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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한 AI, ‘진짜 관계’도 잠식하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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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한 AI, ‘진짜 관계’도 잠식하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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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에이아이(AI)와의 대화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가벼운 대화는 물론 우울감의 토로, 연애 상담 등 속 깊은 이야기까지 털어놓는 이들이 적잖다. 공감, 친밀감까지 갖춘 에이아이가 과거 친구나 상담가가 하던 역할을 대신하는 상황은 13년 전 개봉된 영화 ‘허’(Her)의 주인공이 에이아이와 사랑에 빠지는 상황과 겹쳐진다.
인정받고, 이해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다. 수많은 변수로 가득 찬 사람 관계와 달리 에이아이는 언제, 어디서든 손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나를 기다려주기에 더 찾게 된다. 에이아이와의 상호작용은 현실의 관계를 보완하는 디딤돌일까, 아니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일까?
예컨대 말 상대가 되어주는 반려로봇은 돌봐줄 사람이 적은 노년층에서는 외로움을 줄여 실질적인 안전망 역할을 한다. 이들에겐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반응하는 대화 상대로, 사회적 결핍을 보완하는 완충제인 셈이다.
다른 시각도 있다. 지금의 온라인 소통이나 에이아이와의 대화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형식과 정서적 효과는 재현하고 있지만, 대면 관계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위험과 불확실성, 책임은 덜어낸 ‘반쪽짜리’ 소통에 가깝다. 사람 간의 친밀함은 원래 거절당할 위험, 갈등, 상처를 딛고 쌓이는데, 에이아이와 마찰 없고 안전한 소통에 길들여지게 되면 현실 관계에서 요구되는 불편함, 상처를 견디는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 진보래 중부대 교수는 이를 ‘모조 사회성’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한 바 있다. 매끈한 관계에 기반한 ‘모조 사회성’이 만연해지면, 거칠고 울퉁불퉁한 ‘진짜 사회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에이아이와의 관계가 확산하면서, 과거 가족과 친구, 동료, 동네를 통해 형성되던 관계와 정서적 교환이 빅테크의 플랫폼 안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람과 에이아이 간의 대화가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를 보완하거나 대신하게 되면, 정보 탐색과 글쓰기 같은 지적 노동뿐 아니라 조언·위로 등 마음을 표현하는 사회적 행위의 일부까지 자동화의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에이아이가 인간의 대화와 친밀감을 모사해 만들어내는 ‘합성된 사회성’이 현실의 사회성을 대체할지도 모른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관계를 매개하는 기술과 대화 데이터, 플랫폼이 소수 기업의 소유와 결정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기술 속, 에이아이와의 관계에 대한 수많은 질문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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