역에도 시사점을 준다. 이어진 라운드테이블에선 경기 광명·화성·안성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 역량을 어떻게 활용해 실제 성과를 냈는지 사례가 공유됐다. 토론은 강현수 중부대 도시행정학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박성원 경기 광명시장은 지난 2020년 처음 문을 연 ‘광명자치대학’을 언급하며 “실질적인 지역의 공동체 회복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활동가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시민들이 정책을 제안하는 등 후속 활동을 이어가면서 시정에 함께 참여한다. 주민 자치와 평생학습, 참여를 통해 지역 회복력을 높이는 모델인 셈이다.
경기 화성특례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지역 화폐를 발행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지역 화폐를 지역경제에 대한 투자로 접근했다”면서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이 증가한 것은 물론, 시 재정 투입 대비 평균 3.14배의 승수효과가 일어나는 등 직간접적인 효과도 컸다”고 짚었다.
지역사회 문제들을 민관과 사회적 경제조직이 협력해 해결한 사례도 소개됐다. 김보라 경기 안성시장은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 아침 간편식’ 사업을 소개했다. 청소년에겐 균형 잡힌 음식을 제공하는 한편,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판매처를, 또 사회적 경제 기업은 가공을 통해 수입을 얻는 모델이다. 지난해 3개 학교에서 시범사업을 했던 학생 아침 간편식은 올해 11개 학교로 확대됐다.
지정 토론자로 참석한 김재경 ‘커뮤니티와 경제’ 소장은 “광역·기초단체와 지역대학, 혁신도시 등에 있는 공공기관,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 등 공공조달을 할 수 있는 기관들이 모여 지역 순환 경제 실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맺고, 지자체가 지역 물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구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시범사업을 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협치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도 강조했다.
서재교 우리사회적경제연구소 소장은 “지역 회복력은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정책들이 중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정책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반드시 시민 참여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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