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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전파 기업’ 쿠팡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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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전파 기업’ 쿠팡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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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노동자 사망 사건, 쿠팡 물류 자회사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 이어 마침내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까지 발생했다. 쿠팡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물류·추천·판매자를 분석하는 데이터 기업을 자처해왔다. 수천만 고객의 구매·행태 데이터와 이에 기반한 인공지능 추천·최적화 시스템이야말로 쿠팡의 경쟁력인 셈인데, 이 핵심 자산이 뚫린 것이다.
3370만건이 넘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은 성인 인구 4명 중 3명이 직간접 피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피해 규모가 크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무책임한 사후 대응이다. 유출은 이미 6월부터 시작됐지만 쿠팡은 다섯달 가까이 쉬쉬했을 뿐만 아니라, 알려지고 나서도 ‘유출’이 아닌 ‘노출’이라는 식으로 쟁점을 흐리고 있다.
올해만 해도 쿠팡 노동자 8명이 사망했지만, 과로사·산재 논란에도 침묵하는 등 책임 회피성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경영의 최우선 순위가 국감 등 정치권 로비, 논란에 대한 사후 대응 등이 되다 보니 보안·안전 등은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의 편의를 볼모로 삼아 사실상 위험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이윤을 앞세우기보다 환경을 고려하고 노동자와 함께 가야 기업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 쿠팡이 모델로 삼은 미국 기업 아마존은 기후를 강조하는 등 이에스지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으나, 쿠팡은 사실상 외면해왔다. 물론 아마존도 창고 노동자의 높은 부상률, 노조에 대한 회사의 강력 대응, 인공지능 기반 작업 감시 시스템 등 지배구조와 사회 부문에서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기후·인권·노동 이슈를 이사회 감독 항목으로 올려 해마다 보고서로 공개하는 등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제도적 틀을 갖추고 있다.
이에스지의 교과서로 알려진 기업 ‘파타고니아’는 리스크 관리 차원을 넘어 이에스지를 기업의 존재 이유로 삼는다. 창립자 이본 쉬나드(슈나드)는 2022년 ‘이제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고 선언하며 회사의 소유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소비를 자제하고 ‘적게 사고 오래 입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브랜드 전략으로 내세워 오히려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도약했다.
쿠팡은 새벽배송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했다. 하지만 노동과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지속될 수는 없다. 기업의 위험이 사회로 외주화되는 상황을 더 이상 놔둘 수 없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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