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엄마, 어떻게 협동조합을 만드냐고요? > 지역 회복력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람과디지털연구소 바로가기

지역 회복력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균형 발전과 지방자치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연구와 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 탄소중립 기반 도시 시스템 구축 등 지역 회복력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아이 셋 엄마, 어떻게 협동조합을 만드냐고요?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1회 작성일 25-07-21 10:05

아이 셋 엄마, 어떻게 협동조합을 만드냐고요?

작성일 25-07-21 조회수 51

본문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트위터로  공유

지난 6월25일,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광명시민체육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2025 광명새일 디딤돌 플리마켓’에서 ‘홀리스틱터치’ 체험 부스 앞이 시민들로 북적였다. 두피 쿨링, 손 마사지, 아로마 힐링 등 마시지 체험자가 50명을 넘어섰다. “너무 시원하다” “손길이 다르다” “정말 안정이 된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만지는 치유’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로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는 홀리스틱터치의 권선옥(44)씨는 “좋아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배움에서 협동조합까지…정책 ‘징검다리’

권씨는 초등 3학년, 1학년, 그리고 4살 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2023년 봄, 피부 알레르기로 고생하다가 “화장품을 제대로 쓰는 법이나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광명시여성비전센터의 피부미용사 자격 과정에 등록했다. 여성비전센터는 경력보유여성(경력단절여성)의 사회 재진입을 돕는 광명시의 대표 평생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권씨는 40~50대 경력보유여성 10명과 금요일 자율 학습모임을 만들었다.

서로 ‘만지며’ 배우고 함께 성장했던 그들은 1년 뒤 광명시의 경력보유여성 지원 프로그램인 ‘디딤돌 동아리’에 참여했다. 디딤돌 동아리는 최소 5인 이상의 여성이 팀을 꾸려 2년간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창업하도록 단계별로 밀착 지원하는 제도다. 박민정 광명여성새로일하기센터 주무관(일자리창출과)은 “시에서 재료비 지원과 역량 강화 교육, 창업까지 지원하는데, 플리마켓은 실전 창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자격증 취득 과정, 실습·멘토링 프로그램, 창업동아리, 플리마켓 등을 연계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기계발이 경제적 자립으로 이어지도록 광명시가 ‘보이지 않은 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 6월25일,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광명시민체육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2025 광명새일 디딤돌 플리마켓’에서 권선옥씨(왼쪽 두번째)가 마사지 체험을 안내하고 있다. 권선옥씨 제공
지난 6월25일,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광명시민체육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2025 광명새일 디딤돌 플리마켓’에서 권선옥씨(왼쪽 두번째)가 마사지 체험을 안내하고 있다. 권선옥씨 제공

“손만 대도 움찔…‘만지는 치유’ 꿈꿔요”

권선옥씨는 지난 2일 한겨레와 만나 “처음엔 피부 좋아지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내가 배우고 만난 걸 누군가한테 돌려줄 수 있다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무엇을 배웠나.

“2023년 상반기에 피부관리사 자격증 과정을 들었고, 자격증 따자마자 하반기 실무 특강도 바로 등록했다. 주 2회 수업만으로는 부족해서, 자율모임을 만들어 방학 때도 안 빼먹고 연습했다.”

―자율모임 운영은 어떻게.

“내가 제일 어리니까 언니들이 ‘단톡방에 글 좀 올려줘’ 해서 그냥 자연스럽게 운영을 맡게 됐다. ‘나 10시부터 2시까지 있어요’ 하면, 가고 싶은 사람은 오고, 못 오면 안 오는 식이었다. 자율적이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빠짐없이 만났다.”

―‘디딤돌 동아리’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계속 모이다 보니까 주무관님이 ‘디딤돌 동아리를 신청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동아리에 들어가면 재료비라든가 교육 같은 지원이 있고, 협동조합으로 가는 문이 열린다고 하더라.”

―협동조합을 준비한 계기는.

