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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AI ‘열공 모드’…36% “호기심 넘어 업무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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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AI ‘열공 모드’…36% “호기심 넘어 업무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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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업무 간단한 소스 제작까지
엑셀 이용 문서 제작에 도움받아
AI로 설문 만들어 500명 조사
AI 활용, 검색-번역-글쓰기 순
효율성 높였지만 신뢰성 의문
금요일 밤의 여유와 흥분이 묻어나던 지난 9일 저녁, 서울 강남역 주변. 퇴근한 30~40대 직장인 10여명이 한 법률사무소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불금’ 대신 ‘열공’을 선택한 이들의 관심사는 인공지능(AI)이었다. 이날 열린 ‘리걸테크 연구 모임’은 법률 분야 인공지능 서비스와 관련한 동향과 정보를 나누는 모임이다. 행사를 주관한 이현곤 변호사는 “챗지피티를 주제로 한 첫 모임 이후 두번째인데,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참가자들의 직업은 게임 회사의 인공지능 연구원부터 사업가, 변호사까지 다양했다. 한 참가자는 “인공지능 시대에 법률 분야에서도 기회가 많을 듯해, 업계는 다르지만 좀 더 알아보려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지방 출장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곧바로 연구 모임에 참석했다는 한 변호사는 “업계에서 변호사 업무를 돕는 다양한 리걸테크 서비스가 이슈여서, 나도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챗지피티’가 출시된 지 6개월, 직장인들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자신의 업무에 생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챗지피티 활용해서 칼퇴근하기’, ‘챗지피티로 엑셀 능력 끌어올리기’ 등 직장인들에게 인공지능 사용 팁을 전수하는 글과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직 초기이고 혼란이 있지만 직장인들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내게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보기술(IT) 업체 개발자인 김아무개(40)씨는 최근 챗지피티를 업무에 활용해보고 깜짝 놀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딩 업무에 간단한 소스 제작을 요청했는데, 결과물이 놀랄 만큼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김씨는 “코딩뿐 아니라 직장인들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을 이용한 문서 제작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자주 사용할 듯하다”고 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높은 관심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목록 중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경제경영 분야의 월간 순위에 <챗지피티, 질문이 돈이 되는 세상>, <에이아이(AI) 이후의 세계>가 각각 2위와 9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한겨레>는 온라인 설문 플랫폼 ‘나우앤서베이’와 지난 5일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는 나우앤서베이를 운영하는 엘림넷이 출시한 ‘에이아이(AI) 설문 만들기’ 서비스를 이용했다. 주요 단어를 입력하면 생성 인공지능이 설문을 생성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에 따라 배포, 취합, 분석 및 시각화까지 해낸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0% 이상이 생성 인공지능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용해본 생성 인공지능 플랫폼은 챗지피티(62.4%), 구글 바드(35.4%), 챗지피티가 적용된 마이크로소프트 빙(25.4%) 순이었다.
실제 인공지능을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응답은 178명(35.6%)이었다. 검색(58%)이 가장 많았고, 번역·외국어 메일 생성(35.8%), 업무용 글쓰기(24.6%), 데이터 처리·문서 분류(24.2%), 이미지·음성 생성(23.6%), 코딩 작업(16%)이 뒤를 이었다. 인공지능 덕분에 업무 처리의 속도가 향상되고(35%), 효율성이 높아졌다(33.8%)는 긍정적 평가와 인공지능의 결과에 대한 신뢰성 부담(26%),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에서 오는 혼란(21%),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활용의 어려움(20.6%) 등 부정적 평가가 공존했다.
생성 인공지능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전체의 80.6%(매우 도움 20.8%, 조금 도움 59.8%)에 달했다. 응답자 10명 중 8명 가까이(75.6%)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업무 처리 방식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60%(매우 우려 12.8%, 다소 우려 47.6%)를 넘어섰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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