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요즘 기업들은 아예 신입 사원 채용을 안 하는 흐름이다. 정부가 나설 방법이 있나.

“그래서 정부가 시스템적으로 연결되도록 짜여야 한다. 교육부는 청년들에게 에이아이 교육을 하고, 고용노동부는 이런 청년들이 암묵지를 지닌 현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그다음엔 산업통상자원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나서서 기업·학교와 함께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이후 청년들이 창업하게 되면 중소기업벤처부가 지원을 맡는 방식이다. 전략위는 이렇게 각 부처의 역할을 ‘정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그러나 창업은 뛰어난 몇몇이 하는 것 아닌가. 대부분의 청년은 일할 곳이 없다.

“사실 가만히 있어도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산업과 일자리는 많이 바뀔 거다. 인공지능 시대엔 직업이 사라진다기보다는 직업의 종류와 내용이 변하는 것이다. 18~19세기 사람들이 온종일 맛있는 것만 먹으며 돈을 벌거나 남을 웃기기만 해도 돈 버는 그런 일을 생각이나 해봤겠나.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 장거리 버스 타고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삶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그 역시 달라지고 있다. 한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대표는 제주도에서 머물면서 아침엔 수영하고 카페에 앉아서 일하더라.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든 일한다.”

― 윤석열 정부 때 인공지능 교과서 도입하려다 논란이 일었고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한국 교육현장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인공지능 교과서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진 않았는데 어쨌든 디바이스를 만드는 것 같더라. 인공지능 시대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면, 대다수는 인공지능 가르쳐서 자꾸 쓰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 이건 자기주도 학습 중요하다고 하면서 학원 차려 다시 자기주도 학습을 가르치는 것처럼 우스운 일이다. 인공지능 시대엔 본질을 꿰뚫는 교육이 필요하다. 박사학위 따려면 20년 걸리는데 은행 대출·운전 같은 사회에 나와서 배워야 할 건 하나도 못 배우고 대부분 텍스트 기반으로 지식 쌓는 훈련만 한다. 학력을 마치 지식인의 증표처럼 사회가 포장해왔는데, 우리는 지난 계엄 때 ‘지식인’이 어떤 선택 하는지 다 봤잖나. 인공지능 시대에 아이들한테 필요한 교육은 뛰어놀게 하는 거다. 같이 축구하고 야구하면서 싸우고 협상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간의 지능은 서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발달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딥시크의 경우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다가 갑자기 인간끼리 대화하는 것처럼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는 순간, 즉 ‘아하 모멘트’가 생겨난다. 요즘 논문을 봐도 인공지능과 협력한다는 표현을 쓴다. 사람과 협력할 줄 모르는 사람은 기계와도 협력을 못한다.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스토리텔러라고 하지 않나. 상상하고 이야기하는 능력, 그게 핵심이다.”

―그러나 그토록 각광받던 프로그래머도 이제 고용이 안된다고 한다. 스토리텔러도 몇년 지나면 마찬가지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다 잡아먹는다고 한 게 2000년대 초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를 다 잡아먹고 있다고 한다. 사스포칼립스(SaaSpocalyse)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 엔트로픽이 뜨는 이유는 코딩을 잘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코딩이 더 필요해졌다, 다만 개발자가 없어지는 건 아닌데 이제는 인공지능과 대화하면서 코딩한 걸 분석하고 지시하는 개발자가 필요한 거다.”

―프로그래머나 노동자에게 그런 변화에 필요한 교육이 바로 되는 게 아니다. 기존 교육에 맞춰진 분들은 취업이 안 되거나 해고된다. 노동시장 충격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프로그래머의 경우 상층부 시니어들은 워낙 스킬이 좋으니까 잘리지 않고 있고, 중간층은 좀 애매한 상황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 대기 상태인데 이들은 이미 인공지능에 익숙해지고 있어서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기업들이 오히려 이런 청년들을 더 선호할 수 있다. 전략위의 한 토론 자리에서 한 기업 시이오가 ‘처음에는 주니어 개발자를 안 뽑고 시니어만 뒀는데, 시니어들은 자기들이 잘하다 보니 인공지능을 안 쓰더라. 그래서 에이아이 네이티브인 젊은이들을 뽑았더니 효율성이 더 높다’고 평가하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과 그로 인한 불평등 심화에 대해 우려가 매우 크다.

