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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공구골목, 청년 창업가들과 상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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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9회 작성일 25-10-13 09:41

100년 공구골목, 청년 창업가들과 상생하다

작성일 25-10-13 조회수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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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21일, 대구 북성로 한복판 무영당 3층. 일제강점기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최초의 백화점에서 ‘아트지 올데이 뮤직파티(ARTGEE ALL DAY MUSIC PARTY)’라는 복합 문화 이벤트가 펼쳐졌다. 100년 가까운 세월을 견뎌낸 붉은 벽돌 건물 안에서는 음악공연과 로컬 브랜드 팝업스토어, 그리고 청년 창업가·예술가들이 함께한 패션쇼 퍼포먼스 등이 진행됐다. 무영당이라는 근현대 유산이 협업 무대가 된 것이다.

이날 북성로 청년창업클러스터에 입주한 김민재 큐리드(KURIED) 대표도 패션쇼에 참여해 북성로 공구골목에서 받은 영감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공구상들이 트렌치코트를 입는다면 어떤 느낌이 날까, 이러한 상상력으로 작업복에 사용하는 원단으로 오피스룩을 만들었습니다.”

연면적 990.93㎡, 지상 4층 규모인 대구 중구 북성로 청년창업클러스터 외관 모습. 대구 중구 제공
연면적 990.93㎡, 지상 4층 규모인 대구 중구 북성로 청년창업클러스터 외관 모습.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 북성로 청년창업클러스터 내부에 입주기업을 소개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대구 중구 북성로 청년창업클러스터 내부에 입주기업을 소개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도심 쇠락에 맞선 북성로 상생 프로젝트

대구 중구 북성로는 1950년대부터 전국 최대 공구골목으로 이름을 날렸다.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1990년대 이후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지난해 2월 북성로 86-5번지에 청년창업클러스터가 문을 열며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이곳은 청년 창업자와 지역 상인이 함께 어우러져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 공간이다.

연면적 990.93㎡, 지상 4층 규모인 클러스터는 혁신적인 아이템을 가진 지역 청년, 로컬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입주기업을 선발했다. 이일용 클러스터 센터장은 “지역 상인과 청년 창업자의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해 입주 기업 선정에 특별히 주목했다”며 “초기 입주자를 받을 때부터, 이 지역과 연계해 색다른 아이템을 가진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자연스럽게 상인들과 협업할 수 있도록 우선으로 선발했다”고 말했다.

현재 9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데, 이들에는 공간 무상 제공, 사업화 자금 지원, 맞춤형 교육, 컨설팅, 지역민-청년 창업자 협업 프로젝트 참여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건물 내부에는 상점, 오피스, 공용 교육실, 미디어실, 회의실, 전시관 등 창업 활성화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첫 아이템이 대구에서 나는 원단을 활용해서 작업복을 만드는 거였어요. 공구 골목인 북성로를 현장 답사 차원에서 조금 걸었는데 청년창업클러스터 건물이 지어지고 있더라고요.”

김민재 대표는 북성로 청년창업클러스터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대구 창업허부에 입주 공간 지원 사업 공고가 나자마자 지원했다. 입지 조건, 무엇보다 전통 상권과 청년 창업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보였다.

청년 창업자와 지역 상인이 어우러지는 대표적 사례는 매년 10월에 열리는 ‘북성로 골목 활성화 스타트업 축제’다. 라이브커머스, 제품 경매, 홍보 챌린지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창업자들에게는 제품 홍보와 소비자 반응 조사 기회를, 지역 상인들에게는 상권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한다. 이일용 클러스터 센터장은 “청년창업기업과 기존 상인들이 만나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행사는 10월17~18일 대구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공원에서 개최된다. 입주기업 9곳, 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 5곳, 교육 참여 기업까지 총 20곳이 부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 자금지원, 공간지원이라는 기본 창업보육 서비스에 지역 상생 프로그램이 더해져 클러스터의 의미가 더 깊어졌다.

