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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신청주의와 사각지대 해소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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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신청주의와 사각지대 해소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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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재정 관련 간담회에서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라면서 자격이 있는 사람이면 자동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원칙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빈곤층을 죽음으로 내모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호한 의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청주의는 자격이 되더라도 개인이 직접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재정 절감 목적이 크다. 하지만 노인, 저소득층, 이주민 등 정작 복지가 필요한 이들은 신청조차 못 해 혜택에서 배제되곤 한다. 정보 접근성, 디지털 활용 능력 문제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대상자별 복지 혜택을 손쉽게 정리해주는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끄는 배경이기도 하다.
신청주의가 자동지급제로 바뀌면 사각지대가 줄고, 필요한 이들이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단순히 신청을 못 해서라면 자동 지급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복지혜택 중 많은 경우는 소득과 자산에 따라 결정되는 선별 급여다. 적절한 대상자를 추려내기 위해 개인의 신상정보는 물론 자산, 소득, 부양자 파악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 동의가 필요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른바 ‘제도적 배제’인데, 복지 혜택이 절실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근로능력 평가 등 복잡한 제도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11년 전 서울 송파구의 반지하방에 살던 세 모녀가 집세 및 공과금 70만원이 든 봉투와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이들은 주민센터를 찾아가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신청을 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좌절됐다. 복지 제도의 작동을 가로막는 촘촘한 제약들을 폐지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편, 자동지급제가 소극적인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빈곤사회연대의 김윤영 활동가는 “빈곤층에 대한 복지는 공적 자료 이면의 실질적 생활상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복지 제도가 복잡한 현실을 비켜 가지 않도록, 가까운 곳에서 길잡이 역할을 해줄 인력들이 절실한데, 자동지급제는 이들의 역할을 왜소화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 의지를 단호히 표명하자 건설업계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한 시대다. 복지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이 사각지대 해소 등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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