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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사회에 던진 의미에 집중해 수상작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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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사회에 던진 의미에 집중해 수상작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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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 심사위원장이자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 사단법인 코드(CODE)의 설립자로 지식과 데이터의 공유라는 영역을 개척해온 인물이다. 한겨레는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 10년을 맞아 지난 2일 윤 변호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떻게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를 설립하게 되었나?
“2003년 미국에서 처음 접한 뒤 2005년 설립했다. 처음에는 정보법학회 산하 프로젝트였으나 독립적 시민운동으로 전환해 자원활동가 중심 조직으로 성장했다.”
―크리에이티브커먼즈나 코드에서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제나 분야는 어떤 것인가?
“저작권 공유 운동에서 저작권은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목표는 창작자와 관객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저작권 공유를 처음 이야기하던 2005년 즈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고, 특히 저작권 보호에 익숙한 교수들이 갸우뚱했다. 당시 외부 블로그와 시민단체로부터 ‘법률가들이 뭘 안다고 저작권 공유 운동을 하냐’는 식의 비판도 받았지만, 이를 계기로 오히려 더 많은 자원활동가와 연결되어 커뮤니티가 성장했다.”
2015년 코드를 만들어 문화 다양성과 오픈 컬처(문화적 콘텐츠와 창작물을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문화 운동)를 추구했는데, 특히 오픈 데이터(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공개)에 집중했다. 저작자가 저작권을 스스로 풀어 커먼즈(공유지)를 만들면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창작물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작권법의 기술적 해석을 넘어서, 창작 생태계 전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문화 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
―첫해부터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 심사위원장을 맡으셨다.
“심사위원들은 자기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디지털에 진심인 분들이다. 지금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10년을 왔다는 것 자체가 보기 드문 경우다. 서로에게서 얻는 인사이트가 매우 크고, 논의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회의를 하다 보면 심사위원들 저마다의 편견이 드러나 특정 제품에 편중될 수도 있는데,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는 서로 간 신뢰가 두텁다 보니 의견을 경청하게 된다. 다들 ‘기술이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기술 관련 상들은 대부분 첨단의 신기술을 강조하기 마련인데,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이 가진 의미, 사회에 미치는 의미에 주목한다.”
―기억나는 수상자를 꼽는다면?
“상을 받은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매우 기뻐했다. 작은 스타트업은 물론 큰 기업도 상을 받고 기뻐해서 제가 ‘이상은 기뻐해도 됩니다. 어디 가서 자랑해도 됩니다’라고 농담 비슷하게 이야기한 적도 있다. 사실 오랫동안 상금도 없었지만 이 상의 의미와 가치가 업계에 잘 전달되고 있구나 싶어 보람을 느낀다.”
―다른 상과 다른 차별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당근마켓’이 대상으로 선정됐는데, 중고거래 플랫폼으로서의 편리함 때문에 상을 준 게 아니었다. ‘동네’라는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낸 것, 즉, 기술이 사회에 던진 의미에 집중했다. 2024년 한국야구위원회의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도 심사위원회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기술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그 기술로 인해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이런 부분을 주요하게 고려했다.”
―이 상이 사회에 미친 영향은?
“2015년 첫해 대상 수상작이 카카오톡의 단체채팅방 재초대 거부와 비밀채팅 기능 도입이었다. 기술적 측면만 놓고 보면 대단한 기술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 이슈였던 카카오톡을 이용한 집단 괴롭힘과 사이버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얻었다.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는 기술 자체의 혁신성보다 인간의 삶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다른 상과 다르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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