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밥 먹었어?’, ‘밥 잘 챙겨 먹어’, ‘나중에 밥 한번 먹자’ 등 밥을 매개로 한 인사를 나누는 것에 익숙해요. ‘밥심’으로 산다는 말처럼, 한국인에게 먹는 행위는 단순한 행동을 넘어 자연스럽고 중요한 문화입니다.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 돈독한 관계를 쌓아가려 하죠.
일상적이며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이 ‘먹는 행위’로부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어요. 마르고 날씬한 몸에 대한 선망에서 근육이 있고 탄탄한 몸에 대한 유행까지! 이상적인 몸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하고 있지만, ‘보기 좋은’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체중관리에 대한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또래와 트렌드의 영향에 민감한 청소년들은 마른 몸을 위해 ‘먹토’(먹고 토하기), ‘먹뱉’(먹고 뱉기)을 하며 ‘개말라’(매우 마른 사람),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사람)가 되길 꿈꿉니다. 온라인상에서 이와 관련된 정보를 손쉽게 얻고 공유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먹는 행위’는 누군가에게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싸움입니다.
많은 사람이 섭식장애를 무리한 다이어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정서적·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입니다. 하지만 섭식장애라는 이름이 붙을 때, 당사자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이야기는 지워지곤 해요. 절식, 폭식, 구토의 증상으로 그려진 납작한 섭식장애만 남죠. 그래서 섭식장애 경험을 직접 겪은 당사자들이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바로 ‘섭식장애 인식주간’입니다!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섭식장애를 둘러싼 편견과 낙인을 깰 수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