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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시니어는 여유로운 줄”…50대 “자식 키우다 번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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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시니어는 여유로운 줄”…50대 “자식 키우다 번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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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고용노동센터에서 열린 ‘생생 일자리 대화’에 참여한 조성훈(왼쪽)씨와 임건영씨가 청년층과 고령층의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제공.
경사노위 ‘생생 일자리 대화’ 개최
시민 50명, 짝지어 일대일 토론
청년지원, 고령자 고용 놓고
세대 간 상생 일자리 해법 모색
“기초 역량 육성” “일자리 연계 중요”
엇갈린 생각도 대화 뒤 접점 찾아
“한시간 대화에 서로의 세계 봤다”
10여년 전 개봉한 영화 ‘인턴’은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갈등 측면에서 이상적 해법을 제시한다. 성공적 커리어를 쌓은 30대 여성 시이오(CEO)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포용적 일자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70대 남성을 인턴으로 고용한다. 나이와 신분차로 처음에 서먹했던 두 사람은 소통하며 신뢰를 쌓게 되고, ‘시니어 인턴’의 풍부한 경험과 현명한 조언이 여성 시이오의 길을 밝힌다는 줄거리다.
저출생·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인턴’처럼 청년과 노년이 서로를 살리는 일터를 실현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8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센터에서 열린 ‘생생(生生) 일자리 대화’는 ‘상생’과 ‘평생’을 화두 삼아 일자리에 관심있는 시민 50명이 모여 격의없이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사회적 대화를 위한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주최하고,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가 프로그램 기획·운영을 맡았다.
빠띠는 사전 질문(15개 문항)에서 서로 다른 관점이 드러난 사람을 두명씩 한 조로 맺어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진행자로부터 별명(또는 이름)이 호명된 사람들은 손을 번쩍 들고, 상기된 표정으로 자신의 짝꿍을 찾았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졌음을 알면서도, 참가자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50대 조성훈씨와 30대 임건영씨는 ‘청년 채용이 지금보다 늘지 않더라도 고령자가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1번 문항에서부터 얘기가 길어졌다. ‘고령자 지원 확대’에 찬성한 조씨가 “젊은 사람들보다 고령자들이 일하겠다는 의지가 더 절박하고 분명하다”고 운을 떼자, 임씨는 “20~30대 입장에선 고령자들이 노후 준비가 돼 있는 여유로운 상황에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조씨는 “현재 중장년층은 20대 후반에 일을 시작해서 50대 중반까지 자녀 뒷바라지하다보면 (모아놓은 돈을) 다 소진해버리고 이때서야 노후 준비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부모들의 번아웃‘이란 표현이 마음에 다가온 듯했다. “고령층에 활동 영역이 열려있어야 돈이 순환해서 자녀들한테도 돌아갈 몫이 있다. 청년들에게 들어간 돈은 부모 쪽으로 잘 안 들어온다”는 조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령 숙련자의 기술 전수’와 관련한 질문에서도 의견이 달랐다. “고령층의 지혜를 높게 평가한다. 청년들과 소통하면서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임) “과연 청년들이 고령자로부터 배울 의사가 있냐. ‘저 분, 꼰대같다. 챗지피티한테 물어보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경험 전수가 말은 좋아도 현실감이 떨어진다.”(조) 임씨는 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나름의 설명을 내놓았다. “가르쳐주는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면 젊은 세대가 받아들이기 힘들다.”
30대 여성 직장인 ‘barra2’와 대학 졸업을 앞둔 신이현씨는 교육과 관련해 ‘폭넓은 기초역량 교육이 중요하냐, 실제 일자리와의 연계 교육이 중요하냐’를 놓고 생각이 엇갈렸다. 신씨는 “지방대 공대를 다니며 확실히 직무에 도움 되는 과목을 배우지만, 일반 교양 과목은 실용성이 전혀 없을 때도 있다”고 했다. 반면 ‘barra2’는 ‘기초 역량 육성론’에 적극 찬성했다. “직업 연계 학과 나와서 적성이 안 맞는 곳으로 취직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다. 어디서 재능이 발현될지 모르니 더 많은 것을 접해야 한다. 체육, 사회과학, 인문학을 배워야 창의성이 더 필요하다. 요즘 실용적인 일은 기계로 대체되고 있느니 결국엔 사람간의 연결·협업이 더 중요하다.” 한참 얘기를 듣던 신씨는 “기초 역량 교육을 초·중등까지 넓혀 보면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수긍했다.

‘쉬었음’ 청년 문제를 놓고 원인(개인의 책임-사회구조적 문제)과 해법(청년 구직 노력-정부 지원 확대)을 모색하는 과정도 이야깃거리가 풍부했다. 20대 남성 ‘충북사나이’와 30대 여성 ‘정신디’는 모두 ‘쉬었음 3년’ 경험이 있지만, 결은 조금 달랐다. 충북사나이는 “국민취업제도, 청년도전사업 등 괜찮은 정부 지원이 많다. 청년들이 그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는 게 문제”라고 했고, 정신디는 “청년 개인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구직에 도전하는데도 안되면 정부가 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입을 뽑는 데가 거의 없으니 다른 일자리로 바꾸거나 도전하는 게 어렵다”고 받았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쉬었음’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로 나아갔다. 충북사나이가 “한때 히키코모리인적이 있다. 지금은 그렇게 안되려고 앞만 보고 살아간다”고 털어놓자, 7살 위인 정신디는 “어른들은 ‘청년들이 살 만하니 쉬는 거다, 노력 안해서 그렇다’고 생각을 하는데, 자수성가가 가능했던 이들과 우리 세대는 너무나 다르다”고 했다. 이어 “‘나중에 나이 들면 충전할 시간이 없다. 20대는 좀 쉬어도 되는 시기”라고 토닥였다.
한 시간이 훌쩍 흐른 뒤 몇몇 참가자들이 소감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쥔 충북사나이는 “짝꿍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깊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임건영씨는 “청년 정책에 비해 중장년층 지원이 부족하다는 데 공감하게 됐다”며 “연령차가 많이 나는 분과 깊게 의견 나눌 기회가 한번도 없었는데, 오늘 대화하면서 고령층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주현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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