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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가 들리는 동네’…청년정책 바꾼 하동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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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25회 작성일 25-12-08 09:46

‘내 목소리가 들리는 동네’…청년정책 바꾼 하동 청년들

작성일 25-12-08 조회수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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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최남단 하동군이 지난 9월 ‘청년친화헌정대상’에서 3년 연속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청년이 원하는 대로 하동’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주거·일자리·문화 등 청년 삶 전반을 아우르는 맞춤형 청년정책을 체계적으로 구축한 덕분이다. 성과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연 700명 이상 감소하던 하동군의 청년 인구 유출이 최근 300명대로 줄어들었다.

더 주목할 점은 청년이 정책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는 독특한 거버넌스다. 하동군 지역활력추진단 청년정책담당 조수현 계장은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야 정책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 하동군은 청년위원 할당제를 도입했고, 현재 다양한 위원회에 청년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2023년 출범한 ‘하동군 청년정책네트워크’은 청년 정책의 산실이라 불릴만하다. 19~45살 청년 25명이 4개 분과(설자리·살자리·일자리·놀자리)로 나뉘어 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발굴한다. 사진은 지난 4월 하동군 정책네트워크 제2기 발대식 모습. 하동군 제공
2023년 출범한 ‘하동군 청년정책네트워크’은 청년 정책의 산실이라 불릴만하다. 19~45살 청년 25명이 4개 분과(설자리·살자리·일자리·놀자리)로 나뉘어 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발굴한다. 사진은 지난 4월 하동군 정책네트워크 제2기 발대식 모습. 하동군 제공

‘점’을 ‘선’으로 잇는 밤…야간체육대회

특히 2023년 출범한 ‘하동군 청년정책네트워크’은 청년 정책의 산실이라 불릴만하다. 19~45살 청년 25명이 4개 분과(설자리·살자리·일자리·놀자리)로 나뉘어 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발굴한다. 지난 11월27일 하동군 하동읍 귀농귀촌센터 내 카페에서 청년정책네트워크 정책 회의가 열렸다.

이날 한겨레와 만난 노영이(42) 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청년네트워크의 역할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흩어진 청년들을 연결하는 일이에요. 다들 ‘점’처럼 존재하는데, ‘선’으로 이어주는 거죠. 둘째,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실질적인 의견을 내는 거고요. 셋째, 문화적으로 낙후된 이곳에서 청년이 주도하는 재밌는 일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지난 7월 제3회 경남 하동군 야간체육대회에 100명이 넘는 청년이 참가했다. 인구 4만 규모, 청년층이 얇은 농촌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동에 이렇게 청년이 많았나” 싶을 정도의 숫자였다. 하동군 청년네트워크 제공
지난 7월 제3회 경남 하동군 야간체육대회에 100명이 넘는 청년이 참가했다. 인구 4만 규모, 청년층이 얇은 농촌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동에 이렇게 청년이 많았나” 싶을 정도의 숫자였다. 하동군 청년네트워크 제공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야간체육대회’가 대표적인 무대다. 지난 7월 한여름 밤, 실내체육관에 100명이 넘는 청년이 모였다. 인구 4만 규모, 청년층이 얇은 농촌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동에 이렇게 청년이 많았나” 싶을 정도의 숫자였다.

야간체육대회 종목은 승부보다 ‘같이 노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달리기, 큰 공 넘기기, 협동 게임 등 처음 만난 사람끼리도 바로 팀을 이뤄 뛸 수 있는 것들로 구성했다.

운영 방식도 독특했다. 참가 신청서에는 이름 대신 닉네임만 적었다. ‘예술하는 누구’ ‘농사짓는 누구’ ‘차 만드는 누구’처럼 자신의 직업·관심사로만 슬쩍 드러냈다. 경기 내내 호명되는 것도 본명이 아니라 닉네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그래서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후 읍내 카페나 시장, 다른 행사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그날 같이 뛰던 ‘예술하는 누구’ 아니세요?”라는 인사가 오갔다. 얼굴은 익고 이름은 여전히 잘 몰라도, “같이 뛴 사이”라는 묘한 친밀감이 남았다.

