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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별의 순간이라기보단 시민들 입소문 덕분…변화의 무게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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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7회 작성일 25-12-15 08:55

정원오 “별의 순간이라기보단 시민들 입소문 덕분…변화의 무게감 느껴”

작성일 25-12-15 조회수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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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유력한 여권 서울시장 후보로 밀어 올린 성수동의 성공에는 ‘소셜벤처’가 있다. 민간의 창의와 유연성, 시장원리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도시를 실험 무대로 삼은 사회혁신 기업가들이 성수동을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이 ‘소셜벤처 벨리’에서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청년,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발굴하는 사업가, 지역 공동체와 협력하는 기업가들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협업했다. 이들이 발산하는 활력에 끌려 사람들이 모이고 기업이 들어왔다. 2024년 기준 성수동에는 소셜벤처 관련 기업과 조직 약 500여 곳이 활동 중이다.

성동구가 꽃피운 소셜벤처 모델은 도시문제 해결과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확산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사회연대경제기본법)의 연내 국회통과가 관심인 가운데 소셜벤처 기반의 사회적경제를 지역 발전에 잘 활용한 정구청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12일 오전 서울시 성동구청장실에서 했다.

그는 “오늘날 성수동 브랜드의 핵심은 더는 ‘힙한 거리’에 있지 않다” 라며 ”소셜벤처가 뿜어내는 사회혁신의 가치, 여기서 비롯된 창의성과 공동체성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해외언론이 성수동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중 하나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 독특한 소셜벤처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었나?

“행정이 무슨 계획을 갖고 설계한 게 아니다. ‘루트임팩트’나 ‘소풍벤처스’ 같은 민간 플랫폼과 투자자들이 모여 자생적으로 생겨난 풀뿌리 생태계였다. 2014년 무렵부터 성수동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청년 사회 혁신가들이 하나둘 모였다. 공유 오피스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엮이며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 낡은 공장지대에 청년들이 모여드는 걸 보고 재개발로 헐어내려던 곳을 도시재생 구역으로 바꾼 건가?

“처음에는 왜 모이는지 이유를 잘 몰랐다. 그런데 관찰하니 성수동 낡은 공장지대의 저렴한 임대료와 독특한 분위기가 레트로 감성의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걸 발견했다. 성수라는 지역의 잠재력을 발견한 것이다. 우리의 성공비결은 가만히 흐름을 살핀 것이다. 그리고 성수에 새롭게 진입한 문화예술인, 창작자, 스타트업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낡아 보이는 공장과 창고 건물이야말로 성수동만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이를 보전하면서 리모델링하면 도시의 매력이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수의 사례가 특별한 것은 계획이 아닌 발견에서 출발한 것이다. 관찰하고 대화하고 전문가와 상의하고 사색해서 정책을 만들었다.”

― 이런 잠재력을 발견하고 성동구는 무얼 하기로 했나?

“이 에너지를 지키는 게 공공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청년 창업가를 도시정책의 새로운 파트너로 간주하고 제도적 기반을 통해 뒷받침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성동구는 소셜벤처가 단순히 착한 기업이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라는 데 주목했다. 이들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행정은 철저한 조연이자 조력자였고, 주체는 기업, 주민, 다양한 이해관계자였다. 우리는 이를 ‘물길을 터주는 행정’이라 부른다.”

― 구체적으로 어떤 생태계인가?

“2017년 전국 최초로 ‘소셜벤처 육성 및 지원조례’를 만들고 전담 부서와 지원예산을 편성했다. 자금이 부족한 기업을 위해 성동구와 민간이 함께 투자한 ‘성동 임팩트펀드’를 2020년 20억원, 2022년 3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또 혁신가들이 만나고 협업하는 네트워킹의 장으로 매년 ‘소셜벤처 엑스포’라는 무대를 열었다. 올해 6월에는 ‘타운매니지먼트’도 가동했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망라해 이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지역운영 모델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0일 성동구 ‘펍지성수’ 에서 자신의 책 ‘성수동- 도시는 어떻게 사랑받는가’ 출간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성수동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봉현 연구위원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0일 성동구 ‘펍지성수’ 에서 자신의 책 ‘성수동- 도시는 어떻게 사랑받는가’ 출간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성수동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봉현 연구위원

―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을 세운 것도 사회 혁신가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것이라는데.

“소셜벤처가 성장해 지역 가치를 높이면 임대료가 올라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역설을 막기 위해 건물주와 자발적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상생협약’을 맺었다. 또 공공기여를 통해 ‘성동 안심상가’를 조성하는 등 저렴한 임대료로 업무 공간을 제공해 청년들이 마음 편히 혁신에 전념할 수 있게 도왔다”

― 모든 지자체가 기업을 끌어오기 위해 뛴다. 그래야 고용도 늘고 인구도 늘어난다는 건데, 성동구에는 큰 기업들이 찾아들어 오는 것 같다.

