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통합협력 ‘맞춤돌봄’…대전 유성엔 마을공동체 20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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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통합협력 ‘맞춤돌봄’…대전 유성엔 마을공동체 20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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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올해 처음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를 발표했다. 환경(30점), 경제(30점), 사회(40점) 등 3대 영역에서 10대 부문, 38개 세부지표를 평가해 종합점수를 산출했다. 광명시가 종합 1위를 차지했고, 경기 수원시, 광주 북구, 경기 성남, 서울 성동구, 경기 하남, 대전 유성구, 대구 중구, 경기 여주, 경북 포항 뒤를 이었다.
“혼자 병원 방문이 힘드시니까 동행과 방문간호 서비스를 신청하고요.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간식 배달과 이웃지킴 서비스도 추가하도록 해요.”
“치매안심센터의 치매 검사 결과에 따라, 장애 등급 절차를 밟도록 지원하면 의료 돌봄 서비스로 연계할 수 있어요.”
지난달 23일 광주 북구 오치동 오치복합커뮤니티센터 1층 회의실에서 광주 북구청 통합돌봄지원팀 이하나 주무관과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임유경 상담사가 오치동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박수연(가명·68)씨의 사례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박씨는 퇴행성 관절염, 2년 전 뇌종양 수술의 휴유증을 앓고 있는 1인 가구로,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이나 병원 방문을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각 기관에서 모인 통합돌봄 담당자들은 연계 가능한 돌봄 서비스 항목을 검토하며 지원과 운영계획을 세워나갔다. 이진선 북구청 통합돌봄팀장이 말했다.
“박수연씨가 요청하신 타이머콕(가스 자동안전차단기) 설치와 반찬 지원 서비스를 지원하려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직접 방문해야 해요. 그때 병원 동행과 방문간호를 안내하죠. 이후에 치매 검사 절차에 따라 의료 돌봄 서비스로 연결해 드리면 되고요. 복지관의 1인 가구 프로그램도 같이 알려드려서 이웃 주민과 관계를 맺도록 하면 좋겠어요.”

경제·사회 인프라가 지역 회복력 주도
광주 북구청 통합돌봄과가 주관하는 통합돌봄 사례관리 회의는 매달 오치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다. 이 회의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오치동행정복지센터, 용봉동행정복지센터, 오치사회복지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 6개 기관 담당자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주거복지사와 케어매니저가 오치동과 용봉동의 공공임대단지 등에서 발굴한 돌봄 대상자들에게 적합한 복지 서비스를 함께 논의하며,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이진선 팀장은 “기존처럼 복지 서비스가 여러 기관을 거쳐 복잡하게 전달되는 방식을 벗어나, 지역 사회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협력 체계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북구는 지역 사회와의 유기적 협력, 사회적 경제 활성화, 촘촘한 복지 인프라 등으로 ‘2025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에서 종합 3위에 올랐다. 사회 영역에서는 30점 만점에 27.3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비율(14.04%)과 마을공동체 활성화 조례 제정 등으로 경제·사회 영역 모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광주 북구 사례처럼 지역 특색을 살린 회복력 모델이 눈에 띄었지만, 전국적으로는 수도권에 회복력 우수 지자체가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올해 평가에서 상위 10곳 중 6곳이 수도권(경기도 광명시, 수원시, 성남시, 하남시, 여주시, 서울 성동구)에 몰렸다. 비수도권에서는 광주 북구, 대전 유성구, 대구 중구, 경북 포항시 등 4곳만이 포함됐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안정적인 인구 구조와 경제·사회 인프라, 그리고 공동체 중심의 사회연대경제 정책이 잘 갖춰진 데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이 주거, 사회복지 등 사회 안전망이 상대적으로 탄탄하고, 다양한 지역 사회 프로그램과 사회적 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비수도권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지역은 대전 유성구로 주민 주도로 운영되는 마을 커뮤니티 공간이 회복력의 핵심으로 꼽혔다.
유성천을 따라 걷다가 온천2동 골목 상가 안으로 들어서면, 노란 베이지색의 2층 건물 ‘안녕센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녕센터는 2018년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진 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주민들이 설립한 ‘안녕마을 마을관리 사회적 협동조합’(안녕사협)이 시설 관리와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근에는 청년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청년마을 여기랑’이 있다. 이곳에서는 업사이클링, 3D 모델링, 영상 제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역량을 키우고, 마을 콘텐츠를 창작한다. 청년과 마을을 잇는 접점인 셈이다. 최영준 연세대 교수(행정학)도 “외부 기업과 투자 유치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경제 선순환을 통해 주민 소득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환경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0대부터 80대까지 드나드는 동네 복덕방
유성구에는 총 20곳의 마을 커뮤니티 공간이 운영된다. 이들 공간은 주민을 위한 교육·문화 프로그램부터 유치원 및 초등학생을 위한 틈새 돌봄 서비스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김효임 안녕사협 이사장은 “마을 커뮤니티 공간은 주민들이 교류하고 마을의 일상을 나누는 동네 복덕방 역할을 한다”며 “10대 청소년부터 70~8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마을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김성동 유성구 마을공동체팀장은 “마을자치는 주민들이 마을의 공간에 애정을 갖고, 마을에 관심을 갖는 데서 출발한다”며 “마을 거점 공간을 통해, 주민들이 교류하고 지역의 일을 함께 해결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했다.
상위 10위 지자체들은 경제, 사회 영역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환경 영역에서는 결과가 엇갈렸다. 탄소중립 정책의 유무와 실행을 평가한 ‘탄소중립’ 부문, 대기·수질 등 환경오염과 온실가스 체감도를 평가하는 ‘환경오염’ 부문에서 일부 지자체가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수도권 지자체들의 경우, 높은 전력 소비량에 비해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에너지 전환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며 “올해부터 기초지자체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 공개가 의무화되면서,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탄소중립 정책 수립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대전/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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