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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사회성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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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1회 작성일 24-09-04 17:43

도둑맞은 사회성 [유레카]

작성일 24-09-04 조회수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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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 심지어 교사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유포하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가 청소년들의 놀이가 된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온라인상에 만연한 성착취가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만나 일상화하면서 나타난 어두운 이면이다.

청소년들에게 큰 문제가 생겼다는 징후는 이미 여러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0년을 전후로 10대 청소년의 우울증 비율이 2.5배로 늘어났고, 여성 청소년 자살률은 167% 증가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세계적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우울, 자기 효능감 결여, 사회성 상실 등의 모습을 지닌 세대의 등장을 저서 ‘불안 세대’에서 갈파한 바 있다.

2010년 전후 에스엔에스(SNS)가 탑재된 스마트폰 등장이 결정적이다. 이제 아이들은 바깥세상의 거친 신체 놀이 대신 실내에서 ‘안전한’ 스마트폰 놀이를 하며 성장한다. 이전까지 아이들은 신체 놀이를 통해 규칙을 학습하고, 도전과 모험을 시도하며, 관계에서의 갈등을 풀어가는 법을 체득해왔다. 이를 통해 사회성을 획득하며 자연스럽게 ‘어른’으로 이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되면서 사회성이 거세되고 공동체에 뿌리내리는 능력이 역사상 가장 약한 ‘신인류’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기반의 아동기를 보낸 아이들은 뇌 회로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면서, 중독과 집중력 저하, 사회성 약화에 직면한다. 더 많은 도파민을 갈구하며 스마트폰과 에스엔에스에 중독된 아이들이 심각한 집중력과 문해력 저하를 겪고 있는 상황은 요한 하리의 저서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온라인 포르노와 게임에 중독돼 책임감 있고 유능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에스엔에스에 중독된 여자아이들의 정신건강 위기도 못지않게 심각하다. 위험 가득한 바깥세상을 피해 안전한 세계를 만들어주고자 했던 부모의 과보호 욕망과 만난 예기치 못한 결과물이다. 아이들이 도둑맞은 것은 집중력 말고도 사회성, 공동체 감각이다.

하이트는 고등학교 이전 스마트폰 금지, 16살 이전 소셜미디어 금지, 학교 휴대폰 금지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미 대만은 2015년 2살 이하 영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프랑스도 2018년 3~15살 학생들의 학교 안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디톡스법’을 통과시켰다. 디지털 사용의 윤리와 책임에 대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더는 미룰 수 없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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