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쏟아낸 찌꺼기, 일터를 잠식한 ‘슬롭’ [유레카] > 뉴스룸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바로가기

뉴스룸

뉴스룸

AI가 쏟아낸 찌꺼기, 일터를 잠식한 ‘슬롭’ [유레카]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9회 작성일 26-10-01 09:28

AI가 쏟아낸 찌꺼기, 일터를 잠식한 ‘슬롭’ [유레카]

작성일 26-10-01 조회수 159

본문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트위터로  공유

인공지능(AI)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정작 우리 일상을 조용히 잠식하는 것은 에이아이가 쏟아낸 찌꺼기, 즉 ‘슬롭’이다. 슬롭이란 질척한 진흙, 음식 찌꺼기를 가리키던 말인데, 지금은 ‘주로 에이아이로 대량 생산되는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를 의미한다.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는 아기 고양이, 정체 모를 야구장 여신 등 맥락 없이 눈길만 끌고 막상 보고 나면 공허함만 남는 콘텐츠다.

한국은 이 ‘슬롭’ 현상의 한복판에 서 있다. 영상 편집 플랫폼 캡윙이 지난해 11월 낸 보고서를 보면, 인기 유튜브 에이아이 슬롭 채널의 국가별 총조회수에서 한국이 11개 채널에서 84억5천만회로 조사 대상국 중 1위였다.

슬롭은 왜 문제일까. 미국 보스턴대 로스쿨에서 최근 나온 논문은 이렇게 정의한다. “적은 노력으로 만들어지고, 받는 사람에게 부담을 비대칭적으로 지우며, 문화 영역을 망가뜨리는 경향이 있는 자동화 시스템의 산출물.” 만드는 비용은 0원에 가깝지만, 검증하는 비용은 받는 사람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슬롭은 일터로도 번지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소셜미디어연구소와 베터업랩스 연구진은 지난해 9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이를 ‘워크 슬롭’이라 이름 붙였다. 겉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정작 일을 진전시킬 알맹이가 없는 에이아이 업무 결과물이다.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 1150명 중 40%가 최근 한달 사이 받은 경험이 있고, 한건을 수습하는 데 드는 시간은 평균 2시간이었다. 에이아이 사용을 장려하는 조직일수록 더 흔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워크데이의 조사에서 한국 응답자의 31%는 매주 1~2시간을 질 낮은 에이아이 결과물을 고쳐 새로 쓰는 데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전세계 응답자 기준, 에이아이로 아낀 시간의 37%가 이렇게 ‘워크 슬롭’을 고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에이아이 활용을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강조하고 있다.

슬롭이 번질수록 사람의 판단력과 감식안이 중요해진다. 더 막중한 것은 기업의 책임이다. 메타는 얼마 전 직원 평가에서 에이아이 토큰 사용량을 뺐다. 얼마나 썼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확인했는지를 재야 한다는 뜻이다. 어디까지를 에이아이에 맡기고 무엇을 사람이 판단할지 정하지 않은 채 사용만 늘리면, 늘어나는 것은 생산성이 아니라 슬롭이다.

한귀영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hgy4215@hani.co.kr

목록으로 이동

회원로그인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