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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청소년 유해물질” 여론 떠밀려…빅테크 업계 ‘땜질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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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82회 작성일 24-09-30 09:43

“SNS는 청소년 유해물질” 여론 떠밀려…빅테크 업계 ‘땜질 규제’

작성일 24-09-30 조회수 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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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셜미디어 중독과 정신건강

소셜미디어(SNS) 사용 연령을 14~16살 이상으로 제한하는 등 청소년 보호를 위한 규제 흐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소셜미디어 중독으로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위기감이 번지면서 오스트레일리아 등 각국 정부가 빅테크 규제의 고삐를 강하게 죄고 있다. 비판의 도마에 오른 소셜미디어 기업들도 대대적인 청소년 보호책을 내놓았는데, 청소년들에게 소셜미디어는 담배· 술 못지않게 위험하다는 공감대 확산이 압박으로 작용한 셈이다.

유해물질로 비판받는 소셜미디어

빅테크 기업이 맞춤형 광고와 추천 시스템을 이용해 플랫폼 중독을 유인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9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발표한 ‘스크린 너머를 엿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빅테크는 개인의 행동 데이터를 추적하는 것은 물론 미성년자에 대한 데이터 수집 제한도 무시했다. 소셜미디어가 성장기 아동에게 끼치는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알고서도 어린 아동들이 나이를 속여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는 것을 방치해 ‘중독’으로 인한 정신건강 악화를 방조한 셈이다.

거센 비판에 직면한 소셜미디어 기업들도 과거와 다른 아동 보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17일 인스타그램은 18살 미만 사용자의 계정을 기본적으로 ‘비공개’로 전환하고, 수면 보호를 위해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미성년자 계정에 알림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독 방지를 위해 매일 60분마다 앱을 종료하라는 알림을 설정할 예정이다.

인스타그램이 10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연구하고 심지어 더 어린아이들에게도 접근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2021년 (인스타그램 모기업인) 페이스북의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에 의해 폭로된 바 있다. 이후 페이스북은 청소년에 유해한 콘텐츠를 막기 위한 안전조처를 약속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이번 조처를 두고도 회의론이 적잖다.

소셜미디어로 파괴된 세대

소셜미디어 중독으로 청소년 정신건강이 비상상황에 처했다는 것은 다양한 지표를 통해 확인된다. 미국 보건당국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12~15살 청소년이 우울증과 불안을 경험할 확률은 2배나 더 높다.

세계적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도 저서 ‘불안세대’에서 2010년 전후 청소년의 우울·자살 등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지표가 일제히 악화했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불과 10년 사이에 우울증 비율은 평균보다 2.5배나 증가했고 어린 여성 청소년 자살률은 167%나 증가했다. 하이트가 특히 주목한 것은 소셜미디어가 남자 청소년보다 여자 청소년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점인데, 여자 청소년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시각 중심 플랫폼을 통해 얼굴·몸매 등 시각적 측면을 끊임없이 비교당하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 청소년은 “온라인 포르노와 게임에 중독되어 책임감 있고 유능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이 한 세대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국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텔레그램을 타고 확산하면서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디지털 중독으로 유해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 스마트폰 과의존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10~19살)의 과의존위험군 비중은 무려 40.1%에 이르러, 유아동(3~9살) 25%, 성인(20~59살) 22.7% 등 다른 연령에 견줘 가장 높았다. 과의존군은 일상에서 스마트폰이 우선시되고 이용량을 조절하지 못해 신체·심리 사회적 문제를 겪는 상태로 정의된다. 또한 청소년의 35.5%는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몰입한 이후 우울감 혹은 무기력함을 느꼈고, 35.4%는 ‘수면 전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수면의 질 저하, 불면증, 만성 피로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중독으로 인한 주의력 약화는 청소년들의 집중력과 문해력에도 치명적 영향을 준다. 주의력과 관심은 인간만의 고유한 역량으로서 ‘주의력’ 파괴가 심화될 경우 ‘인간종의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경고한 바 있다.

가난한 아이들이 더 위험하다

하이트의 ‘불안세대’에 따르면, 미국 사춘기 직전의 아동들은 하루 6~8시간을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화면을 보며 지내는데,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서, 백인·아시아계 보다 흑인·라틴계에서 사용 시간이 더 많다. 아이들의 대다수는 안전을 이유로 현실 세계를 떠나 가상세계로 이동했지만, 가상세계에는 중독이라는 치명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부모의 돌봄을 받기 어려운 가난한 아이들은 디지털 중독에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

‘2023 스마트폰 과의존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이유는 ‘공공장소에서 자녀를 통제’(41.3%)하거나 ‘부모의 활동시간 확보’(31.6%)를 위해서였다. 돌볼 시간이 없는 저소득층 부모일수록 양육의 편의 때문에 자녀의 스마트폰 노출 가능성이 크고 중독의 위험성도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듯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은 한 세대 내에서도 가난하고 돌봄이 취약한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일 가능성이 크다. 중독으로 인한 주의력과 집중력의 파괴는 정신건강의 위기, 삶의 위기로 이어져 이들이 빈곤의 덫에 갇히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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