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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를 ‘역사의 바퀴벌레’로 만든 것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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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0회 작성일 25-11-07 09:10

극우를 ‘역사의 바퀴벌레’로 만든 것 [유레카]

작성일 25-11-07 조회수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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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경주 아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극우는 ‘역사의 바퀴벌레’로 전락했다고 썼다. “트럼프가 와서 윤석열을 옥중에서 구출할 것이라든지 중국이 부정선거 원흉이라든지 계엄령이 계몽령이라든지 하는” 극우의 음모론도 가차 없이 비판했다.

보수 논객도 외면하는 이토록 황당한 서사는 어떻게 감정적 공명을 만들고 세력을 넓혀왔을까? 음모론, 심지어 혐오를 자양분 삼은 극우의 확산은 민주주의 실패의 결과물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따라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여러 민주주의 연구자들은 말한다.

세계적인 감정사회학자이자 ‘포퓰리즘의 감정’을 쓴 에바 일루즈는 지난달 제16회 한겨레아시아미래포럼에 참석해, 민주주의는 제도 이전에 감정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감정은 희망, 실망, 질투, 분노 등인데, 노력을 통해 더 나은 삶과 사회 진보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불평등한 현실에 직면할 때 ‘실망’으로 변하고, 분노로 전환되어 극우 포퓰리즘의 심리적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 백인 남성 노동자층이 상대적 박탈감 속에 자신들의 불안과 분노를 엘리트나 이민자 등 소수자에게 표출하는 식이다. 에바 일루즈에 따르면 분노는 ‘도덕적 언어로 위장한 복수심’으로, 극우의 부상은 이성의 실패가 아니라 희망이 배신당했을 때 터져 나오는 감정의 복수다. 민주주의가 약속했던 평등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이 좌절될 때, 질투·분노가 끓어오르면서 극우 정치에 휩쓸리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극우의 감정을 연구해온 박권일 사회비평가도 감정이 지배하는 지금의 정치를 단지 ‘비이성적 광기’로 치부하는 것은 위험한 진단이며, 일상 세계의 감정들이 정치로 확장·변질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불평등의 확산 속에서 상실감을 느끼는 중산층, 한때 산업화의 주역이었지만 지금은 잊힌 세대가 되어버린 노년층, 여성·이주민 등이 자신의 일자리를 가로챈다고 분노하는 청년 남성들에게 극우 담론은 상실된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서사로 작동한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이러한 감정들을 확산·증폭하고 두텁게 만든다.

정치는 이성적 합리성만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감정을 타고 움직인다. ‘역사의 바퀴벌레’로 조롱받는 극우의 ‘비합리적 감정’이 어떤 감정의 구조 위에서 비롯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정확한 비판을 위해서라도.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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