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가 시장 친밀감 높여” “생활밀착 재활용 정책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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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가 시장 친밀감 높여” “생활밀착 재활용 정책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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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경제, 사회, 환경 세 영역별 회복력을 평가한 결과, 경제는 화성시, 사회는 구리시, 환경은 김해시가 각각 최상위권에 올랐다. ‘2025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에서 두각을 나타낸 도시들을 찾아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025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 보고서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행정리에 있는 서점 ‘학우당’은 60년 넘게 발안만세시장을 지켜온 동네 터줏대감이다. 한때 온라인과 대형 서점의 공세에 밀려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지만, 2019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지역화폐로 문제집을 사 가는 학부모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서점에 다시 활기가 돌았다.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시기에도 지역화폐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송진호 학우당 대표는 지난 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지역화폐가 시장에 대한 접근성과 친밀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경제 영역 1위 화성, 지역화폐로 경제순환
올해 6500억원 규모로 발행되는 ‘희망화성지역화폐’는 지역 경제 순환의 마중물 구실을 하고 있다. 발행액 기준 경기도 1위, 전국 2위에 오른 이 지역화폐는 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쓸 수 있고, 10% 할인 혜택까지 제공돼 가입자 73만여명과 가맹점 3만여개를 확보했다.
경제 영역에서 1위를 차지한 화성시는 대부분의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인구 100만명을 돌파하며 올해 특례시로 지정됐고,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1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2021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은 91조417억원으로,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 등 대기업과 22개 산업단지, 2만7천여개 기업체가 시 전역에 분포해 있다.
그러나 화려한 경제 성과 이면에는 신도심과 구도심 간의 격차라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2023년 화성시 주민세 총액 1037억원 중 525억원(50.6%), 지방소득세 8760억원 중 5097억원(58.2%)이 동탄·반월 등 심도심 지역에서 걷혔다. 반면 향남읍 등 구도심 소상공인들은 “손님이 없다. 돈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신도심·구도심 간 경제적 불균형이 뚜렷해지자, 화성시는 지역 내에서 돈이 돌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핵심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지역화폐다. 장주철 화성시 경제정책팀장은 “우리 지역에서 번 돈이 다른 도시나 온라인 쇼핑몰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내 가게와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환경 영역 2위 김해, 생활밀착형 환경정책
지난달 12일 경남 김해시 외동에 있는 김해지역자활센터 ‘온새미로’ 사업장에 방문했을 때 고무장갑과 위생모, 무릎까지 오는 앞치마를 착용한 직원들이 장례식장에서 수거해 온 다회용기를 꼼꼼히 세척한 뒤 소독기에 넣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 75리터짜리 다회용기 수거함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2021년 8월, 김해시는 관내 14개 민간 장례식장과 다회용기 사용 협약을 체결했다. 장례식장이 단일 공간 중 일회용품 사용량이 가장 많다는 환경부 조사에 착안한 조처다. 김해시는 기존 일회용품 가격으로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수거와 세척 등 운영은 온새미로에 맡겼다. 현재 온새미로에는 20명의 취약계층 노동자가 월 14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다.
김해시는 환경 영역에서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플라스틱 조화 근절, 행정용 현수막 친환경 소재 전환 등 일상과 밀접한 환경정책을 적극 추진하며 주목받았다. 2022년 김해시는 전국 최초로 공원묘지 내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플라스틱 조화는 대부분 수입인데다 관리가 어렵고,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 정책은 다른 지자체와 국가보훈부에서도 벤치마킹했다. 2023년부터는 행정용 펼침막을 친환경 소재로 전환했고, 올해는 민간 상업용도 친환경으로 바꾸면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치균 김해시 자원순환과장은 “시민들의 일상과 맞닿은 것부터 바꾸려 했다”며 “쓰레기가 소중한 자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연속성 있는 시스템과 순환 구조를 갖추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 사회 영역 1위 구리, 다문화정책으로 사회통합
“예전에는 공장이나 마트에 주로 다녔어요.”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외국인력팀에서 근무하는 이가윤(35)씨는 “사무직 일자리는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주변에서 응원해줘서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15년 전 캄보디아에서 경기도 구리시로 이주한 그는 구리시가족센터에서 한국어와 직업 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왔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구리시청 공공근로를 시작으로 보건소 콜센터에서 일했고, 이후 고용부로 일자리를 옮겼다. 15일이면 근무 1년을 맞는다.
구리시는 결혼이민자가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2023년 시청 기간제 노동자로 결혼이민자를 채용하고, 관내 기업과 연계해 정규직에 취업하도록 했다. 산하 기관에서는 결혼이민자 인턴제도도 운영 중이다. 윤성은 구리시가족센터장은 “청년 세대인 결혼이민자들이 단순노동에만 머문다면 사회적 손실”이라며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사례가 다른 결혼이민자들에게 새로운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리시는 사회 영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문화정책이 지역사회의 포용성과 다양성, 회복력을 높이는 선순환을 이끈다고 평가받았다. 다문화가정 자녀 맞춤 언어발달 교육과 더불어 유치원과 학교에서 결혼이민자의 모국 문화를 체험하도록 해 지역사회 내 다문화 인식 개선에도 힘써왔다. 구리전통시장 내 교류소통공간 ‘다가온’과 여성행복센터의 결혼이주여성 취·창업 플랫폼 ‘다공방’ 등도 운영한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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