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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회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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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학교, 일자리와 집까지 주면서 학생 '모시고' 지역도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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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6회 작성일 25-05-26 15:50

폐교 위기 학교, 일자리와 집까지 주면서 학생 '모시고' 지역도 살려

작성일 25-05-26 조회수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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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서 윙윙이 마련한 ‘동네 단위 유통채널 구축 사업’ 페어링 파티에 참여한 주민들의 모습. 지역자산관리회사 윙윙은 중기부에서 공모한 지역 생산자와 상품을 소개·판매하는 ‘동네단위 유통채널 구축 사업’을 추진했다. 윙윙 제공
지난해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서 윙윙이 마련한 ‘동네 단위 유통채널 구축 사업’ 페어링 파티에 참여한 주민들의 모습. 지역자산관리회사 윙윙은 중기부에서 공모한 지역 생산자와 상품을 소개·판매하는 ‘동네단위 유통채널 구축 사업’을 추진했다. 윙윙 제공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책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지역 살리기다. 정부는 인구감소 지역 지원을 위해 지방소멸기금을 조성해 2031년 까지 매년 1조 원씩 총 10조 원을 대상 지자체에 지원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1년부터 기초지방자치단체 226곳 중 인구소멸위기 지역을 5년마다 지정해 산업, 주거 및 교통 등 분야에 특례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지난 8월부터는 은퇴자•청년층의 지방 이주를 유도해 지역 정착을 지원하는 지역활력타운 10곳을 지정해 중소벤처기업부, 행안부 등 4개 부처가 패키지로 정책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지역소멸 대응과 지역 재생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은 비단 최근 일은 아니다.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국토부가 추진한 도시재생 뉴딜 정책에 약 1500억 원의 예산이 전국에 투입되었다. 가깝게는 2017년 도시재생이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돼 약 10조 원이 추가로 편성, 집행되었다. 지난 20년간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쏟아부은 정부 예산만 수백 조 원에 달하는데도, 왜 지역의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논의 자리가 지난 22일 민주주의랩 컨퍼런스에서 만들어졌다. 노무현재단과 노회찬재단 등이 기획하고 기찻길옆골목책방 등 19개 민간 싱크탱크 및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2024 민주주랩 컨퍼런스의 세션인 ‘로컬이 결정하는 로컬의 미래’가 서울 종로구 노무현 시민센터에서 열렸다.

■ 폐교 위기 학교가 마을 거점이 되기까지

“로컬에 로컬만의 답이 있습니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Bottom-up)으로 지역에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경남 함양군 서하면에 있는 서하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활성화 사례를 소개한 김지원 연구자가 주장했다. ‘시골을 살리는 작은 학교’를 쓴 김 연구자는 서하초와 같은 작은 학교 살리기가 농산어촌 지역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9년 폐교 위기에 놓인 서하초등학교는 서하면에 있던 초등학교 3곳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곳이다. 면에 하나 남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서하초 신귀자 교장과 지역 연구자인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이 손을 잡고 서하면 주민들과 힘을 합쳤다. 서하초에 학생을 ‘모시기’ 위한 ‘학생 모심위원회’를 만들고, 전국을 대상으로 학생 모집 설명회를 열었다. 인근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는 타 폐교 위기 학교와는 다른 행보였다. 주변 지역의 학생을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 방식은 서하초와 함양군을 위한 장기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김지원 <시골을 살리는 작은 학교> 저자
김지원 <시골을 살리는 작은 학교> 저자

서하초 학생 모심위원회의 핵심 전략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주거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골 학교에 입학하면 집과 일자리 모두 드려요’라는 구호를 내건 학생 모집 설명회는 전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75가구 144명이 전•입학을 신청했고, 기존 학생과 학교의 공간을 고려해 그 가운데 7가구 15명이 전•입학 했다. 서하면 주민들이 함께 1억 원의 학교 기금을 조성하고, 동네 빈집과 마을회관을 활용해 주거공간 7채를 마련했다. 함양군의 협조를 얻어 공공일자리를 연결해 주고,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역기업인 에디슨모터스와 업무협약을 맺어 학부모들의 일자리를 확보했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해 12채의 타운하우스 임대주택이 들어서면서 최장 20년, 월 임대료 최대 20만 원으로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거주가 가능한 보금자리가 만들어졌다. 초등학교를 거점으로 마을의 활력을 일궈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김 연구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공공기관과 함양군청 등 지자체의 협력과 지원은 서하면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작은 학교에서 시작된 마을 살리기에 힘을 합친 주민들의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또 이들의 성공 경험이 지역 재생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역 인재들이 모이는 담장 없는 동네 캠퍼스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 지원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대부분 하드웨어 중심의 투자에 그쳐 근본적인 전환을 도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태호 윙윙 지역관리회사 대표는 “성장 중심의 산업화 시대에는 효율적인 인프라 투자와 표준화된 인력 양성이 주효했다면, 개인의 다양성, 다원성이 중요해진 저성장 시대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지역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역 재생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했다.

