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사회연대경제 대통령 비서관과 전담부처 설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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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사회연대경제 대통령 비서관과 전담부처 설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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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 국정과제 채택 이후 실행체계는
“사회연대경제는 복합적 사회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적 전략이다. 다만 사회연대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부처별로 흩어진 정책을 하나로 묶을 사령탑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두 달간 운영된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산하에 10개의 태스크포스(TF)가 설치됐다. 사회연대경제 태스크포스는 그중 하나였다. 기후 위기와 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화 등 다층적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포용적 성장과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할 주체로 사회연대경제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사회연대경제가 이재명 정부의 공식 국정과제로 채택됨에 따라 실행력을 어떻게 높일지가 다음 과제가 됐다. 지난 8월2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제24회 사회적 경제 정책포럼은 그것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국정과제 발표 후속 논의: 사회연대경제 실행체계 구축을 위한 현장 대화’라는 주제의 이번 포럼에서는 다양한 사회연대경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추진 전략을 논의했다. 무엇보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실 직속 비서관 신설, 국 단위 이상의 주무부처 설치, 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사회연대경제 태스크포스를 이끌었던 정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축사에서 “사회연대경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풀어내고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열쇠”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회연대경제의 제도적 기반과 실행력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총회에서 사회연대경제가 지속가능 발전의 중요 수단으로 인정된 국제적 흐름을 언급하며,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정책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콘트롤타워 구축 시급
장종익 한신대 교수(전 국정기획위원회 기획위원)는 발제에서 “국민의 온전한 삶이 보장되는 사회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사회연대경제가 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사회연대경제가 ‘정책 파트너’로 활용될 잠재력과 그를 실현하는 방향성에 주목했다. 예컨대 기존 주택정책이 공급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주거복지, 저탄소·에너지 절감, 상호돌봄 등 다양한 사회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이 각자의 특성과 역할에 맞춰 주거복지 서비스 제공, 친환경 에너지 확대, 커뮤니티 돌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주택 정책과 결합해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주거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시민참여와 사회적 연대도 자연스럽게 확산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사회연대경제는 돌봄·고용·지역경제·재생에너지·복지 등 여러 부처가 함께 다뤄야 할 교차 의제가 많은 영역이다. 하지만 이를 조정하고 집행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문제가 이날 포럼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마을기업은 행정안전부, △자활기업은 보건복지부, △소셜 벤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각각 맡고 있는데, 부처들은 대체로 ‘자기 부처 소관’의 기업 형태를 이해하는 데 머물러 있다. 장 교수는 보건복지부를 예로 들며 “자활기업만 바라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다양한 정책 속에 사회연대경제가 편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부처 칸막이로 인해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현장은 오히려 피로감이 누적되는 게 현실”이라며, “사회연대경제 비서관 신설과 주무부처 설치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현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축사에서 “분산된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통합할 콘트롤타워가 부재하면 정책 효율성과 일관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손찬 한국 마을기업 중앙협회 회장이 “부처 간 협업 조정, 정책의 일관성과 속도, 실행력 강화를 위해 사회연대경제비서관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민수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는 “비서관은 정책을 총괄적으로 운영할 때 효과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면서 “다만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꾸려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흔들리지 않는 제도적 기반
기본법 제정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사회연대경제 영역은 기본법이 아직 없어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못한 채, 정치적 환경에 따라 지원 체계가 흔들리고 정책 집행도 번번이 좌초되곤 했다. 2014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2023년에 ‘사회연대경제 기본법’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재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기본법 제정이 현장 조직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대훈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은 토론에서 “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은 여러 부처에 분산된 정책 칸막이를 허물고, 정책 후퇴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기반이 없으면 정책 추진이 통합력을 갖지 못하고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성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영식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장 역시 “중앙의 결정과 지원이 지역까지 원활하게 전달되려면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지역에서 조례를 설치해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도모했지만 상위법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기본법 제정으로 법적 토대가 마련돼야 여러 관련 법령을 통합적으로 정비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 및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설계가 가능해진다. 장 교수는 기본법 도입뿐 아니라 협동조합기본법, 사회적기업 육성법 등 관계 법령의 전면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 육성법은 현장의 다양한 변화와 혁신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 실태에 맞는 법률과 지원 체계의 개편을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 중요한 분기점임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며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수용하고 확산할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회연대경제, 앞으로 과제는
이번 포럼에서는 사회연대경제 실행체계를 단순히 지원체계 복원이나 예산 투입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주관부처 단위에서 형성된 연대방식의 특성 △업종별 전문성 △지역 현장성이 입체적으로 결합하는 실행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회적 금융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도 확인됐다. 민간 투자와 금융을 사회연대경제 조직과 연결해 자생적 성장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회연대경제의 활동을 ‘공동체 안전망 구축’과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두 축으로 나누어 맞춤형 지원체계를 설계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돌봄·주거·고용과 같은 생활밀착형 영역과 기후위기·에너지전환·인공지능(AI) 기술 등 혁신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당사자들의 주체적 참여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간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역을 중심으로 민간의 주체적 참여와 공공의 협력이 결합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활동해 온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은 여러 방면에서 정부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성장 동력을 얻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현장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강 상임이사는 “지난 3년간 정책 기조에서 후퇴와 파괴 현상이 있었지만,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이 현장을 꿋꿋이 지켜왔다”며 “삭감된 지원 예산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포럼 사회자인 이원재 랩 2050 이사장은 사회연대경제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지역사회 돌봄, 기후위기에 대응한 재생에너지 전환,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한 사회주택 확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 과제를 풀어낼 대안임을 강조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석자들의 논의를 종합해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이 되려면 강력한 집행력을 갖춘 실행체계가 핵심”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y.yang@hani.co.kr 녹취정리 김서연 김효진 보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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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관련 기사 링크주소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2150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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