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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한 불안은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닌 공적 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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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5-12-08 09:09

“AI에 대한 불안은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닌 공적 의제”

작성일 25-12-08 조회수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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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도처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간보다 뛰어난 지적 능력을 보인다는 점에서 기존의 자동화 불안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일자리 불안에 더해 ‘나’라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대체될 수 있다는 무력감, 존재론적 위협으로 커지고 있다.

이 불안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보편화되는 불안

고등학교 2학년인 세윤(가명)은 얼마 전 미술에 대한 꿈을 접었다. 예술 창작 영역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대 진학을 목표로 다니던 미술학원도 그만뒀다.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대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이 커요. 물어보고 참고할 선례가 없기 때문에 더 불안해요”라고 고민을 토로한다.

테크업계에서 15년 차 개발자로 기술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미영씨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보여준 기술적 성취에 경외감을 느끼면서도 두려움이 크다. “당장 일하는데 필요하지 않아도 시대적 흐름 때문에 인공지능 기술을 좇아가야만 한다는 강박이 커요.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하면서 이게 진짜 내 실력일까라는 데서 오는 죄책감, 두려움도 상당해요”라고 말한다.

불안은 여러 실증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생성형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인공지능 불안 경험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명 중 2명(68%)이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를 내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4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직업을 가진 응답자 3명 중 1명(33.6%)이 자신의 직무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며 불안을 나타냈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과거와 차원이 다른 불안

‘인공지능 불안’에 주목하는 연구들도 발표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인공지능과 윤리’에 게재된 ‘인공지능 불안: 심리적 요인과 개입 전략에 대한 종합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인공지능 불안은 과거 자동화 불안의 확장판이 아니라 아예 성격이 다른 불안이다. 인공지능은 학습하고, 추론하고, 예측하는 유사 지능 체계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불안을 낳는다. 채용·평가·대출 심사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면서 운명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결정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가치, 존재 의미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정체성의 위협, 존재론적 불안도 크다. 예술 창작 분야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이 도처에 확산하면서 ‘이용하지 않을 자유’가 사실상 사라진 데서 오는 두려움, 이미 불평등이 만연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으로 더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라는 위기감도 적잖다.

인공지능 기술에 휩쓸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주목한 책 ‘AI 블루’의 저자 조경숙 개발자는 “챗지피티가 공개된 이후 여러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느끼는 불안이 일자리 대체나 기술에 뒤처지는 것 등으로 좁혀져 납작하게 다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불안을 야기하는 기술의 변화, 사회 구조, 기업의 대응, 그리고 개인의 불안 등을 촘촘하고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프레임이야말로 잘못된 접근인데, 여기에는 회사의 해고 결정이라는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기 때문”이라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결정으로 해고가 이뤄진다”는 점을 명확히 할 때 불안의 실체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불안은 공적 의제

기존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삶에서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많다’고 생각할수록 인공지능 불안도 커졌다. 이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리터러시, 즉 인공지능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우리의 데이터와 일자리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에 얽혀 있는지, 개인·조직·사회 차원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 불안은 개인의 마음가짐이나 심리 문제가 아닌 공적 의제이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불안해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인공지능 환경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느냐’고 질문해야 하며, 불안이 속수무책으로 번지지 않도록 규칙을 만들고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감시 자본주의 시대’의 저자 쇼샤나 주보프 하버드대 교수도 인공지능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인공지능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자본의 설계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예컨대, 빅테크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인간 경험을 데이터로 추출해 행동을 예측·조정하는 감시 자본주의의 엔진으로 삼고, 이를 토대로 사람의 불안과 주의를 끝없이 추출하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 즉,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보다, 분노와 불안을 자극해 더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띄우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더 많이 접할수록 이용당한다는 느낌이 커지고, 통제 상실·존재 불안의 수위도 높아진다.

세계적 에스에프작가인 테드창은 2023년 미국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을 ‘스스로 목적을 가진 주체’로 볼 때 불안과 두려움이 커진다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도구를 과대포장하는 기업의 마케팅과, 이를 빌미로 사람과 제도를 바꾸려는 자본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즉, ‘인공지능이 얼마나 위험한가?’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자본의 집행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를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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