“장기적으론 인공지능이 가져올 지식격차가 소득격차로 이어지고, 그것이 새로운 사회적 갈등과 파괴로 이어지는 문제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전략위에 ‘AI 민주주의 분과’(위원장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를 신설했고 여기에서 ‘인공지능 기본사회’에 대한 개념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기본사회는 ‘인공지능이 기본이 된 사회’일 수도 있고 ‘인공지능 시대의 기본사회’일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기본이 된 사회라고 하면 누구나 차별 없이 인공지능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사회이고, 기본사회에 방점을 찍으면 기본소득으로 불평등, 일자리 축소 문제 등을 보완하는 것이다. 앞으로 굉장히 논의가 많이 필요하다.

―최근 ‘반엔비디아 동맹’을 내세운 에이엠디(AMD)의 리사 수 시이오가 한국을 찾아 전략위를 비롯해 여러 기업을 만났다. 이런 움직임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 에이아이’에 실질적 이득을 줄 수 있을까?

“에이엠디는 인텔과 엔비디아 사이 대안세력으로 훌륭하게 성장해왔다. 생태계는 다양성이 있어야 발전한다. 우리가 엔비디아 외에 대안이 없다면 완전히 그에 묶여버리지만 다른 대안이 있다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엔비디아가 지피유(GPU) 시장의 80%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경쟁이 있다면 우리가 대안을 갖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한국은 인공지능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풀 스택’을 갖추고 있다. 전략위는 민·관 원팀을 지향하는데 각 층위의 기업을 어떻게 묶어낼 것인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도 개혁·인재 양성·인프라 구축 등에 마중물을 붓는 것이다. 전략위 출범 이후 6개월 이상 마중물을 부으면서 국민들에게 이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좀 생긴 것 같다. 또 사회 의제를 미래 중심으로 설정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들이 아직 투자를 안한다는 것이다. 현대차·에스케이(SK) 등 여러 기업이 투자를 약속했는데 발표와 실제 집행은 다른 문제다. 인공지능 투자수익률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 테크기업들도 인공지능으로 돈 버는 곳이 없다. 기업들은 시장이 형성되면 어마어마한 수익이 날 거라는 건 알지만 남이 투자하면 나도 올라타야겠다고 생각하지, 내가 먼저 투자하는 건 불안해한다. 이런 과정을 얼마나 매끄럽게 넘겨서 투자를 끌어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공공부문의 인공지능 전환(AX)도 중요한 의제다. 어떤 것부터 해야 하나.

“국민이 체감하려면 뭐든지 써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네이버나 카카오로 주민등록등본 같은 증명서를 대화 형식으로 발급받는 ‘인공지능 국민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의 ‘맞춤형 복지’를 바꾸는 것도 추진중이다. 군 입대·세금 납부는 정부가 알아서 공지하지만, 우리가 받는 복지 혜택 대부분은 ‘신청주의’다. 이걸 인공지능이 바꿀 수 있다. 가령 “당신 지금 생활조건을 보니 이런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정부나 지자체가 먼저 알려주는 거다. 제 경우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지자체로부터 장례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걸 지인이 얘기해주고 나서야 알았는데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사망신고 즉시 장례비 지원 공지가 오게 된다.”

―로드맵이 있나?

“난제가 있다. 복지 신청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개인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과연 국민들이 동의해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옵트아웃(정보를 먼저 수집·활용한 이후 당사자가 거부하면 중단하는 것)으로 할지, 본인들이 먼저 원하는 것을 체크해놓도록 할 것인지 논의를 해봐야 한다. 올해 안에 정리해서 관련 부처에 정책 권고를 할 예정이다.”

