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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AI의 사진 조작에 ‘보이는 것 못 믿는 세상’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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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8회 작성일 24-03-18 10:12

생성 AI의 사진 조작에 ‘보이는 것 못 믿는 세상’ 오나

작성일 24-03-18 조회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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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이 사진 조작 소동을 일으켰다. 윌리엄 왕세자의 아내 케이트 미들턴은 지난 10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세 자녀와 찍은 가족사진을 공개했다가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미들턴이 가운데에서 딸 샬럿(8)과 막내아들 루이스(5)를 양팔로 끌어안고 맏아들 조지(10)가 뒤에서 엄마를 감싸안은 사진이다. 미들턴은 올해초 복부 수술을 받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중병설이 무성했는데, 두 달 만에 건강한 모습의 사진을 본인이 공개한 것이다. 그런데 사진에 대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옷 가장자리가 잘려나가고 윤곽선이 부분적으로 사라진 점과 한쪽 지퍼가 사라진 것을 조작 부분으로 지목했다. 에이피(AP)통신과 로이터통신은 “사진이 디지털 방식으로 변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송한 사진을 취소하고 언론사들에게 사진을 사용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결국 미들턴은 이튿날인 지난 11일 왕실 소셜미디어 공식계정에 “아마추어 사진가들처럼 나도 가끔 편집을 시도한다. 어제 공유한 가족사진으로 인해 혼란을 드린 것에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비비시(BBC)는 사진의 메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포토숍에 두 번 저장된 것을 확인했지만, 미들턴이 직접 포토숍으로 조작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왕실 차원에서 조작이 진행됐을 의혹을 제기했다.

미들턴 왕세자빈 사진 조작의혹은 황색언론의 관심사를 넘어섰다. 왕실의 홍보 실수와 가십성 호기심을 넘어 딥페이크와 편집된 이미지에 대한 이용자들의 높은 관심이 표출된 까닭이다. 특히 생성 인공지능으로 인해 진짜와 가짜를 식별하기 어려워지고, 손쉽게 이미지를 수정·조작할 수 있게 된 탈진실 환경에서 다양한 해석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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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패스트컴퍼니’는 “이번 사진이 인공지능으로 가득한 소셜미디어의 추악한 면을 드러냈다”며 생성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해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신뢰, 이미지 편집과 조작 환경에서 사실적 이미지의 조건 등에 대한 논쟁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2008년 7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사진(위)에서 왼쪽 세번째 미사일은 발사에 성공하지 못했으나, 미사일과 발사연기를 복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2008년 7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사진(위)에서 왼쪽 세번째 미사일은 발사에 성공하지 못했으나, 미사일과 발사연기를 복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2008년 7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조작 사진(위 사진)의 원본. 왼쪽에서 세번째 미사일은 성공하지 못해 발사대만 보인다.
2008년 7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조작 사진(위 사진)의 원본. 왼쪽에서 세번째 미사일은 성공하지 못해 발사대만 보인다.

사진이 디지털화하고 이미지 편집도구가 널리 쓰이면서 언론에선 사진의 수정 범위 논란도 수시로 생겨났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2008년 7월 미사일 4기 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는데, 조작이라는 게 드러났다. 실제로는 3기만 성공하고 1기는 발사에 실패했는데, 모두 성공한 사진으로 조작한 것이다. 패션잡지 ‘보그’는 2017년 3월 125주년 기념호 표지사진에서 모델을 날씬하게 수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에선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주민이 촬영해 제공한 사진을 사용한 일부 언론사가 포토숍을 통해 포연을 부풀린 사례가 문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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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를 여러 개 장착한 최신 스마트폰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동시에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한 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을 통해 한 장의 사진으로 합성해낸다. 노출과 초점이 다른 사진들을 한 장으로 합성해내는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야간모드, 라이브포커스, 배경흐림 기능 등이다. 촬영자의 개입없이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보기 좋게 포토숍을 하는 상황이다. 진본과 합성본의 경계가 흐려진 상태로 이미지가 소비되고 있다. 인공지능 이미지처리 기능을 앞세운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4는 보정된 화질의 사진이 기본값이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이미지의 상당수 보정된 사진이다.

생성 인공지능은 ‘사진 보정’ 트렌드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한편 누구나 손쉽게 가짜를 만들 수 있는 도구가 제공되면서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생성 인공지능으로 진짜와 식별되지 않는 가짜가 넘쳐나면서 무엇이 진짜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이미지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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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절 사진을 조작할 수 있는 세력은 거대 권력자였다. 소련 시절 스탈린은 기록사진 속 정적을 사라지게 수정했고,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기에도 숙청인물을 기록사진에서 제거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과거 사진 조작이 최고통치자에게 주어진 고도의 기술이자 권력이었고, 사람들은 사진을 보면 그대로 믿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영국 왕실의 사진 조작 논란은 “보는 게 믿는 것”이란 오래된 상식에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미지 합성 전문가인 헨리 애저는 “(왕실 사진 조작 논란은) 무엇이 진짜이고 인공지능의 결과물인지 답하려 할 때 우리의 미디어 환경이 이미 얼마나 합성된 상태인지를 알려주는 거울인 셈이다”라고 ‘패스트컴퍼니’ 회견에서 말했다.

헝가리 출신으로 독일 바우하우스 교수를 지내며 현대 사진예술에 큰 영향을 끼친 라슬로 모호이너지는 일찍이 1930년대에 “미래엔 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사진을 못 읽는 자가 문맹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이 말은 “인공지능 시대엔 진짜 이미지와 가짜 이미지를 식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문맹이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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