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는 어떻게 ‘폭정’으로 변하나 [유레카] > 뉴스룸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바로가기

뉴스룸

뉴스룸

능력주의는 어떻게 ‘폭정’으로 변하나 [유레카]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7회 작성일 25-10-14 08:58

능력주의는 어떻게 ‘폭정’으로 변하나 [유레카]

작성일 25-10-14 조회수 47

본문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트위터로  공유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을 선물했다. 이 책의 원제는 ‘능력주의의 폭정’이다. 능력주의는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공정하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세습·혈연 중심 사회를 극복하려는 진보적 이상으로 등장했지만, 오늘날에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체제로 비판받는다.

한국에서 ‘엘리트 세습’으로 널리 알려진 대니얼 마코비츠 예일대 교수 책의 원제도 ‘능력주의의 함정’이다. ‘민주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오는 23일 개최되는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연사로 참여하는 마코비츠 교수는 “능력주의는 공정한 경쟁이 아닌 교육자본의 세습체제”라며 “엘리트 부모들은 막대한 자원으로 자녀를 훈련시키고, 그 결과 시험과 학위는 능력의 증거가 아니라 사실상 세습된 특권”이라고 꼬집는다. 하지만 엘리트들은 자신의 지위가 노력에 따른 것으로 당연히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기에 자신보다 못한 이들을 얕보고, 배제된 이들은 체제에 원한과 분노를 품게 된다. 이렇듯 능력주의 사회는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 수치를 안기면서 체제를 흔드는 ‘폭정’으로 변질된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석학 모두 ‘교육’이 문제의 진원지라고 꼬집는다. 샌델 교수는 중도좌파 정당들이 불평등의 해법으로 “교육”을 내세운 것이 오히려 노동계층을 소외시켰다고 지적한다. “불평등에서 벗어나려면 학위를 따라”는 조언은 결국 패자에게 모욕감을 안겨 트럼프 현상과 포퓰리즘 득세로 이어졌다.

마코비츠 교수는 “오늘날 엘리트들은 자녀를 교육시키는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그 결과 능력주의는 특권을 대물림하는 정교한 기술이 되었다”고 했다. 교육은 사회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계급을 고착시키는 벽으로 바뀐 셈이다. 능력주의 사회는 혈통이 아닌 교육자본으로 계급이 세습되는 사회다.

지금처럼 부자와 보통 사람들이, 사립학교와 공립학교가 분리되어 살아가는 한 능력주의 폭정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게 두 석학의 공통된 우려다. 샌델 교수는 “민주주의는 우리가 모이고 섞일 수 있는 공공장소와 공적 공간을 요구한다”고 강조한다. 마코비츠 교수는 능력주의는 본질적으로 경쟁적이기에 능력주의의 우월성 중심 사고를 탁월성 중심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hgy4215@hani.co.kr

목록으로 이동

회원로그인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