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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버려진 땅, 스마트팜으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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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6회 작성일 25-11-25 09:06

서울의 버려진 땅, 스마트팜으로 되살아나다

작성일 25-11-25 조회수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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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적한 산자락에 비닐하우스 세 동이 나타난다. 쓰레기가 무단 투기되고 불법 경작으로 방치됐던 땅이 지난 1월 1592㎡(약 480평) 규모의 첨단 ‘강북 스마트팜 재배단지’로 재탄생한 곳이다. 스마트팜이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원격, 자동으로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농장을 뜻한다.

강북 스마트팜 재배단지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시설의 온도, 습도,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토양 상태 등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분석해 최적의 재배 환경을 조성하도록 했다. 모바일 기기로도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2024년 12월 딸기 묘목 3000주를 심어 지난 3월 초에 첫 수확했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 ‘강북 스마트팜 재배단지’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시설의 온도, 습도,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토양 상태 등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분석해 최적의 재배 환경을 조성하도록 했다. 강북구청 제공
서울 강북구 우이동 ‘강북 스마트팜 재배단지’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시설의 온도, 습도,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토양 상태 등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분석해 최적의 재배 환경을 조성하도록 했다. 강북구청 제공

딸기가 일년 내내 열리는 곳

강북 스마트팜 재배단지에서 약 1㎞ 떨어진 서울 강북구 번동에는 연면적 650㎡(약 200평) 규모의 ‘강북스마트팜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이 센터는 농업시설과 더불어 체험장, 교육장, 직판장, 쉼터, 그리고 ‘식물 병원’까지 겸하고 있다. 구청이 운영하는 스마트팜이 서울에 7~8개에 있지만,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춘 도시농업 복합 플랫폼은 이곳이 유일하다.

강북스마트팜센터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아쿠아포닉스 시설’이다. 투명한 수조 안에서 유영하는 물고기들 위로 싱싱한 채소가 자란다. 물고기의 배설물이 질소 성분으로 변환돼 식물의 영양분이 되고, 정화된 물이 다시 물고기에게 돌아가는 순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자라는 작물들은 모두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있는 연면적 650㎡(약 200평) 규모의 ‘강북스마트팜센터’ 모습. 강북구청 제공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있는 연면적 650㎡(약 200평) 규모의 ‘강북스마트팜센터’ 모습. 강북구청 제공

강북스마트팜센터의 1층과 3층에서는 유러피안 상추, 버터헤드, 프릴라이스, 카이피라, 루꼴라 등 5종의 엽채류를 재배한다. 씨앗부터 수확까지 약 6주가 걸리며, 센터 내 직판장 자판기에서 ‘북한산 농장’ 브랜드를 달고 루꼴라는 120g에 4000원, 다른 엽채류는 180g에 3000원에 판매된다. 온라인 시장가에 맞춘 저렴한 가격이다 보니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채소를 넣어놓기만 하면 팔려서 지금은 소비량을 맞추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저렴하고 맛있다고 노원, 도봉, 성북에서도 일부러 찾아옵니다.” 지난 18일 강북스마트팜센터에서 만난 매니저 임정아(44)씨가 말했다.

2층에는 약 330주의 딸기가 자라는데 일반 농가와는 다른 재배 방식이다. 유승훈 강북구 시장지원팀장은 “일반 농가는 9월에 딸기를 심어 11월부터 5월까지만 수확하지만, 우리는 냉방 시스템을 갖춰 1년 내내 재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가도 냉방기 2대로 온도를 조절해 딸기가 연중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더불어 수분도 사람의 손이 아닌 벌에게 맡긴다. 벌이 수분한 딸기는 모양이 예쁘고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강북 스마트팜 재배단지에 2024년 12월 딸기 묘목 3000주를 심어 지난 3월 초에 첫 수확했다. 스마트팜 딸기 묘목에서 익어가는 딸기 모습.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강북 스마트팜 재배단지에 2024년 12월 딸기 묘목 3000주를 심어 지난 3월 초에 첫 수확했다. 스마트팜 딸기 묘목에서 익어가는 딸기 모습.