매년 가을에 여는 ‘청년의 날’ 행사에서도 청년정책네트워크가 구상한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농부·예술가·소상공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플리마켓과 공연, 체험 부스를 열고, 청년 정책을 소개하는 부스도 함께 운영한다.

하동군의 숲과 강, 차밭 등을 배경으로 음악 공연, 숲길 산책, 피크닉 프로그램을 엮어 “자연 속에서 노는 청년 축제”를 꾸민다.아이를 동반한 청년 부모, 반려견과 함께 온 청년, 외지에서 온 친구들이 뒤섞여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구조가 특징이다. 지난해에는 ‘청년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송림공원에서, 올해는 ‘동정호 캠프닉’이라는 이름으로 동정호에서 열렸다.

모든 행사의 공통점은 ‘청년이 주인공이자 기획자’라는 점이다. 어떤 무대를 만들지, 어떤 부스를 채울지, 무엇을 이야기할지에 대한 의제 설정을 청년정책네트워크가 맡고, 군은 행정·예산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2024년 9월 경남 하동군 하동읍 하동송림공원에서 열린 ‘청년의 숲’ 행사에서 청년들이 소나무 숲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음악공연을 즐기고 있다. 하동군 제공
2024년 9월 경남 하동군 하동읍 하동송림공원에서 열린 ‘청년의 숲’ 행사에서 청년들이 소나무 숲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음악공연을 즐기고 있다. 하동군 제공

‘돌아와도 괜찮은 곳’ 청년을 붙잡는 인프라

도시 생활을 거쳐 다시 돌아온 ‘하동 토박이’ 김신영(43)씨는 청년네트워크를 “보이지 않는 인프라”라고 불렀다. “20대에 돌아왔을 때, 제가 왜 왔는지, 대학은 졸업했는지 온동네가 이야기하는 분위기였지만, 따뜻하게 받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 그래서 마음먹었어요. 나중에 누군가 내려오면 나는 꼭 따뜻하게 맞이해 주겠다고요. 새로운 청년들을 만나면 눈이 반짝반짝해져요. ‘어떻게 하면 이 친구를 꼬셔서 정착하게 할까’ 그런 생각을 해요.”

김시영씨가 하동의 ‘큰언니’를 자처한다며 말을 이었다. “이제는 청년정책에 생기고, 특히 청년네트워크 때문에 ‘돌아와도 괜찮은 곳’이 돼가는 것 같아요.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 있다는 것, 그것이 하동 청년정책의 제일 큰 힘이죠.”

초등학생 때 하동군으로 이사온 최강호(29)씨는 청년의 능력과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동군의 청년 지원 정책으로 ‘청년 주거비 지원 사업’과 ‘청년통장 지원 사업’을 들었다.

청년 주거비 지원 사업은 하동군에 거주하는 청년의 월세 또는 전세·매매·신축 대출이자의 50%를 월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청년통장 지원 사업은 일정 소득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을 충족한 청년이 월 10만원씩 적립하면 하동군이 같은 금액(10만원)으로 36개월 동안 적립해주는 매칭 펀드형 적금이다. 경남형 주거비 지원 사업이나 청년통장 지원 사업이 취약계층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하동형은 소득 기준을 없애거나 낮춰 혜택의 폭을 넓혔다. 이 정책 덕분에 진주·광양 등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던 청년들이 ‘하동에 살자’며 주소를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1월27일 경남 하동군 하동읍 귀농귀촌센터에서 열린 하동군 청년네트워크 정책 회의가 끝난 뒤 위원들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27일 경남 하동군 하동읍 귀농귀촌센터에서 열린 하동군 청년네트워크 정책 회의가 끝난 뒤 위원들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가비·청년타운까지 아이디어가 정책이 되다