이태호 윙윙 지역자산관리회사 대표. 노무현 시민센터 제공
이태호 윙윙 지역자산관리회사 대표. 노무현 시민센터 제공

윙윙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어은동에서 활동하는 지역관리회사다. 동네 공간을 연결하고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활동하는 어은동은 대덕연구단지 내 충남대와 카이스트 사이에 있는 동네로, 청년들의 접근성이 높고 인적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사정이 좋은’ 지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지역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어은동은 청년들의 유동인구는 많지만, 청년 정주율이 낮고 순 유출인구는 높은 편에 속한다. 이동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지역의 색채와 정체성이 오히려 옅어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대표는 반경 1.6㎢ 면적의 좁은 동네에 두 개 대학교와 이십여 개의 창업공간에서 지역의 희망을 찾았다. 자유롭지만 안전한 동네 공간에서 청년들이 비즈니스를 꿈꾸고 기획하는 ‘담장이 없는 동네 캠퍼스’가 어은동의 비전이라고 믿었다.

이 대표는 초기 윙윙의 활동 목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역이 변화하려면 민간과 지자체, 주민 등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지역의 비전을 함께 이해하고 공유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지역민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접점을 만들려 노력했다.” 윙윙과 청년들이 함께 기획한 마을 축제인 ‘안녕 축제’도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마을 축제를 통해 청년들과 마을 상인, 지역 주민들이 함께 지역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나누며 지역 공간의 추억과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동네 카페에서 열린 ‘어궁혁신포럼’도 그 가운데 하나다. 창업과 벤처를 꿈꾸는 청년 외에도 지역상인과 주민들이 함께 ’로컬 비즈니스’(지역 사업)를 고민하고, 동네의 미래상을 함께 그릴 기회를 만들었다.

■ 지역 활력 이끌 사람들이 머무는 마을 공간

인구소멸기금, 지역주도 청년 일자리 사업 등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과 예산, 자원들이 지역에 적지 않게 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원들이 제대로 쓰이냐에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지역의 비전을 이해하고 직접 지역에서 자원을 분배, 연결, 운영하는 동네 기획자, 이른바 지역에서 일할 사람을 키워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하초 사례를 연구한 김 연구자도 “서하초에 새로 지어진 도서관과 마을 카페가 마을의 거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유자원 운용에 대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서하면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단체인 빈둥협동조합과 같이 지역의 소프트웨어를 기획, 운영하는 인재를 유입해 양성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에 창업가와 기획자들이 늘어가기 위해서는 이들의 구심점이 되는 물리적 공간의 중요성도 함께 언급됐다. 이 대표는 “지역을 기반으로 창업을 시작해도, 같이 일할 사람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다양한 창업가들이 같은 공간에서 협업하며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안정적인 공유 공간이 필요하다”고 공적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윙윙은 지난 2020년 8월부터 크라우드 펀딩과 지자체의 도시재생 사업 등을 활용해 ’동네 자산화’를 추진했다. 현재는 7채의 공유 공간을 매입해 장기 임대 위탁 등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동네 커뮤니티의 구심점이 되는 공간을 장기적으로 확보해 새로운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고, 육성하는 지역의 보금자리가 되기 위해서다.

지난해 동네 사장님과 청년 로컬크리에이터의 만남을 주관하는 행사인 '어궁짝궁'에 함께한 참가자들의 모습. 윙윙 제공
지난해 동네 사장님과 청년 로컬크리에이터의 만남을 주관하는 행사인 '어궁짝궁'에 함께한 참가자들의 모습. 윙윙 제공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 이주민들과 지역에 먼저 살고 있던 선주민들 간의 갈등은 없을까. 김 연구자는 “주민들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선주민들의 의지와 이주민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선주민들은) 기존 혜택을 이주민에게 빼앗기는 게 아니라, 미래 지역 활성화로 만들어지는 혜택을 함께 나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주민들도 지역에 스며들기 위한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서하초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션에 참여한 조양호 지리산 이음 전 이사장은 전체 토론에서 “지역의 시설과 기관에 투자하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성공사례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민간 스스로 역량을 키우는 노력이 같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전주, 의성 등 지역의 특성에 맞게 지역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민간의 기획자들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성공사례를 함께 확산한다면 정부의 정책 변화와 지역의 활성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장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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