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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걸릴 일, AI가 30초 만에…‘실무의 종말’ 닥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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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80회 작성일 23-11-29 16:39

1시간 걸릴 일, AI가 30초 만에…‘실무의 종말’ 닥칠까

작성일 23-11-29 조회수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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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 6개월-AI의 두얼굴]
위협 받는 사람의 일자리
미 연구진 “노동자 80% 영향”
반복적인 작업 등 가장 ‘위험’
글쓰기·계산·분석일 영향 커
수학자·기자·통번역사 위험군

홍보대행사 ‘에이전시커넥션’은 최근 생성 인공지능 챗지피티를 업무에 도입하기로 했다. 회사에서 사용하던 소프트웨어에 챗지피티를 적용하자 1시간 이상 걸리던 뉴스 모니터링 시간이 30초로 줄었다고 한다. 챗지피티는 직원들 요구대로 다양한 광고 문구를 쓰고, 광고 소재를 추천하고, 참고할 만한 국외 자료를 찾아냈다. 영문 이메일 작성도 빠르고 쉬워졌다. 업계 동향을 쉼 없이 살피고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홍보대행사 업무에 생성 인공지능은 한 줄기 빛이었다. 회사 쪽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업무 효율화를 담당할 디지털빌딩팀을 새로 구성했다. 황정순 디지털빌딩팀 디렉터는 “감정과 섬세함을 요구하는 소통 영역을 제외하면, 다양한 실무 영역에서 챗지피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아이(AI)가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리라는 예측은 자연스럽다. 한편에서는 벌써 ‘실무의 종말’을 예견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직장인들은 생성 인공지능의 빠르고 정확한 일 처리에 환호하다가 이내 자신의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한겨레>가 지난 5일 나우앤서베이와 함께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으로 우려한다는 응답이 60%를 넘어섰다.

 

인터넷 공간에도 전공·직업 선택에 대한 불안이 포착된다. “현재 고1 학생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 계열만이 답일까요?” “인공지능이 사무직 일자리도 잡아먹을까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의사라는 직업이 사라질까요?” 같은 질문이 이어진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미국판에 한 사용자가 “챗지피티와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망한 건가?”라는 설문을 올리자, 응답자 1만2천여명 중 41.4%가 “그렇다”고 답했다.

 

미래 직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자녀에게 진로 조언을 해주기 어렵다는 이들도 많다. 중학생 자녀를 둔 이아무개(45)씨는 “얼마 전까지는 컴퓨터에 관심이 있다는 아이를 코딩 학원에 보냈는데, 앞으로 단순 코딩은 사라질 업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의 전공이나 직업 선택에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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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챗지피티를 만든 오픈에이아이(OpenAI)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연구진은 전체 노동자의 80%가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특히 미국 노동자의 19%는 생성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업무가 5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의 직업 정보 네트워크에서 1016개의 직업을 추출해 진행한 이 연구는 생성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모든 일자리의 업무 속도가 15% 빨라진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반복적인 작업, 중간 수준의 데이터 분석,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직업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또 생성 인공지능의 주특기인 글쓰기, 계산, 분석 등 정보처리와 관련한 직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가장 ‘위험한’ 직업으로는 수학자, 세무사, 회계사, 작가, 웹디자이너, 기자, 법무사, 통·번역사를 꼽았고 임금수준이 높고 정보기술 관련 업종일수록 영향이 크다고 내다봤다.

 

학생과 직장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조짐을 보인다. 최근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피티(GPT) 올림피아드 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지피티 올림피아드는 오는 9월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지피티 기반 비즈니스 모델 경연, 지피티 활용 과제 해결 등의 종목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수학·과학만이 아니라 인공지능 활용 능력이 입시나 입사의 당락을 가를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배재광 지피티 올림피아드 조직위 상임위원장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수많은 혁신과 벤처기업이 탄생했듯이 생성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직업과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 발전이 대규모 실업으로 이어지리라는 두려움은 인류 역사에서 늘 되풀이됐다. 그러나 사라진 일자리만큼 또는 그보다 많은 새 일자리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안갯속이지만 이미 인간과 인공지능의 힘겨루기는 시작됐다.

 

최근 엘지(LG)전자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가전제품 광고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하는 삶’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제 인류는 자신의 직업 분야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처리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는지 모른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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