아이들이 자연을 배우는 교실

같은 층에 있는 교육장에서는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3회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시스템으로 신청하면 된다. 강북구청 초등학교 3~6학년 학생 400여명은 지난 9~11월에 스마트팜 시설 견학, 디퓨저 만들기, 테라리엄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이곳에서 펼쳤다. 이 밖에도 가정용 재배기 50여대를 학교에 빌려줘 학생들이 교실에서 직접 작물을 키워볼 수 있도록 했다. 임정아 매니저는 “물고기 똥이 식물의 밥이 된다고 설명하면 아이들이 깜짝 놀란다”며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으니까 교육 효과도,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강북 스마트팜은 판매와 체험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농장치고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월평균 350만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유승훈 시장지원팀장은 “투입된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전기세와 수도세 등 공공운영비는 자체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스마트팜센터에 있는 ‘찾아오는 식물 클리닉’은 예약제로 운영하며, 문제 진단부터 병해충 처방, 분갈이까지 모두 무료다.
강북스마트팜센터에 있는 ‘찾아오는 식물 클리닉’은 예약제로 운영하며, 문제 진단부터 병해충 처방, 분갈이까지 모두 무료다.

식물 클리닉, 반려식물을 살리다

강북스마트팜센터에는 특별한 공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찾아오는 반려식물 클리닉’이다. 원예치료사 최정혜(58)씨가 매주 화요일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주민들의 반려식물을 진료한다. 예약제로 운영하며, 문제 진단부터 병해충 처방, 분갈이까지 모두 무료다. 다른 지역보다 젊은층의 방문이 많은 편이다. “선물 받은 식물 등을 꼭 살리고 싶어서 오세요. 하지만 식물 키우는 법을 정확히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요. 6개월 동안 잎에만 분무하고 뿌리에 물을 주지 않는다거나, 물을 과하게 줘서 과습으로 시드는 경우도 있죠.” 최씨가 말했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울 때의 가장 큰 문제는 환기 부족이다. “환기가 잘 안 되면 깍지벌레 같은 병해충이 번식하기 쉬워요. 병해충이 생겼거나 식물이 잘 안 자란다고 가져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식물마다 필요한 물의 양과 빛의 양이 다르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납니다.”

까미노빵집 김영국(51) 사장이 ‘루꼴라 소시지 야채피자빵’(5500원)을 만들고 있다. 강북 스마트팜에서 저렴하게 납품받은 덕에 루꼴라를 푸짐하게 올리고 있다.
까미노빵집 김영국(51) 사장이 ‘루꼴라 소시지 야채피자빵’(5500원)을 만들고 있다. 강북 스마트팜에서 저렴하게 납품받은 덕에 루꼴라를 푸짐하게 올리고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4·19 카페거리의 ‘까미노빵집’ ‘4.19국수김밥’ 등 8개 협력매장이 강북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루꼴라와 애플 수박 등을 활용한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협력매장 입구에 적힌 안내문. 강북구청 제공
서울 강북구 수유동 4·19 카페거리의 ‘까미노빵집’ ‘4.19국수김밥’ 등 8개 협력매장이 강북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루꼴라와 애플 수박 등을 활용한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협력매장 입구에 적힌 안내문. 강북구청 제공

지역 상권과 함께 자라는 농장

강북 스마트팜의 진짜 매력은 지역 경제와의 선순환에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4·19 카페거리의 ‘까미노빵집’ ‘4.19국수김밥’ 등 8개 협력매장이 강북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루꼴라와 애플 수박을 활용한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매장에는 온라인 가격의 70%로 식자재를 공급한다.

까미노빵집 김영국(51) 사장은 ‘루꼴라 소시지 야채피자빵’을 5500원에 판매한다. “루꼴라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시중에서 사면 가격이 너무 비싸서 식재료로 쓸 수가 없었어요.” 김 사장이 설명했다. 강북 스마트팜에서 저렴하게 납품받은 덕에 루꼴라를 푸짐하게 올리고도 수익이 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처음엔 강북이라는 지역 특성상 고객 반응을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주말에는 30개씩 팔릴 정도로 인기 메뉴가 됐다. 김 사장은 “루꼴라 샌드위치 등 새로운 메뉴도 개발하고 싶고, 앞으로 딸기도 납품받아서 딸기 케이크나 생크림 빵 같은 상품도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북 스마트팜이 지역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준 셈이다.