청년네트워크가 만들어낸 또다른 효과로는 ‘효능감’이 꼽힌다. 김신영씨는 “우리가 제안한 정책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내 목소리가 들리는구나’라는 감각을 얻었다”며 “교육 여건이나 일자리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내가 이 동네를 조금은 바꾸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삶을 버티게 해준다”고 말했다. 노영이 대표는 “매달 열리는 청년네트워크 정책 회의 때마다 공무원들이 참석해서 의견을 듣고, 다음 회의 때 ‘이런 부분은 가능하다, 이건 안 된다’라고 피드백을 해준다. 그 덕분에 ‘진짜 소통이 되고 있구나’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위소득 180% 이하 청년에게 도서 구입, 자격증 취득, 문화·여가 활동, 주유비 등을 연 최대 30만원까지 지원하는 ‘청년 여가활동비 지원 사업’은 청년네트워크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정책이다. 도시와 시골 청년의 문화생활 격차를 줄인다는 데 일조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화 혜택을 누리기 어려우니까 외부 예술인을 초대하고,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제안했는데, 실제로 여가비지원 정책이 됐어요.” 노영이 대표가 말했다.

내년 1월 개소를 앞둔 ‘하동 청년타운’과 관련해서도 청년네트워크에서 의견을 계속 제시하고 있다. “(하동 청년타운에 만들어진) 워케이션 공간을 누구를 대상으로 제공할 것인가, 갤러리카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냈어요. 건물은 지어졌는데 공간이 활용되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노영이 대표의 설명이다.

내년 1월에 개소하는 하동 청년타운 모습. 옛 하동역사와 인근 부지를 활용해 조성되는 대규모 청년 주거단지로, 월 임대료는 평형별로 5만~10만원 수준에 책정됐다. 다만 최대 4년 거주 후 하동에 2년 이상 추가 정착하면 그동안 낸 임대료를 전액 돌려주는 ‘정착형 0원 임대주택’ 모델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하동군 제공​
내년 1월에 개소하는 하동 청년타운 모습. 옛 하동역사와 인근 부지를 활용해 조성되는 대규모 청년 주거단지로, 월 임대료는 평형별로 5만~10만원 수준에 책정됐다. 다만 최대 4년 거주 후 하동에 2년 이상 추가 정착하면 그동안 낸 임대료를 전액 돌려주는 ‘정착형 0원 임대주택’ 모델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하동군 제공​

경쟁률 10대 1, 하동 청년타운이 보여준 것

​하동 청년타운은 옛 하동역사와 인근 부지를 활용해 조성되는 대규모 청년 주거단지다. 총 4개 동, 3~4층 규모로 △신혼부부를 위한 ‘청년 보금자리’(45㎡, 11세대), △1인 청년을 위한 ‘청춘아지트 하동달방’(26㎡, 14세대), △근로자를 위한 미니 복합타운 A·B동(총 20세대) 등으로 구성된다. 월 임대료는 평형별로 5만~10만원 수준에 책정됐고, 최대 4년 거주 후 하동에 2년 이상 추가 정착하면 그동안 낸 임대료를 전액 돌려주는 ‘정착형 0원 임대주택’ 모델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청년 주거와 함께 바로 옆에는 ‘청년 비즈니스센터’와 워케이션 공간, 일자리센터, 공동육아나눔터까지 한꺼번에 들어서 ‘집·일·돌봄·커뮤니티를 한 번에 해결하는 압축형 청년타운’ 구상을 그리고 있다.

정식 입주를 앞두고 진행된 첫 모집에서 청년 경쟁률은 10대 1을 넘어섰다. 조수현 계장은 “신혼부부, 청년 근로자 등 유형별로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청년에게 폭넓게 문을 열어둔 덕분에 예상보다 많은 신청이 몰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노년층 가운데는 “왜 청년만 저렇게 지원하느냐”는 불만도 나온다. 최강호씨가 말했다. “노인정책, 청년정책을 따로 보지만, 사실 다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청년에게 집과 일자리를 만들어주면 결국 마을에 남고, 노인 돌봄도 함께 이뤄집니다. 긴 안목으로 보면 ‘누구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정책’인데, 그게 잘 전달됐으면 해요.”

