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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가 엘리트의 특권 대물림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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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10-27 11:46

“능력주의가 엘리트의 특권 대물림 도와”

작성일 25-10-27 조회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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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는 승자처럼 보이는 엘리트에게도 과로와 자기 소외를, 실패한 이들에게는 모욕을 안겨, 포퓰리즘의 득세,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진다.”

대니얼 마코비츠 미국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능력주의의 함정’이라는 주제로 오후 세션 첫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서, “능력주의는 엘리트가 특권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도록 돕는 사회적 기술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능력주의가 성취를 기준으로 혜택을 분배하는 체제라는 점에서 혁신으로 간주되어왔지만, 오늘날에는 “‘귀족주의 세습’을 대신하는 ‘능력주의적 세습’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마코비츠 교수는 한국 사회도 능력주의가 공정성, 사회적 이동성과 멀어지면서 불평등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도 엘리트들이 자녀 교육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면서 능력주의가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세습되고 있다. 그는 “능력주의가 스스로의 도덕적 정합성을 상실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내부에서 붕괴한다”며 “능력주의가 전제하는 우월성 중심 사고를 ‘탁월성’ 중심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월함’은 경쟁에 기반하지만, 탁월함은 가치 있는 일을 충분히 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후 세션 두번째 기조연사로 나선 조 리틀러 영국 골드스미스대 교수는 ‘공정 담론의 역설, 민주주의를 위협하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능력주의 신화는 불평등을 가리고, 계급적 위계와 부의 집중, 신자유주의와 금권정치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며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는 패자에게 좌절과 모욕을 안기며 사회를 분열시킨다”고 짚었다. 리틀러 교수는 이를 ‘희생양 정치’로 설명한다. “불평등을 야기하는 사회구조적 원인은 감추고 불만을 이민자, 빈곤층,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돌림으로써, 사회적 분노가 축적되고 포퓰리즘, 혐오와 권위주의가 확대돼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진단이다. 그는 대안으로 “민주주의를 더 깊게 만들어야 하며, 억만장자 과세, 자산운용시장 규제 등 평등주의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정현백 성균관대 명예교수(사학과)의 진행으로 원탁토론이 열려, 학벌주의가 뿌리 깊고 젠더 갈등이 첨예한 한국 사회에서 능력주의와 불평등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놓고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청년 우경화의 배경으로 좋은 일자리 축소, 대입과 취업에 ‘올인’하는 ‘한국식 능력주의’를 지적했다. “대입과 대기업 입사, 두번의 시험을 위해 10대, 20대를 갈아 넣는 시스템”이라며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 세대의 지위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심이 한국 능력주의의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불평등의 핵심 원인으로 꼽으며 능력주의, 소득 불평등, 기회 불평등이 맞물리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신소윤 기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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