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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닮은 인공지능? 비인간적 사회문화 환경의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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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5-08-18 11:15

인간 닮은 인공지능? 비인간적 사회문화 환경의 뒷면

작성일 25-08-18 조회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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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챗봇이 점점 사람을 닮아가고 있다. 2025년에는 대규모 튜링테스트까지 통과했다. 사람처럼 말하고, 사람처럼 공감한다. 이는 정서적 교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은 이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사용자와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을 인간 대 인간의 경험처럼 만들어 시장에 호소한다.

익숙한 서사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Artificial intelligence with human brain circuit electric background. Digital futuristic big data and machine learning. vector banner art illust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with human brain circuit electric background. Digital futuristic big data and machine learning. vector banner art illustration.

챗봇의 언어는 예전보다 인간에 가까워졌다. 문법적 정확도 면에서는 거의 흠잡을 데가 없고 맥락도 제법 잘 포착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협소한 영역만을 다룬 평가다. 누구도 끝없이 자상하게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누구도 ‘상대의 모든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하기’ 모드를 장착하고 대화에 임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논쟁적인 사안에 대하여 양편의 주장을 요약·비교·대조하고 중립적 위치를 점하는 방식으로 정치 토론에 임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변해간다는 말은 기만적이다.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에 인간의 특성을 그대로 이식하지 않는다. (같은 질문을 두 번만 던져도 발끈하고, 흥미없는 이야기를 꺼내면 슬쩍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챗봇을 상상해 보라!) 그들이 겨냥하는 건 인간의 요청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존재이지 진짜 인간 같은 존재가 아니다.

이처럼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변해간다’고 여길까? 왜 ‘인공지능과의 인간적 대화’를 찾을까? 부실한 저널리즘, 공동체와 개인 차원의 성찰 부족, 취약한 개인에 대한 사회적 방치 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효과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언론의 책임이 크다.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의 작동 메커니즘 등 인공지능의 기계적 원리에 대한 보도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위협한다”와 같이 인공지능을 주어의 자리에 놓는 문장은 넘쳐나지만, “능력주의적 서열화 평가 체제가 인공지능을 정답 맞히기 보조도구로 몰아간다”와 같이 사회적 요인이 인공지능을 특정 방향으로 이끈다는 보도는 드물다. 이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행위를 한다는 인상을 강화한다. 동시에 인공지능이 다양한 물적, 제도적, 문화적, 이념적 요인이 각축하는 장이라는 인식을 약화시킨다.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이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 또한 부족하다. 인간이 인공지능과 맺는 관계가 교육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기보다는 지금 당장 인공지능을 채택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인간이 기술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의 행위를 결정한다.

심리적으로 취약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돌봄과 체계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은 인공지능 챗봇과의 대화에 쉽게 빠져든다. 주변 사람에게서 얻지 못하는 공감과 치유의 경험은 중독적이다. 개개인의 취약함을 방치한 사회는 끝없이 다정한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번번이 패배한다. 차별받고 소외당한 개인들은 서서히 ‘안전한 인공지능 디아스포라’로 이주한다.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이라는 착시는 ‘무비판적이고 비인간적인 사회문화적 환경’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고 사람 사이의 유대를 끊어낸다면 그것은 인간적이라기보다 ‘반인간적’이다. 안타깝게도 한쪽에서는 끝없이 인간에 복무하는 기계를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 여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김성우 응용언어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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