경남 하동군 청년마을협력가는 3개월간 공동체 교육을 받은 뒤 마을에 파견돼 주 3~5일 일하며 마을 자원 발굴, 기록, 공모사업 준비, 축제 기획 지원 같은 일을 한다. 마을협력가 김새아(32)씨가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 놀루와 제공
경남 하동군 청년마을협력가는 3개월간 공동체 교육을 받은 뒤 마을에 파견돼 주 3~5일 일하며 마을 자원 발굴, 기록, 공모사업 준비, 축제 기획 지원 같은 일을 한다. 마을협력가 김새아(32)씨가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 놀루와 제공
지난 7월 제3기 하동군 청년마을협력가대학에서 강의를 듣는 청년마을협력가들 모습. 놀루와 제공
지난 7월 제3기 하동군 청년마을협력가대학에서 강의를 듣는 청년마을협력가들 모습. 놀루와 제공

“청년 한 명이 화롯불”… 마을을 다시 잇는 청년

하동군 청년 정책의 또 다른 축은 ‘청년마을협력가’ 사업이다. 청년정책네트워크가 읍내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조직이라면, 청년마을협력가는 읍·면 단위 마을 현장에서 그 목소리를 풀어내는 사람들이다. 하나는 ‘청년과 청년을 연결하는 장치’, 다른 하나는 ‘청년과 마을을 연결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청년마을협력가는 3개월간 공동체 교육을 받은 뒤 마을에 파견돼 주 3~5일 일하며 마을 자원 발굴, 기록, 공모사업 준비, 축제 기획 지원 같은 일을 한다. 현재 14명의 청년마을협력가가 하동군 16개 마을에 파견돼 있다.

28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50대에 사표를 던지고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를 설립한 조문환(63) 대표가 지난 11월28일 경남 하동군 입석마을 마을미술관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하동군 청년마을협력가가 마을의 버려진 창고를 주민들과 함께 마을미술관으로 바꿔, 벌써 20번째 전시를 하고 있는 곳이다.
28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50대에 사표를 던지고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를 설립한 조문환(63) 대표가 지난 11월28일 경남 하동군 입석마을 마을미술관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하동군 청년마을협력가가 마을의 버려진 창고를 주민들과 함께 마을미술관으로 바꿔, 벌써 20번째 전시를 하고 있는 곳이다.

이 청년마을협력가를 설계한 사람은, 28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50대 초에 사표를 던지고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를 설립한 조문환(63) 대표다. 하동군의 청년마을협력가 운영 지원사업을 수탁받아 3년째 운영하는 그를 지난 11월28일 하동군 악양면 악양생활문화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하동군의 청년정책을 설명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소멸을 우려했다. “하동은 1년에 약 800명씩 인구가 줄어듭니다. 어떤 분들은 인구가 제로가 되는 걸 소멸로 생각하지만, 저는 공동체가 사라지는 게 소멸이라고 봅니다. 이장을 세울 수 없는 마을, 그것이 죽은 마을이고 소멸된 마을입니다.”

그는 마을공동체 복원에 집중하며, 그 해법으로 ‘청년 1명’을 떠올렸다.“청년 1명이 마을에 들어가면 옛날 화롯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마을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공동의 것을 만들어내는 그런 구심점 말입니다.” 청년을 일자리 창출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마을공동체를 재생하는 ‘매개자’로 본 것이다. 청년마을협력가 사업을 인구 통계를 개선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마을이라는 공동체 자체가 재생되는 과정이라고 그가 설명하는 이유다.

청년마을협력가는 26살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청년’이라고 하면 45살까지만, 조 대표의 경험상 “마을에서 일하기 좋은 나이는 50대, 60대”라고 말했다. 이들은 청년마을협력가 교육을 받으며 ‘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자신감을 얻는다고 한다.