“처음부터 협동조합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플리마켓에서 마사지 체험 부스를 열었는데 50명이나 왔다. ‘이거 되겠다’ 싶더라. 수익이 생기면 더 오래 갈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요즘 아이들, 손만 대도 움찔한다. 코로나 이후로 더 심해졌다. 근데 손을 만지고, 발을 만지는 그 과정에서 마음 문이 열리는 걸 본다. ‘만지는 치유’, 그게 하고 싶은 일이다.”

―협동조합의 목표는.

“‘좋아하는 걸 하면서도 수익이 나는 구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강사 활동을 파트별로 나눠서 협동조합으로 하면 가능하겠더라. 시간 안 되면 다른 사람이 메꿔주는 식으로. 일단은 소규모로 출발해 ‘수익화’ 실험을 해보려 한다.”

―삶에도 변화가 생겼나.

“아이가 셋인데, 40대 되니까 감정 기복이 컸다. 말이 통하는 언니들하고 만나니까 내 마음 진폭이 줄어들었다. 이 모임이 나를 안정시켜줬다.”

광명시 인생플레스센터에서 에어컨 청소 관리자 양성과정을 수료한 성은경씨가 지역 공공시설에서 에어컨 청소 봉사를 하고 있다. 김두영씨 제공
광명시 인생플레스센터에서 에어컨 청소 관리자 양성과정을 수료한 성은경씨가 지역 공공시설에서 에어컨 청소 봉사를 하고 있다. 김두영씨 제공

무상으로 공공시설 에어컨 청소

‘배움-실전-사회공헌’이 맞물리는 사회적경제 모델을 광명시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공공시설 에어컨을 청소하는 봉사단 ‘신중년 에어컨 청소전문가 사회공헌단’도 그런 사례다. 광명시 인생플러스센터가 지난 3월 운영한 제1기 ‘에어컨 청소 관리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40~60대가 자발적으로 이 봉사단을 결성했다. 이들은 5명씩 한 조를 이뤄, 돌봄기관·지역아동센터·작은도서관 등 예산 부담으로 에어컨 청소가 어려운 공공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에어컨이 너무 지저분해 보여서 직접 분해를 해봤지만, 제대로 청소하지 못해 항상 찜찜했다.”(김두영씨)

“식당일에 지쳐서 인생 2막을 찾던 중, 내 나이에 딱 맞게, 해볼 만한 일을 배울 기회라 참 고마웠다.”(권희택씨)

“분해·조립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동료들이 응원해줘서 포기하지 않고 배울 수 있었다.”(성은경씨)

김두영(62), 권희택(60), 성은경(50)씨는 도로변에 걸린 ‘에어컨 청소 관리사 양성과정’ 현수막을 보고 망설임 없이 지원서를 냈다. 경쟁률은 무려 4대1. 인생플러스센터에서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교육생을 최종 선발했다. 교육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닷새간 매일 이어지는 ‘몰입형 집중’이었다. 일반 이론 수업뿐 아니라 실제 분해·세척·조립 훈련과 더불어 현장 실습까지 이어졌다. 교육생 20명 모두가 수료할 정도로 열의가 뜨거웠다.

신중년 에어컨 청소전문가 사회공헌단의 3조인 김강표(왼쪽부터)씨, 성은경씨, 이규진씨, 권희택씨, 김두영씨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에어컨 청소 봉사를 끝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두영씨 제공
신중년 에어컨 청소전문가 사회공헌단의 3조인 김강표(왼쪽부터)씨, 성은경씨, 이규진씨, 권희택씨, 김두영씨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에어컨 청소 봉사를 끝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두영씨 제공

“재능 기부…가장 큰 만족은 나”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배움-실전-사회공헌’이 선순환하는 구조다. 교육생들이 실무를 익힐 수 있도록 광명시가 청소 수요가 많은 공공시설과 매칭해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켰다. 박정선 평생학습원 주무관은 “단순히 자격증 교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료 후에도 봉사 활동을 통해 경험과 실력을 쌓고,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지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과 등 관련 부서에서 수요처를 사전 조사한 뒤 신청서를 받아 대상지를 정리해 일자리창출과로 넘기면, 봉사단 단톡방에 해당 정보가 공유된다. 봉사단은 각 조별로 날짜와 인원을 자율적으로 조율해 현장 활동에 나선다.