―뉴스생산자로서 묻겠다. 언론사가 생산하는 기사들이 인공지능 학습에 무단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단 사용 자체를 사전에 막을 방법은 없다. 현재는 인공지능 산업계와 콘텐츠 생산자들이 충돌하는 상황인데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요즘 이 사이에서 저작권 문제를 중재하거나 데이터를 거래하려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

―정부는 ‘인공지능 3대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한국의 인공지능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엄밀히 말하면 미국도 중국도 인공지능을 산업적으로 완성한 나라는 없다. 3대 국가를 꼽는다고 하면 1~2위와 격차가 많이 나는 3위 그룹에 속한 것은 맞다. 한국 파운데이션 모델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 그러나 인공지능 모델만 가지고 세계 순위를 정하는 게 맞냐는 의문도 나온다. 국민들의 인공지능 활용도, 서비스 다양성, 실제 수익화 여부 등 국가 총역량으로 평가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10월23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워크숍에서 위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전략위 제공
지난해 10월23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워크숍에서 위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전략위 제공

―앞으로 전략위가 어떤 위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전략위가 국가 위원회의 모범 사례가 되고 싶다. 그동안 정부는 명확한 수치를 목표로 삼는 축약경제를 일궈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시대는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길이다. 전략위는 최대한 낙오되는 국민 없이 안전하게 이 길을 가기 위해 계속 민·관이 대화하면서 집단지성을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10개 분과, 2개 특별위, 1개 TF가 서로에게 개방돼 있고, 100명이 넘는 위원들이 모두 단톡방에 들어와서 의견을 나눈다. 대통령 한번 모시고 사진 한번 찍고 끝나는 명망가들의 위원회가 아니라 실제로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위원회가 돼야 한다. 다만 우리는 집행 부서가 아니고 전략 부서이기 때문에 최대한 집행 조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략위 부위원장으로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말해달라.

“공론장이 필요하다.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의 에이아이 회사들이 가장 많이 데이터를 참조하는 사이트 중 하나가 ’레딧’이다. 정통 언론에서 보자면 저게 무슨 공론장이냐 싶을 정도로 꽃 사진 올라오고 잡담하고 중구난방 시끌벅적하다가 중간중간 토론이 오간다. 그게 우리 사는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걸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없다. 인공지능 모델 개발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국민의 집단지성을 담아내고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서의 플랫폼이다.”

이주현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기자edigna@hani.co.kr

임문영은 누구… 피시통신 길라잡이에서 인공지능 길라잡이로

14살 소년이었던 1980년, 거리에 나가 ‘광주’를 목도했던 임문영이 대학 입학 이후 ‘운동권’이 된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대학 신문사의 ‘평범한 문과’ 출신 기자였던 그가 아이티(IT)에 눈 뜬 건 당시 편집 주간(김우식 교수)이 신문물을 알아야 한다며 학보사 사무실에 들여놓은 컴퓨터 한 대가 시작이었다. 정보화의 중요성을 설파한 앨빈 토플러의 저서 ‘권력이동’은 그에게 또다른 충격을 안겼다.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임문영은 프로그래머를 꿈꾸며 컴퓨터 공부에 매진한다. 대학졸업 뒤 한국피시통신(하이텔)에 입사해 기획·마케팅 일을 하다가 본격 아이티 대중서인 ‘하이텔 길라잡이’를 내며 주목받았다. 이후 나우콤 창립멤버로 피시통신 커뮤니티 나우누리 운영자(나우지기)로 활동한 것은 온라인 공론장의 가능성과 효능감을 맛본 소중한 경험이었다.

iMBC 미디어센터장, 국회 온라인 매체 ‘ON’ 편집장 등의 경력을 쌓던 그가 이재명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건 “우연”이었다고 한다. 2017년 “아는 후배 소개”로 성남시 정책보좌관으로 들어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났고, “진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강한 의지”에 매료돼 내내 함께해왔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지역화폐 이용자의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얻은 수익을 이용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데이터배당’ 실험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건 정치보다 과학기술이라고 생각해왔다”며 “과학기술을 정치·정책의 주요 의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