하동공정여행 놀루와는 정규 경기장이 아닌 논에서 마을 축구 축제인 ‘평사리들판 논두렁 축구대회’ 를 개최한다. 농사가 끝난 뒤 텅 빈 들판을 “다시 사람 모이는 공간”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대회다. 놀루와 제공
하동공정여행 놀루와는 정규 경기장이 아닌 논에서 마을 축구 축제인 ‘평사리들판 논두렁 축구대회’ 를 개최한다. 농사가 끝난 뒤 텅 빈 들판을 “다시 사람 모이는 공간”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대회다. 놀루와 제공

버려진 창고가 미술관이 되기까지

조 대표가 청년마을협력가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누구 편이 되지 마라’는 원칙이다. 원주민과 귀촌자 사이, 세대 간 차이 속에서 청년마을협력가가 한쪽 편을 드는 순간 그 역할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청년마을협력가 사업을 얼마나 정교하게 운영하는지는 그의 원칙에서 드러난다. “공모사업부터 하면 분명히 사고가 나요. 그래서 사업하기 전에 공동체 대화, 커뮤니티를 1년, 2년 거치고 역량을 갖춘 다음 작은 사업부터 밟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성공사례가 탄생했다. 하동군 악양면 입석마을은 청년마을협력가가 마을의 버려진 창고를 주민들과 함께 마을미술관으로 바꿔, 벌써 20번째 전시를 하고 있다. 매계마을은 더 나아갔다. 주민들이 마을호텔을 운영하며 협동조합을 구성해 마을 요양원 설립까지 준비 중이다. 우리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서로를 돌보며 마지막을 맞이하는 공동체를 꿈꾸는 것이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입석마을에 들어서면, 집 담장과 오래된 창문에 놓인 작은 조각과 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마을 창고가 마을미술관으로 바뀌면서, 예술이 골목으로 스며들었다. 방문객들은 마을 산책을 하며 자연스럽게 미술 작품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입석마을에 들어서면, 집 담장과 오래된 창문에 놓인 작은 조각과 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마을 창고가 마을미술관으로 바뀌면서, 예술이 골목으로 스며들었다. 방문객들은 마을 산책을 하며 자연스럽게 미술 작품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성공한 마을의 바탕은 ‘협업’이다. 조 대표는 “마을호텔 같은 큰 사업이 나오려면 주민, 청년마을협력가, 전문가가 삼각형을 잘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입석마을의 마을미술관에는 미술 교수가, 매계마을의 호텔 사업에는 놀루와가 참여했고, 청년마을협력가가 전문가와 주민들을 잇는 연결고리가 됐다.

청년마을협력가 계약은 3년이다. 조 대표는 “3년 지난다고 마을이 자립하냐, 그것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3년 기한을 둔 이유가 있다. “3년 동안 경험을 쌓으면 청년은 지역 전문가로 성장합니다.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소중한 인력으로 거듭나는 거죠.” 청년마을협력가 사업을 통해 청년이 지역의 주체로 성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청년이 원하는 대로 하동’이라는 슬로건을 실제 현실로 구현하고 있는 이들은, 야간체육대회와 청년의날 등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하동 청년들이다. 청년네트워크 제공
‘청년이 원하는 대로 하동’이라는 슬로건을 실제 현실로 구현하고 있는 이들은, 야간체육대회와 청년의날 등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하동 청년들이다. 청년네트워크 제공

슬로건을 현실로 만드는 청년들

하동군 청년정책네트워크와 청년마을협력가는 청년이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을 들고 마을로 들어가 다시 공동체를 복원하는 하나의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읍내 카페에서 출발한 청년들의 상상이 마을 회관과 골목길에서 주민들과 어우러져 구체적인 정책으로 살아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정책 실험들이 하나둘 쌓이며, ‘청년이 원하는 대로 하동’이라는 슬로건은 단순히 구호가 아니라 이곳 청년들의 일상이 되고 있다.

‘우리 동네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지방정부, 시민사회, 그리고 주민이 함께 참여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현장을 찾아 소개하는 기획입니다. 지역 구성원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더 나은 공동체로 성장해가는 생생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마을기업, 사회적경제, 청년·여성·노인 등 다양한 주체가 환경·문화·교육·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힘을 모으는 협력 프로젝트, 그리고 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우리 동네의 특별한 현장, 꼭 알리고 싶은 공동체가 있다면 제보해 주세요. 동네 이름, 추천 이유, 간단한 소개(사람·단체·프로젝트 등)를 ejung@hani.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글·사진 정은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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