에어컨 청소 자격을 갖춘 봉사단 3조는 매주 3~4차례, 평균 3~4시간씩 지역아동센터나 돌봄기관 등에 투입돼 곰팡이나 먼지로 오염된 에어컨 필터와 팬을 고압 세척기와 전문약품으로 말끔히 청소한다. “현장을 가보면 아, 이렇게 지저분한 곳도 있었나 싶을 때가 있다. 우리가 청소해 변화하는 모습이 눈으로도, 사진으로도 보이니까 참 뿌듯하다.” 김두영(62)씨가 말했다.

권희택씨 역시 “재능기부지만, 가장 만족하는 건 나 자신”이라고 거들었다. 특히 “지역아동센터처럼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일수록 에어컨 청소를 해주면 진짜 도움이 된다. 깨끗한 데서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걸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성은경씨도 동의했다. “옆에서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됐다. 같이 웃고 도우며 봉사하니까 더 재밌다.”

이들은 다음 교육생의 멘토로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두영씨는 “우리가 먼저 과정을 경험했고 현장에서 봉사도 했기에 멘토가 되면 실제 실습이나 조립 과정에서 생기는 (다음 교육생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희택씨도 “같이 다니며 서로 배우는 시스템이 초반에 큰 도움이 됐다”며 “돌봄 구조가 생기면 더 많은 시민이 (에어컨 청소 양성과정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유미 광명시 사회적경제과 주무관이 지난 2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사회적경제 홍보전시관 더가치홀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오픈박스’ 행사에서 지역공동체 자산화 사업에 대해 설명해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오픈박스란 선물박스를 열어보며 사회문제에 공감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다.
차유미 광명시 사회적경제과 주무관이 지난 2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사회적경제 홍보전시관 더가치홀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오픈박스’ 행사에서 지역공동체 자산화 사업에 대해 설명해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오픈박스란 선물박스를 열어보며 사회문제에 공감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다.

동네마다 피어나는 사회적경제 실험

광명시는 사람 중심의 사회적경제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2019년 86개였던 사회적경제기업(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이 2024년 기준 180개로 2배 이상 늘어나면서 도시의 경제 생태계가 성장했다. 사회적경제혁신센터 설립과 지역 공동체 자산화 사업, 공정무역, 돌봄·환경 협업까지 사회적경제 정책의 질적 변화도 진행 중이다. 특히 2023년 3월 전국 최초로 ‘평생학습지원금’ 조례를 제정했다. 만 50~59살에게 인생 단 한 번 30만원 상당의 평생학습 포인트를 지급해 인생 2막 설계를 지원한다.

골목마다 배움이 움트고, 착한 소비와 봉사, 협력이 일상이 되는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실험이 동네 곳곳에서 꽃피고 있다. 한때 낡은 단어로 여겨졌던 사회적경제가 시민의 손끝에서 되살아나면서 지역의 미래가 바뀌고 있다. 누구든 자기 역할을 동네에서 찾고, 기술과 돈, 기회가 지역 안에서 선순환하는 ‘사회적경제 친화도시’, 광명시는 그곳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우리 동네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지방정부, 시민사회, 그리고 주민이 함께 참여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현장을 찾아 소개하는 기획입니다. 지역 구성원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더 나은 공동체로 성장해가는 생생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마을기업, 사회적경제, 청년·여성·노인 등 다양한 주체가 환경·문화·교육·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힘을 모으는 협력 프로젝트, 그리고 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우리 동네의 특별한 현장, 꼭 알리고 싶은 공동체가 있다면 제보해 주세요. 동네 이름, 추천 이유, 간단한 소개(사람·단체·프로젝트 등)를 ejung@hani.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글·사진 정은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기자 ejung@hani.co.kr

목록으로 이동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6 한겨레신문사 3층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