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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러 “능력주의 대체할 ‘민주적 능력’ ‘돌봄의 인프라’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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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10-27 11:47

리틀러 “능력주의 대체할 ‘민주적 능력’ ‘돌봄의 인프라’ 중요”

작성일 25-10-27 조회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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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능력(merit)’은 지배 질서를 정당화하는 정치적·문화적 도구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공정 담론의 역설, 민주주의를 위협하다’를 주제로 오후 세션의 기조 강연자로 나선 조 리틀러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칼리지 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돌봄’의 가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능력주의는 혈통과 신분 대신 노력과 재능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매혹적인 신념으로 간주되어 왔다. 능력주의의 모순, 변질을 지적한 리틀러 교수는 “오늘날에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개인화해 소수의 극단적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양극화하고, 실패의 책임을 패자에게 돌리고 있다”면서 “능력주의 신화는 실질적 불평등을 가리고, 계급적 위계와 부의 집중, 신자유주의와 금권정치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능력주의는 신자유주의를 지탱하는 근육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리얼리티 티브쇼, 성공한 기업가 서사 등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 헝거 게임 등과 같은 문화콘텐츠 속에서도 능력주의 서사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는 패자에게 좌절과 모욕을 안기며 사회를 분열시킨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지위를 노력의 결과로 믿고 실패한 사람은 자신의 탓으로 실패했다는 낙인이 깊어지면서, 상호존중은 사라지고 혐오와 경멸이 지배한다”는 것이다.

리틀러 교수는 이를 ‘희생양 정치’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불평등을 야기하는 사회 구조적 원인은 감추고 불만을 이민자, 빈곤층, 여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돌림으로써, 사회적 분노가 축적되고 포퓰리즘, 혐오와 권위주의가 확대되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리틀러 교수는 능력주의가 어떻게 우파의 정치적 기획으로 변질하고 있는지도 짚었다. 미국의 트럼프, 영국의 보수당 정치인 모두 ‘진정한 능력 사회’를 내세우며 엘리트 지배를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극심해지는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능력주의가 낳은 처참한 결과라는 것이다.

능력주의에 맞설 대안은 무엇일까? 리틀러 교수는 특정 능력에만 과도한 경제적 보상을 주는 능력주의를 대체할 개념으로 ‘민주적 능력(democratic merit)’을 제시한다. 사회는 다양한 역할과 능력이 존재하기에, ‘능력'의 의미는 폭넓게 이해되어야 하며 교육도 여기에 부응해야 한다. “교육은 지금처럼 부유층만의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되며,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하며, 경쟁에 기반을 둔 능력주의는 사회적 분열로 이어지기에, 부의 집중을 완화하고 초 부유층에 대한 과세 강화 등 보다 공정한 제도 설계를 통해 ‘민주적 능력’이 실현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틀러 교수가 특히 주목한 것은 ‘돌봄’의 가치인데, 이는 ‘민주주의 재생산의 핵심 원리’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개인화된 연민이 아닌 모두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정치적 과정을 통해 돌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즉 상호의존성의 정치로서 돌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돌봄은 서로의 삶을 유지하고 지탱하는 과정이며, 개인 경쟁에서 벗어나 공공의 책임을 지향하는 것이다. 리틀러 교수는 “경쟁의 윤리를 넘어 돌봄의 윤리를 회복할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평등과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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