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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에 맞선 시민과 단체들...시빅테크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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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에 맞선 시민과 단체들...시빅테크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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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계엄사태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시민사회의 저항과 디지털 기술이 연결해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이 드러난 시간이기도 했다. 계엄 이후 시민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목소리를 기록·확산·연결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은 기술이 사람을 위한 것일 때 빛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HTA)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시빅테크상은 기술적 혁신을 넘어서, 위기 상황에서 발휘된 시민의 자발적 기록 정신과 디지털 기술을 통한 민주적 연대의 확장에 주목해 이를 상징하는 6개 단체·시민을 선정해 수상한다.
‘시대 정신', 민주주의 위기와 회복의 순간 기록
시민들의 민주주의적 실천이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민주주의 위기와 회복의 순간에 대한 기록 활동이다. 디자인 그룹 ‘일상의 실천’의 ‘시대정신’은 1960년 4.19혁명부터 2024년 계엄사태까지 220여 건의 시국 선언문을 기록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이를 현대적 시각 언어로 재해석했다. 디자이너들은 각각 선언문의 핵심 문구를 개별적 시선과 형식으로 형상화해 동시대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다층적 응답을 제시했다. 온라인 아카이브(manifesto.ing)와 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시민 누구나 과거와 현재의 시대정신을 시각적으로 체험하고 성찰 할 수 있도록 했다. 정권 비판을 넘어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민주주의의 모습을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려는 사회적 아카이브이자, 디자인이 형식을 넘어 동시대성과 윤리적 책임을 구현하는 매체임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깃발들’ 다양한 집단의 깃발, 피켓, 현수막, 손팻말 기록

최중원·조현석의 ‘깃발들’은 2024년 12월 계엄 선포와 탄핵 집회 현장에 등장한 깃발, 피켓, 현수막, 손팻말 등 시민들의 시각적 메시지 600여건을 기록하고 있다. 여성·소수자·농민·노동자·청년·장애인 등 다양한 집단이 각자의 언어와 상징으로 표현한 깃발들을 시민 제보와 현장 취재로 수집해 메시지와 맥락을 담아 기록·보존했다. 깃발이 집회 도구에 그치지 않고 집단적 기억과 사회적 다양성, 민주주의 실천의 상징이라는 점을 고려한 실천활동이다.

‘12.3 계엄사태와 민주주의 위기: 수호와 성숙을 위한 아카이브’, 계엄 선포부터 해제·탄핵·시민 저항까지의 전 과정 기록으로 남겨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기록과정보·문화연구모임의 ‘12.3 계엄사태와 민주주의 위기: 수호와 성숙을 위한 아카이브’(1203archive.kr)는 기록학 연구자 30여명이 계엄 선포부터 해제·탄핵·시민 저항까지의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 실천이다. 집회 현장 기록, 사건일지, 국회·행정·정당 기록, 언론 보도 등 12개 범주 3000여 건으로 체계화해 실시간 공개했다. 국가 권력의 작동 방식과 시민의 저항·연대·감시 활동을 동시에 기록해, 공식 기록 시스템에서 배제 될 수 있는 시민의 관점을 보존했다.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야 말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는 점을 고려한 공적 실천으로 평가된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민주주의 위기에 맞서 ‘온라인 공론장’ 마련...시민 투표·대화 플랫폼, 시민팩트체크 시도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시국선언·규탄성명·대자보 아카이브 캠페인’도 민주주의 위기에 맞선 시민의 저항을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기록한 실천이다. 빠띠는 더 나은 시민사회를 위한 기술인 시빅테크를 통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민 공간 구축을 목표로 활동해왔다. 작년 비상 계엄 사태 이후, 300개 이상의 깃발 사진과 100개 이상의 시국선언을 포함해 약 1000건의 자료를 수집하고, 이슈 타임라인, 시민 투표·대화 플랫폼, 시민팩트체크를 시도했다. 또한 오프라인 광장의 목소리를 디지털 공간에서 지속가능한 민주적 실천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했다.
‘천만의 연결’, 광장에서 분출된 사회개혁 요구 모아 실질적 개혁으로

17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 행동의 ‘천만의 연결’은 광장에서 분출된 사회개혁 요구를 모아 정치권에 전달하기 위한 온라인 공론장이다. 2025년 2월 정식 오픈 후 700건 이상의 시민 의견과 100여개 온·오프라인 대화모임에서 나온 다양한 요구를 집약했다. 여기에서 나온 차별금지법·생활동반자법 제정, 노동권 보장 등 개혁 내용은 11개 의제별 소위원회에서 구체적 정책과제로 발전한 후 정당과 정치권에 전달되도록 했다. 광장의 에너지를 지속가능한 사회 대개혁의 실질적 동력으로 연결하고자 한 실천으로 평가된다.
시민활동가 김후주씨, ‘남태령’ 시민 연대 물꼬 트다

지난해 12월 21일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행렬이 남태령에서 경찰에 의해 고립되자 에스엔에스로 실시간 중계한 시민활동가 김후주씨도 시빅테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후주씨는 충남 아산에서 유기농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청년 여성 농부로 15년째 엑스(X·옛 트위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남태령 기록보관소’, ‘남태령 심포지엄’ 등 에스엔에스 아카이브를 운영하면서 ‘남태령 대첩’이 단순한 농민 투쟁을 넘어 시민·농민·여성·소수자·다양한 세대가 함께 만든 민주주의 현장이라는 점을 현장 기록과 연대를 통해 보여줬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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