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방치 하수처리장, 성남 ‘물빛정원’으로 재탄생
페이지 정보

28년간 방치 하수처리장, 성남 ‘물빛정원’으로 재탄생
본문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28년간 방치되어 있던 하수처리장이 지난 6월 복합문화공간 ‘성남 물빛정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만 6400㎡ 규모의 이 하수처리장은 용인·수지 지구의 생활하수처리를 위해 지난 1997년에 지어졌다. 하지만 구미동 주민들은 1992년 건설된 고압 송전탑에 이어 하수처리장, 그리고 액화석유가스 차량 충전소까지 ‘혐오시설’로 불리는 공공시설들이 줄지어 건설되는데 크게 반발했다. 결국 하수처리장은 28년간 가동되지 못하고 버려져 도시의 흉물이 되다시피 했다. 그곳이 3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2025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에서 성남시는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쾌적한 주거 환경 인프라를 마련한 점에서 전국 10대 기초지자체 중 네 번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미동 하수처리장 도시재생사업은 주민 참여와 소통이 두드러진 대표적 사례다. 성남시는 하수처리장 부지 활용 방향을 주민이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사업 추진 전 과정에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명칭 선정에서부터 시설 구성까지, 주민 대표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운영했다. 올해 초 이름을 짓는 시민 공모에는 1400건이 넘는 제안이 접수됐다. 이를 통해 맑은 물이 흐르는 정원이란 뜻의 성남 물빛정원이란 이름이 지어졌다.
성남 물빛정원은 산책로, 음악홀, 카페, 미술관 등 다양한 휴게·문화 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이뤄졌다. 시는 기존 하수처리장의 골조를 보존하며 부지를 끼고 흘러가는 탄천과 동막천의 자연경관을 살려 친환경 재생 공간을 만들었다. 6월에 두물길 산책로가 주민들에게 개방되었고, 7월에는 음악홀과 카페가 문을 열었다. 성남 오리역이 가까워 많은 주민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구미동 하수처리장과 더불어 성남시는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자연 친화 도시 조성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지난 6월 구미동 인근의 탄천과 동막천 일대에 1급 멸종위기 수달 서식지 조성했다. 올해 초, 16건의 수달 흔적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시는 성남환경운동연합과 2차례 협의를 통해 수달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여 2m 길이의 땅속 이동 통로를 내는 방식으로 서식공간 확보에 나섰다. 매년 네 차례 수달 서식처를 관찰하고, 탄천 및 동막천 수질 관리를 강화해 수달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가꿔나가기로 했다.
재활용 수거를 비롯해 자원순환 및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 성남시가 2019년 전국 최초로 ‘자원순환가게 re100’제도를 운영하게 된 배경이다. 시는 자원순환가게로 시민들이 캔,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1kg당 50~600원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 포인트는 현금처럼 쓰거나 쓰레기봉투 등 생활필수품으로 교환할 수 있게 했다. 2019년 6월 성남 수정구 신흥2동에 처음 문을 연 자원순환가게는 올해 총 23곳까지 늘었다. 2019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0만1687명이 참여해 약 806t의 폐기물을 재활용했고, 2억 114만원가량을 시민보상금으로 지급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도시와 행정, 환경과 산업 전반에서 회복탄력성을 시정 철학으로 삼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도시의 회복력은 곧 시민 삶의 복원력’이라는 신념을 갖고 지속가능한 도시 전환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장 ekpark@hani.co.kr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올해 처음 발표한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는 환경·경제·사회 등 3대 영역과 10개 부문, 38개 세부지표를 바탕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성과 위기 대응 역량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지역 회복력이란 지역이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는 역량을 뜻한다. 단순히 경제성장이나 인구 규모 중심의 기존 지자체 평가와 달리,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위기 대응 역량, 그리고 공동체의 참여와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5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 시상식은 오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진행된다.

수상소감: 신상진 성남시장
성남시는 수도권 대표 1기 신도시로서 안고 있는 다양한 도시문제를 시민과 함께 해법을 찾아왔습니다. 낡은 하수처리장을 복합문화공간인 ‘성남물빛정원’으로 재생하고, 도심 탄천변에 멸종위기 수달 서식처를 조성하는 등 친환경 시민의 쉼터를 조성해왔습니다. 재정 혁신, 지역 순환경제, 교통개선, 탄소중립, 디지털 복지까지 성남의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첨단과 복지, 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회복력 도시’를 만들도록 힘쓰겠습니다.
관련링크
-
한겨레 관련 기사 링크주소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23999.html
3회 연결
- 이전글성동구, 경제 성장·사회적 책임 결합한 ‘혁신모델’ 성공 25.10.20
- 다음글내일의 유니콘 기업 키운다, 지역경제 밑돌 ‘수원새빛펀드’ 2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