강북스마트팜센터 앞에 있는 ‘Food Cafe 길가온’ 푸드트럭에서 수제 가공육 전문점 ‘민지네’ 김동균(34) 사장이 요리를 하고 있다. 푸드트럭은 12월 중순에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강북스마트팜센터 앞에 있는 ‘Food Cafe 길가온’ 푸드트럭에서 수제 가공육 전문점 ‘민지네’ 김동균(34) 사장이 요리를 하고 있다. 푸드트럭은 12월 중순에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강북스마트팜센터에서 판매하는 엽채류 버터헤드(사진 위)와 푸드트럭 ‘Food Cafe 길가온’에서 판매할 샐러드 모습.
강북스마트팜센터에서 판매하는 엽채류 버터헤드(사진 위)와 푸드트럭 ‘Food Cafe 길가온’에서 판매할 샐러드 모습.

강북스마트팜센터 앞에는 ‘Food Cafe 길가온’이라는 푸드트럭이 있다. 강북구청 주변에서 수제 가공육 전문점 ‘민지네’를 운영하는 김동균(34) 사장이 시범 운영하고 있다. “푸드트럭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비용 부담이 컸어요. 강북구청에서 트럭과 장소를 제공해주고 식자재도 저렴하게 공급해주니까 해보기로 했습니다.” 특히 루꼴라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서 1kg당 2만원이던 게 4만원까지 치솟기도 하는데 강북 스마트팜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했다.

핫도그, 타코, 랩 등 간편식에 스마트팜 채소를 활용한 메뉴를 준비 중이다. 12월 중순에 정식 오픈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큰 행사나 축제에도 참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어선 벤치마킹 

강북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은 국경도 넘어섰다. 농업시설만이 아니라, 체험·교육·판매·지역 상권 협력이라는 복합적 기능 때문에, 도시농업의 혁신사례로 국내외 다양한 기관·해외 공무원들의 벤치마킹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에티오피아 농업부 공무원(8명)에 이어 지난 7월에는 중국 산시성 퉁촨시 시위원회 및 기업 관계자(11명)와 세네갈 농업 부처 관계자(16명)가 잇따라 방문했다. 이들은 아쿠아포닉스 시설과 전문재배실 등을 둘러보고, 재배 작물을 활용한 모히토 만들기 체험에 참여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또 전국 31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한 2025년 ‘참좋은 지방자치 정책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적한 산자락에 비닐하우스 세 동이 나타난다. 쓰레기가 무단 투기되고 불법 경작으로 방치됐던 땅이 지나 1월 1592㎡(약 480평) 규모의 첨단 ‘강북 스마트팜 재배단지’로 재탄생했다. 강북구청 제공
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적한 산자락에 비닐하우스 세 동이 나타난다. 쓰레기가 무단 투기되고 불법 경작으로 방치됐던 땅이 지나 1월 1592㎡(약 480평) 규모의 첨단 ‘강북 스마트팜 재배단지’로 재탄생했다. 강북구청 제공

버려졌던 땅에서 신선한 채소와 딸기가 자라고, 그 작물이 지역 상인의 손을 거쳐 주민의 식탁에 오르며, 아이들은 그 과정을 눈으로 보며 배운다. 강북 스마트팜은 도시와 농업, 기술과 교육,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실험장이 되고 있다.

‘우리 동네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지방정부, 시민사회, 그리고 주민이 함께 참여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현장을 찾아 소개하는 기획입니다. 지역 구성원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더 나은 공동체로 성장해가는 생생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마을기업, 사회적경제, 청년·여성·노인 등 다양한 주체가 환경·문화·교육·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힘을 모으는 협력 프로젝트, 그리고 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우리 동네의 특별한 현장, 꼭 알리고 싶은 공동체가 있다면 제보해 주세요. 동네 이름, 추천 이유, 간단한 소개(사람·단체·프로젝트 등)를 ejung@hani.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글·사진 정은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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