“지자체가 기업유치 위해 세금도 감면하고 하는데 잘 안 온다. 왜냐면 똑같이 하기 때문이다. 초창기 성수동 개발을 고민할 때 미국의 도시연구가 리처드 플로리다의 책 ‘창조계급의 부상’을 읽고 영감을 받았다. 요지는 ‘기업이 있는 곳에 사람이 오는 게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곳에 기업이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별적 경쟁을 하려면 사람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어디 젊은이가 모여있나 관찰했더니 문화 쪽도 있지만 소셜벤처 창업자들이 모이고 있었다. 소셜벤처와 성수동이 활성화되니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따라왔다. 무신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 현대글로비스, 크래프톤, 젠틀몬스터 같은 큰 기업들이 성수동으로 본사를 옮기거나 건물을 신축 중이다.”

― 소셜벤처의 정신이 ‘성수다움’이라고 했는데

“성수다움이란 포용과 혁신의 공존이다. 소셜벤처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나온다. 소셜벤처가 있으니 기업들이 오고 여기서 만들어진 기업문화가 성수동 전체 문화로 확산한다. 포용하고 혁신하는 기업문화다. 여기 입주한 대기업도 기존 소상공인과 협업하고 뭐라도 도와주려 한다. 성수동의 문화가 그렇다.”

―성동구의 행정으로도 확산하나?

“성동구에는 ‘스마트 포용도시’라는 슬로건으로 구체화한다. 함께 행복하기 위해 포용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가장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는 거다. 전국 최초로 성동구가 도입해 지금은 보편화한 스마트쉼터(냉난방, 와이파이가 되는 버스 대기쉼터)가 한 예이다. 또 서해 도서의 강설 상황을 보고 1시간 30분 뒤에 성동구에 내릴 눈을 고려해 미리 대비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하면 지역이 위기에 대응하는 회복력도 향상된다.

― 서울 같은 광역단체에도 ‘성수다움’이 확산할 수 있나?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행정이 주도하는 하향식으로는 되지 않는다. 민간의 창의성을 행정이 뒷받침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기다려주는 민관협치(거버넌스) 역량이 갖춰지면 제2, 제3의 성수동 모델은 만들어질 수 있다.”

―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만들어지면 소셜벤처도 한층 활성화될 텐데 ‘예산 퍼주기’ 등의 비판에 밀려 번번이 좌절됐다.

“자자체장에게 사회적경제는 가성비 좋은 파트너이다. 돌봄, 환경, 주거 등 행정의 힘만으로는 버거운 문제를 창의적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특히 소셜벤처에 대한 지원은 낭비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다. 이름이 부담된다면 사회연대경제 등으로 바꿔서라도 합의해서 (통과)해야 한다”

“별의 순간? 글쎄, 부담감은 좀 느낀다”

성동구의 소셜벤처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지난달 말 인터뷰 날짜를 잡고 나서 열흘 남짓에 많은 일이 있었다. 퇴근길 수도권 폭설에 성동구의 대응이 돋보여 소셜미디어(SNS)에 정원오 구청장 얘기가 널리 회자했다. 지난주 초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일을) 잘하긴 잘하나 보다”하고 공개 칭찬해 크게 술렁였다. 오세훈 서울시장과는 서로 한 마디씩 칭찬을 주고받았고, 김종인 전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은 방송에서 내년 지방선거가 오세훈 대 정원오 구도로 가면 “오 시장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10일 열린 정 구청장의 책 ‘성수동- 도시는 어떻게 사랑받는가’ (메디치) 출판 기자 간담회에 기자들이 몰렸다. 정구청장의 인지도가 급등했다.

이제 “정원오가 누구야?” 하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 “‘별의 순간’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나 계기)이 온 거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시민들이 밀어 올려서이지 않나? (일 잘한다는) 입소문으로. 그런데 요즘 큰 변화가 있긴 하다. 이제 무게감, 부담감을 좀 느낀다”고 말한다.

정원오는 1968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했으며 군에서 제대한 뒤 1995년 서울 양천구청장 양재호의 비서실장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임종석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민선 6·7·8기 성동구청장에 당선됐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현재 유일한 3선 구청장이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12일 오전 구청장 집무실에서 성동구의 소셜벤처, 도시재생 및 지역 회복력 등에 대해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tyu@hani.co.kr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12일 오전 구청장 집무실에서 성동구의 소셜벤처, 도시재생 및 지역 회복력 등에 대해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tyu@hani.co.kr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녹취 및 정리 양은영 사회변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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