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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의 부활?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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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의 부활?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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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도시와 함께 트위터(엑스)를 공동 창업했던 에번 윌리엄스는 “인터넷이 망가진 것 같다”며 2019년 트위터를 떠났다. 트위터는 처음 등장했을 당시엔 평범한 사람들도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해방 기술’로 평가됐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 필적한다는 찬사도 쏟아졌다. 에번 윌리엄스도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말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환하면 세상은 자동으로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역사상 트위터를 가장 영악하게 활용한 인물은 트럼프일 것이다. 2016년 첫 당선 때 트럼프는 트위터가 없었다면 백악관에 입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2021년 1월6일 대선 결과에 불복해 미국 의회의사당 폭동을 사주했을 때도 주요하게 사용했던 선동 도구는 트위터였다. 결국 트위터는 트럼프의 개인 계정을 영구 폐쇄했지만 일론 머스크가 엑스를 인수한 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에 대한 트럼프와의 대담을 엑스로 생중계하면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한국에서 트위터가 소셜과 연결의 도구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내란 사태 이후다. 여의도, 광화문, 남태령, 한남동 등에서 촛불 대신 응원봉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2030 여성들은 트위터를 통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젠더 의제, 집회 참여, 선결제릴레이 등의 소식을 주고받으며 연대했다.
망가져가던 트위터가 극적으로 부활하고 있는 걸까? 에번 윌리엄스의 진단은 가차 없다. 소셜미디어가 관심에 보상하는 구조를 취하는 한 세상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사용자 참여의 극대화라는 사업 모델은 결국 분노·혐오와 같은 극단주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에번 윌리엄스는 이를 깨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질 좋은 콘텐츠가 잘 유통될 수 있는 플랫폼 ‘미디엄’을 만들어 트위터 팔로어 수가 적어도 작가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해에는 진짜 ‘소셜’한 것을 복원하려는 목적으로 ‘모지’(Mozi)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도 만들었다. 여러 실험을 통해 그가 내린 결론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관심이 아닌 가치와 선행에 보상하도록 뒤집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거인이 던진 통찰이라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소셜미디어 기업이 스스로 나서도록 할 수 있을까? 정부와 시민의 감시와 규제 없인 힘들 것이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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