이러한 상생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북성로 일원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의 협력이 있었다. 2022년 9월 설립된 협동조합은 청년창업클러스터 운영을 위탁받아 공구골목과 청년 창업가들이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이사이기도 한 이일용 센터장은 “창업이란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렇기에 지역 주민들과 청년 창업자 사이에서 끈이 만들어지는 순간, 진짜 상생의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섬유공예가 고금화씨와 김민재 큐리드 대표, 박상조 디자이너. 지난 9월27일 대구 북구 산격동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에서 열린 ‘2025 제36회 대구컬렉션’에 참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섬유공예가 고금화씨와 김민재 큐리드 대표, 박상조 디자이너. 지난 9월27일 대구 북구 산격동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에서 열린 ‘2025 제36회 대구컬렉션’에 참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년 창업가와 공예 명장의 콜라보

청년 창업자가 스스로 상생 모델을 발굴해내기도 한다. 김민재(25) 대표는 북성로에서 아트갤러리 ‘박물관이야기’를 운영하는 섬유공예가 고금화(64) 작가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고 작가는 섬유공예의 예술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대표적인 예술가다. 그는 2015년 북성로 공구골목에 복합문화공간 ‘박물관 이야기’를 열고, 이곳에서 1층 카페와 아트숍, 2층 갤러리와 박물관을 운영하며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왔다. 또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해 도시재생의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지난 9월27일 대구 북구 산격동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에서 김 대표와 고 작가를 만났다. 이날 ‘2025 제36회 대구컬렉션’이 열렸는데, 김 대표의 브랜드 쇼에 고 작가가 응원차 방문한 터였다.

―협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민재: “저는 옷을 만들고, 고 작가님은 섬유 공예를 하시기에, 우리는 천을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분야의 특징이 합쳐지면 좋은 전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협업을 준비하나?

고금화: “박물관이야기 2층의 갤러리에선 10년 전부터 초대전, 기획전, 대관전을 해왔어요. 이번에는 패션 디자이너의 작품인 옷뿐만 아니라 드로잉, 습작 등 작업 과정을 전시해보고 싶어요. 옷을 만드는 과정, 재단했던 것들을 중심으로요.”

김민재: “최근 패션 업계에서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을 중심으로 해서 ‘푸드&베이커리’와 결합하는 사례가 많은데요. 패션과 커피가 결합하고, 패션과 섬유 공예가 결합하는 걸 시도해보면 흥미롭겠다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

김민재: “박물관이야기 1층 카페의 단골이에요. 커피를 좋아해서 클러스터에 입주하자마자 매일 커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찾았는데요. 1층 카페가 아침 일찍 문을 열어서 자주 가게 됐어요. 왕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2층을 올라가게 됐고, 1층은 현대식인데, 2층은 한옥 느낌으로 완전 달라서 푹 빠졌어요.”

―청년 창업가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소감은.

고금화: “청년들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좋고, 그런 시도를 응원합니다. 이들과 도시의 전통과 재생을 함께 고민하면서, 북성로를 더 활기차게 만들어갈 거라 생각해요.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북성로 골목 활성화 스타트업 축제’ 모습. 올해는 10월17~18일 대구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공원에서 열린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북성로 골목 활성화 스타트업 축제’ 모습. 올해는 10월17~18일 대구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공원에서 열린다.

과거의 유산 위에 쌓이는 미래의 꿈

북성로 청년창업클러스터의 협업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옛 백화점 무영당에서 열린 ‘아트지 올데이 뮤직파티’에서부터 박물관이야기에서 펼쳐지는 협업 전시, 골목의 스타트업 축제까지, 북성로는 과거의 유산 위에 미래의 꿈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우리 동네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지방정부, 시민사회, 그리고 주민이 함께 참여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현장을 찾아 소개하는 기획입니다. 지역 구성원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더 나은 공동체로 성장해가는 생생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마을기업, 사회적경제, 청년·여성·노인 등 다양한 주체가 환경·문화·교육·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힘을 모으는 협력 프로젝트, 그리고 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우리 동네의 특별한 현장, 꼭 알리고 싶은 공동체가 있다면 제보해 주세요. 동네 이름, 추천 이유, 간단한 소개(사람·단체·프로젝트 등)를 ejung@hani.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글·사진 정은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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