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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쓴다’는 것의 의미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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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1회 작성일 26-02-11 09:05

AI시대, ‘쓴다’는 것의 의미 [유레카]

작성일 26-02-11 조회수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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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거장 황석영 작가는 신작 장편소설 ‘할매’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챗지피티를 ‘조수’처럼 활용했다고 밝혔다. 600년을 견딘 팽나무의 역사적 맥락, 시대 배경, 서사를 구성할 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문학처럼 인간 고유의 창작 영역조차 인공지능이 잠식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장 큰 충격을 주고 있는 분야는 번역이다. 특히 문학 번역은 고도의 언어 감각과 인문적 교양이 결합한 최고의 숙련노동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지금은 기계 번역과 인간 후편집의 결합이 빠르게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얼마 전 한국문학번역원이 진행한 조선시대 시가 번역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영문학 교수 다수가 인간 번역본보다 챗지피티가 생성한 번역을 더 높게 평가해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한편, 새로운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출판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학·의학·공학 분야 전문가들 중 글쓰기에 대한 부담 때문에 대중서를 포기해왔던 이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초안을 작성하고 감수 작업을 거쳐 책을 출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복잡한 전문 지식을 독자 친화적인 문장으로 옮기는 데 있어, 인공지능이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글쓰기가 타고난 재능이자 소수의 기예였던 시대에서 만인의 도구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는 ‘쓰기’의 영역도 있다. 세계적인 에스에프 작가 테드 창은 예술(문학)의 고유성은 “창작 과정에서 인간이 내리는 무수한 선택과 삶의 경험”에 기반하며 “인공지능은 그러한 의미·의도·경험을 담아낼 수 없기 때문에 예술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번역도 마찬가지다. 문장에 드러나지 않은 뉘앙스, 말해지지 않은 감정, 때로는 원작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결을 읽어내는 일은 여전히 인간 번역가의 몫이다. 인공지능의 성능이 뛰어날수록 오히려 인간 번역가의 감식안과 책임 있는 해석의 가치도 커진다.

리터러시 연구자 김성우는 저서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과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가”라고 말한다. 쓰기의 본질은 문장이 아니라, 그 문장을 통해 드러나는 각자의 삶과 관점이기 때문이다.

‘쓰기의 종말’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록, 인간 존재의 본질로서 ‘쓰기’가 더 소중해지는 이유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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